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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4-08-28

수갑형 약물전달장치로 혈관치료 길 열어 [인터뷰] 류원형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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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이 보다 깊숙이 투여돼야 하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은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한다. 일례로 관상 혹은 말초동맥경화증 환자의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질환을 앓는 경우 혈관 이식편 이식 후 수술부위에서 종종 협착이나 폐색이 발생하는데 주된 원인은 혈관민무늬근세포의 이상성장으로 인한 신생혈관내막과(neointima hyperplasia)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세포가 분포된 혈관 중간층에 증식억제제 같은 약물이 전달돼야 한다.

기존에 개발된 약물방출 스텐트 및 풍선의 경우 재협착 병변내부 표면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약물이 전달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혈관 중간층으로 확산하는 게 쉽지 않고 혈류에 의해 약물이 유실되며, 지속적인 약물방출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이를 해결할 필요성이 제기되곤 했다. 한계는 알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량의 약물을 사용할 경우 항암성분의 증식억제제가 혈류를 통해 정상적인 조직에 작용해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니들 장착된 생분해성 약물전달장치

류원형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 ⓒ 류원형
류원형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 ⓒ 류원형

국내 연구진이 생분해성 고분자를 이용한 약물전달장치를 개발했다. 류원형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와 윤영남 연세대 의대 흉부외과학 교수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초소형 미소 바늘(microneedles, 마이크로니들)이 장착된 수갑 모양의 약물전달장치를 만든 것이다. 향후 이를 통해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치료 효과를 증대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심혈관 질환을 앓는 환자가 증가하면서 이를 치료하기 위해 혈관우회로술이나 혈관성형술, 스텐트 등 혈관 내벽을 통해 조직 안으로 약물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여기서 혈관우회로술은 심한 협착 및 폐색 부위가 있는 혈관을 우회해 혈류가 흐르도록 하는 수술이며, 혈관성형술은 도관을 환자 체외에서 혈관 안에 넣고 좁아진 부위를 넓혀주는 수술을 의미한다. 스텐트는 혈관 내부로 진입해 폐색된 부위를 넓혀주기 위해 삽입하는 관을 말한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 기존의 이러한 약물전달방식은 혈류에 의한 약물유실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조밀한 혈관 조직의 특성 때문에 약물 확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희 연구팀은 관상 동맥(coronary artery)이나 말초 동맥(peripheral artery)에 생기는 동맥경화 같은 혈관질환치료를 위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높은 효율로 치료 약물을 혈관조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장치를 개발한 거죠. 더불어 그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입증했습니다."

류원형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는 혈관 외벽 장착에 용이한 수갑(cuff) 형태의 곡면에 약물을 함유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을 장착시킨 약물전달장치다. 혈관 외벽에 장치가 삽입되면 마이크로니들 끝단이 혈관 중간층에 닿아 원하는 부위에 직접적인 약물전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발상을 얻어 연구를 진행했다.

"혈관은 크게 혈관 외막, 중간층, 내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중 혈관 중간층은 혈관을 구성하는 세 개 층 중에 하나로 혈관민무늬근세포가 조밀하게 모여 있습니다. 저희팀은 실제 혈관 중간층에 있는 세포의 비정상적 성장으로 혈관 내벽이 막히는 토끼모델에서 마이크로니들로 직접 중간층에 접근해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대비 약 200배 이상 높은 약물전달 효율을 확인할 수 있었죠. 특히 이 장치는 생분해성 고분자를 주재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인체 내에 삽입돼도 수개월 내 분해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제거수술이 필요 없습니다."

류원형 교수팀은 좋은 연구성과를 얻기 위해 수갑모양의 약물전달장치를 혈관 바깥쪽에 장착했다. 이후 장치 안쪽 면에 있는 미세 바늘 구조(microneedles)를 이용해 약물을 혈관 조직에 전달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궁극적으로는 관상 동맥이나 말초혈관에 발생하는 동맥경화 및 내막과다증식(intimal hyperplasia)과 같은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려는 게 연구의 목표다.

약물전달효과 200배 이상 ↑

혈관 질환 치료용 마이크로니들 장치 제작 및 적용 개념도. 열적 인발 공정으로 마이크로니들 배열 구조를 만들고 침지코팅 방식으로 약물제형을 마이크로니들 표면에 저장하고 열처리 과정을 거쳐 혈관 외벽 장착에 용이한 곡면형태로 만들었다. ⓒ 한국연구재단
혈관 질환 치료용 마이크로니들 장치 제작 및 적용 개념도. 열적 인발 공정으로 마이크로니들 배열 구조를 만들고 침지코팅 방식으로 약물제형을 마이크로니들 표면에 저장하고 열처리 과정을 거쳐 혈관 외벽 장착에 용이한 곡면형태로 만들었다. ⓒ 한국연구재단

"이번에 개발한 약물전달장치 안쪽 면에는 마이크로니들 구조의 배열로 이뤄져 있습니다. 때문에 혈관 외벽에 장착할 경우 미소바늘이 혈관 조직으로 침투해 약물을 전달하죠. 이로써 매우 높은 효율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기존 기술과 대비했을 때 약 200배 이상의 약물전달 효율을 갖고 있는 것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죠. 연구에는 ‘토끼모델’을 사용했습니다. 토끼의 복부 대동맥 내부에 풍선 카데타를 이용해 상처를 내서 혈관 내부가 협착 되도록 유도했어요. 동맥경화나 혈관내막과다증식에 의한 혈관의 재협착 상황을 만들어 낸 거죠. 이러한 토끼를 대상으로 저희가 개발한 장치를 장착해 치료효과가 있는지를 판별했습니다."

류원형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혈관에 니들이 직접적으로 맞닿는 구조인데, 정말 부작용의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자칫하면 니들이 혈관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어요. 때문에 가능한 작게 만들어 손상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장치가 장착된 부위에서 혈관의 수축과 팽창이 다소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한 다음 세대 디바이스 개발 연구를 현재 진행 중에 있죠."

연구결과 류원형 교수팀은 약물전달 효과가 약 200배 이상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을 통해 혈관 협착을 약 세 배 가량 방지 할 수 있었다.

"2009년 한국으로 들어오기 직전, 미국 UCSF 의대의 혈관질환과 관련해 세계적 석학으로 불리는 Michael Conte 교수에 의해 약물전달장치의 필요성을 처음 알았습니다. 마이크로 니들을 사용한 장치의 아이디어를 내고 같이 연구를 하기로 했으나 국제공동연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연세대 의과대학 흉부외과교실의 윤영남 교수님과 같이 연구를 시작했죠.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현재 약 4년 정도 진행했습니다. 마이크로 니들을 혈관 치료에 적용한 선례가 없어서 실제 동물실험을 통한 검증을 하기 이전까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앞으로는 점점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형태의 혈관질환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류 교수의 설명이었다. 그는 "현재 스텐트나 약물전달 풍선 기술 이후 혈관 치료기술의 개발이 답보 상태에 있다"며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형태의 혈관질환 치료 개발에 접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혈관질환 치료 기술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니들을 이용한 것도 저희가 세계 최초로 이룬 성과죠. 더욱 열심히 연구를 하면 세계에서 이 분야를 주도하고 산업화까지 이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 더 재미있고 열심히 연구하겠습니다. 현재까지는 개념 정립 및 증명의 초기단계였다고 할 수 있어요. 올 해부터 앞으로 약 5년 내 상용화 가능한 기술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이미 개발 중이고 국내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석학들과의 연구로 기술을 다각도로 검증하고 저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8-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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