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연금술이라 칭송받고 있는 나노기술이 지방을 흡입하는 비만치료에도 적용되고 있다. 나노입자를 이용해 기존의 지방흡입술이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한 신개념의 수술법이다. 이 수술법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노과학 전문 매체인 나노워크(Nanowerk)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나노입자를 통해 효율적으로 지방을 녹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하면서, 순조롭게 임상연구가 진행될 경우 오는 2017년 초쯤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지방흡입술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
미국 성형외과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시술된 지방흡입술은 미용을 위해 시술된 수술 중에서 가장 많이 시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에 사용된 비용은 대략 1억 달러(우리 돈으로 약 1000억 원에 해당)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지방흡입술이 성형외과에서 가장 많이 시술하는 수술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환자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용 관련 의료상담과 정보공유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사이트 리얼셀프(RealSelf)에 등록된 치료 후기를 살펴보면, 지방흡입술의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후기의 대부분은 예전의 몸 상태로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수술 후에는 피부 표면이 쭈글쭈글해지는 현상(lumpiness)이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다수 성형의사들은 지방흡입 시술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인 '음압 지방 흡인술(SAL, Suction-assisted lipoplasty)’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시술은 지방이 많은 부위의 피부를 절개한 후 날카로운 바늘을 삽입해 앞뒤로 움직이면서 파괴된 지방조직을 진공 흡입기로 빨아내는 방식이다.음압 지방 흡인술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지방조직에 국소마취제를 함유하는 다량의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후 기계적인 방식으로 지방조직을 제거하기 때문에, 지방조직을 균일하게 제거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술과정에서 신경이 손상되거나, 다른 신체 조직이 함께 제거되며 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시술 부위의 피부가 주름이 생기면서 재 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한다.
빠르고 안전한 나노기술을 활용한 지방흡입술
기존 지방흡입술의 문제점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SD)의 아다 알무타이리(Adah Almutairi) 교수는 나노입자를 이용한 지방흡입술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냈다.
그녀는 3년 전 아들을 출산하고 늘어난 체중 때문에 고민하다가 평소 연구해왔던 금 나노입자를 지방흡입술에 이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연구를 통해 금 나노입자에 적외선을 비추면 빠르게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항암치료에 이용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이를 지방흡입 수술에 적용해보겠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녀는 우선 나노입자를 지방으로 이루어진 식품에 적용하여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알무타이리 교수는 40나노미터(nm) 크기의 금 나노입자를 버터와 베이컨에 주입한 후, 여기에 800나노미터 파장의 적외선 레이저를 비추자 이내 지방이 녹아서 액체 상태가 되었다. 800나노미터 파장의 적외선 레이저는 제모 시술에 흔히 사용하는 안전한 수준이다.
이 같은 기초 실험을 통해 그녀는 나노입자를 활용하는 기술이 기존의 음압 지방 흡인술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노입자를 주사기로 주입한 후 외부에서 적외선을 조사하여 지방을 녹여 액체로 만든 후 흡입하기 때문에, 주변 조직의 손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본 것이다.
그녀는 이 같은 내용을 자신의 오빠이자 미 네바다대학 의대에서 복원성형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칼리드 알무타이리(Khalid Almutairi) 박사에게 전하면서 의견을 구했다. 동생이 제안한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아 본 칼리드 박사는 이내 동생과 한 팀을 이뤄 나노입자를 동물에 적용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알무타이리 남매는 금 나노입자를 먼저 실험동물의 몸에 주입시켰다. 그리고 그 입자를 근적외선에 노출시키자 주입된 주변을 가열시켜 지방을 액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 지방흡입 수술바늘을 삽입하여 액체 형태가 된 지방과 이 안에 포함되어 있는 나노입자를 빨아냈다. 이와 관련하여 알무타이리 박사는 “기존의 지방흡입술은 바늘을 집어넣어 고체 형태의 지방을 앞뒤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알무타이리 남매와 공동 연구진은 이미 동물실험을 진행하였고, 올해 안에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이들 남매는 UCSD의 도움으로 이 기술에 대해 나노리포(NanoLipo)라는 브랜드를 붙여 특허를 출원했다.
나노리포 기술은 현재 미 샌디에고 지역에 위치한 임상전문 회사인 e-럭스메디컬(eLux Medical)을 통해 전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임상자문을 맡고 있는 레이저 수술전문가 리차드 피츠패트릭(Richard Fitzpatrick) 이사도 지방흡입술에 대해 관심이 높다.
아직 임상연구가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피츠패트릭 이사는 “기존 지방흡입술의 경우 수술 부위의 넓이나 시술 목적에 따라 보통 45분에서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반면에 금 나노입자를 이용하면 수술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고, 부작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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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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