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총알이 휘어서 날아갈 수 있을까?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영화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지난 2008년 6월 중순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원티드(Wanted)’에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극중에서 눈부시게 화려한 미모, 육감적인 몸매를 과시하는 여주인공 폭스로 나온다.
아름다운 그녀의 직업은 예상외로 여성 킬러이었다. 폭스는 뛰어난 카레이싱 기술과 사격 실력을 통해 스포츠카를 공중 회전시키며 상대방 차를 따돌리고, 백발백중의 초정밀 명중률을 통해 킬러 본능을 발휘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여주인공 폭스는 상대방에게 휘어져 날아가는 총알을 발사한다. 이 상상을 초월한 명장면을 두고 사람들은 흔히 영화 ‘매트릭스’와 비교한다. 화려한 액션장면들이 어우러지면서 빈약한 스토리의 공백을 메우며 원티드는 영화 팬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들어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영화 속 상상의 무기들이 현실에 등장할 채비를 차리고 있는데 영화 원티드에 소개된 휘어지는 총알도 그중의 하나다. 지난 97년 미국의 과학 잡지 사이언티스트지에 처음 소개된 ‘능동제어탄(Actively Controlled Bullet)’이 바로 그것이다.
미 국방부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처음엔 부정확한 전투기의 항공 사격을 강화하기 위해 이 휘어지는 탄환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스마트 탄환을 소형화할 수 있는 피에조 기술이 개발되면서 소총탄으로도 그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총알은 원래 휘어서 날아간다
군인이라면 반드시 받아야 하는 훈련 중의 하나가 바로 사격술 기본훈련(PRI)이다. 이때 교관이 실탄 사격을 하기 전에 반드시 들려주는 말이 바로 “총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이다.
이를 말 그대로 해석하면 총알은 총구가 향하는 방향을 그대로 쫓아가서 목표물에 명중한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뉴턴의 제 1운동 법칙 즉 관성의 법칙으로 해석하면 ,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는 한, 움직이는 물체는 등속 직선운동을 한다. 따라서 총구를 떠난 총알은 반드시 직선으로 날아가게 돼있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는 소총 사격 시에 총구를 떠난 탄두는 일정 거리까지 직선탄도를 그리지만 정점을 통과한 다음에는 공기저항과 중력에 의해 급격히 속도가 떨어진다. 결국 정점에서 타깃까지 곡선형태를 띠며 표적에 맞게 된다.
대기의 온도, 압력, 습도, 측풍 그리고 공기저항과 중력 등은 좌우 탄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탄환의 관성운동을 방해하고, 결국 오른쪽으로 휘는 편류편차를 만든다. 일례로, 9.6그램(g)의 탄환이 800미터(m)의 타깃을 향해 비행할 때, 약 8퍼센트(%)의 측풍이 불었다면 무려 4.2m의 편류편차가 생기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요소들이 휘어지는 총알 즉 스마트 탄환의 설계 요소는 될 수 없지만 곡선탄도는 큰 살상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2차 대전 후 미 국방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전 중 가장 많은 살상을 기록한 무기로 소총을 제치고, 박격포(Mortar)가 1위로 꼽혔다. 박격포는 90도에 가까운 고각 사격을 통해 가장 큰 곡사탄도를 그리는 화기다. 이로써 벙커나 참호 뒤에 숨은 인원을 살상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휘어지는 ‘스마트 탄환(Smart bullet)’이 탄생하기 위해선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 요구됐다.
몸체 변형시켜 스스로 궤도 수정
유도 미사일은 스스로 궤도를 조정하고, 목표물을 추적해 명중하는 무기다. 소형 컴퓨터로 이뤄진 제어연산부가 각종 신호를 해석해 좌표를 만들고 추적 명령을 내리면 미사일 몸체 후미에 달린 방향타가 끊임없이 궤도를 수정하면서 목표로 향한다.
하지만 7.62밀리미터(mm) 소총의 나토 탄이 9.33g에 불과한 규모에서 스마트 기능을 부여하는 이런 장비들을 소총 탄환에 탑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시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들어 재료학의 발달과 피에조 테크놀로지(Piezo technology)의 등장은 스마트 탄환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 기술은 인체의 뼈, 단백질, DNA 등과 같은 생체물질에 외부에서 기계적인 힘을 가하면 시편의 양면에 전하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형상에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총알을 생체물질과 조성은 같지만 강철보다 강한 세라믹 재질로 만들 경우, 이 현상에 의해서 좌우 길이가 바람의 힘에 의해 달라지고, 몸체가 변형 조정되면서 장애물을 비켜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유도탄의 능동 유도 방식처럼 목표물에 레이저를 비추면 스마트 탄환은 이 신호를 따라가면서 기류에 의해서 스스로 몸을 변형시켜서 궤도를 수정하고 타깃에 다가간다.
실제로 지난 97년 미 국방부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BLAMS(Barrel Launched Adaptive Munitions)으로 알려진 이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탄환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의 미 앨라배마 어번(Auburn) 대학의 항공우주 전문가 론 바레트(Ron Barrett)는 브리티시 뉴사이언티스트지의 기고를 통해 “이 기술은 전쟁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발전된 과학에 힘입어 스마트 탄환의 탄생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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