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분야 필수 장비 중 확공 비트(Bit)라는 도구가 있다. 지층의 구조를 파악하거나, 공사 시 지반을 천공하고 확장하는 굴착 도구다. 그러나 국내에서 사용하는 확공 비트는 구조적인 단점 때문에 흙이나 지반 구조가 약한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지반강화 신공법 보유기업인 세종이엔씨는 암반에서도 굴착이 가능한 확공 비트 개발에 도전했다. 그리고 개발 초기 내부 역량만으로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고, 트리즈(TRIZ)와 이종분야 특허검색방법론(OPIS)을 적용했다.
이 같은 기법들을 적용한 결과, 확공경 크기와 내구성 증대를 동시에 해결하면서도 기존 대비 30퍼센트 가량의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확공 비트 자체의 해외수출은 물론, 철탑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다양한 분야로 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기술적 난제의 해결에 타 분야의 특허기술 활용
이처럼 기업이 안고 있는 다양한 기술적 난제를 타 분야의 특허기술정보를 활용하여 단기간 내에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인 ‘2014 지식재산 활용 컨퍼런스’가 지난 16일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특허청이 주관하고 있는 사업인 ‘지식재산(IP) 활용 전략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 사업은 현재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다양한 기술적 난제를 타 분야 특허기술정보를 활용하여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술적 난제의 해결방안으로는 TRIZ 기법과 OPIS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TRIZ란 200만건 이상의 특허를 분석하여 창의적 사고의 공통점을 추출한 뒤, 이를 정리한 창의적인 문제해결방법론이다. 그리고 OPIS는 이미 다른 영역의 특허기술 분야에 존재하는 문제해결기술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신속하고 저렴하게 제품혁신을 추구하는 신개념 특허검색방법론을 의미한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식 성장모델, K-전략’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문 교수는 “아무리 유명한 석학이나 노벨수상자의 이론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성장전략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전하며 “우리만의 새로운 접근법인 K-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의 K-전략은 A-B-C-D로 요약된다. A-B-C-D는 △속도와 정확성을 요구하는 민첩성(Agility) △모방과 글로벌스탠다드가 필요한 벤치마킹(Benchmarking) △혼합과 시너지 창출을 포함하는 융합(Convergence) △성실과 목적 지향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전념( Dedication)을 의미한다.
K-전략의 유용성에 대해 문 교수는 “대한민국 발전의 다음 단계를 위한 전략 수립과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 전수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 외에도 K-전략은 경제경영 뿐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 문화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며 개인 차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식 K-전략으로 우리가 지금의 수준까지 성장한 결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한다”고 당부하며 “앞으로 조금 더 속도경쟁력을 높이고, 조금 더 정확히만 한다면 분명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연에서 얻는 다양한 혁신 기술들
오후 세션은 사고의 혁신을 위한 방법론 및 개발 사례들을 소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아이디어 뱅크, 자연에서 훔쳐라’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한 전동균 SP마케팅연구소 대표는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상품화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 접이식 자동차 아르마딜로-T(Armadillo-T) = 접이식 자동차의 개발은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문제의 정의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도출 방안으로 아르마딜로처럼 접는 방식과 지렁이처럼 축소하는 방식이 검토됐다. 결국 제작의 효율성과 디자인 등을 고려하여 아르마딜로 모양의 공간절약형 자동차가 개발됐다.
▶ 독립형 날개를 가진 헬리콥터 = 잠자리 날개의 양력과 벌새의 제자리 날갯짓에서 착안하여 헬리콥터가 개발됐다. 잠자리를 관찰하여 헬리콥터를 처음 개발한 사람이 이고르 시코르스키(Igor Sikorsky)라면, 비행기 디자이너인 하인리히 헤르텔(Heinrich Hertel)은 벌새의 비행술을 분석하여 헬리콥터의 기능을 향상시켰다.
▶ 단단한 벽돌 구조의 바이오세라믹 = 전복 껍질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집을 지을 때 쌓아올리는 빨간 벽돌의 모습과 비슷한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아래층은 가로로, 위층은 세로로 촘촘히 배열된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바이오세라믹이 탄생했다.
▶ 과전류 자동차단 장치 = 화제발생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도마뱀으로부터 얻은 사례다. 상위 포식자가 공격하면 자신의 꼬리를 끊고 도망가는 도마뱀의 습성에 착안하여 전류가 과다하게 발생되면 자동적으로 전기를 차단하는 장치가 개발됐다.
▶ 친환경 에너지 공급 장치인 솔라트리(Solar Tree) = 태양광을 통해 광합성을 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자원을 공급해 주는 식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사례다. 솔라트리는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빛을 발하는 전등의 역할과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는 저장장치의 역할도 수행한다.
전 대표는 “자연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면 내가 가진 기술을 버리고 환경이 요구하는 가치를 창출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내 것을 포함하여 모든 지구와 인류자원까지도 관찰하고 도입하겠다는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어서 TRIZ 기법과 OPIS 기법을 적용한 또 다른 사례로 치과에서 스케일링이나 치아 절삭 때 사용하는 시술기구인 핸드피스의 개선 건이 소개됐다. 핸드피스 전문업체인 두나미스덴탈의 관계자는 “OPIS 기법을 통해 핸드피스의 헤드부 두께를 30% 경감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제품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두나미스덴탈이 OPIS 기법을 통해 찾아낸 비결은 할인매장에서 사용하는 도난방지 태그 탈부착기술이었다. 치과용 장비가 아닌 전혀 다른 업종에서 쓰는 기술을 특허검색을 통해 찾아내 적용한 것이다.
현재 이 업체는 기존 제품보다 두께가 얇으면서도 안전성은 뛰어난 신제품으로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치료 단계가 생략되어 진료절차 및 시간 단축이 가능해져 재료비와 진료비가 절감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4-07-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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