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체를 동해상에 계속 발사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문과 맞물린 정치적 의도와 신형 방사포 시험발사라는 군사적 분석이 교차하는 가운데 북한의 이번 도발로 주변국은 또 다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달 26일 최초에 발사한 3발의 로켓탄은 신형 300밀리미터(mm) 방사포로 추정했다. 그리고 북한은 3일 후인 29일 새벽에 또 다시 사거리 500킬로미터(km)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2발을 동해상에 발사했다. 이어 지난 2일 신형 300mm 방사포 2발을 다시 발사, 도발을 계속 이어나갔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이나 방사포 등의 로켓탄을 번갈아 가며 발사한 건 올해 들어서만 벌써 12번째다.
북한이 올해 3월 4일 첫 선을 보인 300mm 신형 방사포는 수도권 위협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 방사포는 정밀 유도보다는 동시다발적으로 대량 발사해, 한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성능을 갖고 있다.
이에 북한은 방사포의 구경을 계속 늘려 사거리를 증대시켜왔는데 최근에는 기존의 240mm 방사포보다 사거리가 훨씬 늘어난 300㎜ 신형 대구경 방사포를 개발, 정치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형 방사포의 사거리는 우리 군의 중추가 있는 계룡대까지 사정권에 넣고 있어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사한 300mm 방사포에는 GPS 항법유도장치까지 달려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거리 연장에 효과적인 방사포
1941년 6월 21일 독소전쟁이 개전되면서 러시아전선은 일시에 무너졌다. 각 전선에서 파죽지세로 진격하는 독일군을 막을 방법이 소련군에겐 없었다.
중부전선도 사정은 마찬가지이었다. 독일 중부군 선봉부대 제 12기갑사단이 진격중인 구소련의 북부에 소재한 ‘오르샤(Orsha)’시 외곽 지역. 갑자기 맹진격중인 전차군단 위에 멀리서 날아온 불덩이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우박처럼 떨어졌다.
이 공격으로 일거에 선두에 선 수많은 독일군 전차와 장갑차 17대, 화포 15문 등이 파괴됐다. 거의 대대 급에 이르는 수백 명의 사상자들도 발생했다. 뜻밖의 일침에 독일군은 공포에 질렸다. 이것이 바로 자주 다련장 로켓포 ‘카츄샤’의 첫 신고식이었다.
매우 불리한 전황에 소련군 지휘부는 위력도 검증되지 않은 카츄샤포 7대를 다급하게 오르샤로 보냈다. 그리고 다가오는 독일군 기갑부대에 발사했다. 로켓탄들은 굉음을 내면서 독일군 머리 위에 떨어졌다. 그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했고 독일군의 진격을 막는데 성공했다. 2차 대전 후, 각국은 다련장 로켓포의 독자적 생산에 노력했고, 북한 역시 구소련으로부터 기술을 받아들였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공간을 향해 날아가는 발사체인 로켓(rocket)의 앞부분에 탄두를 장착할 경우, 미사일이나 로켓탄이 된다”고 설명한다.
즉, 방사포의 핵심은 로켓 기술이다. 로켓은 추진제가 전체 무게의 70~80%를 차지한다. 특성상 추력 F는 일정한 반면에 연료는 계속 줄어들기 마련이다. 결국 질량 은 계속 작아지는 반면에 가속도는 커져서 로켓의 속도가 계속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이론적 토대는 일반 화포에 비해 다련장 로켓탄이 사거리 증대에 매우 효과적이며 북한군이 방사포에 주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광범위한 지역 타격을 목표로 하는 방사포 체계에 GPS 항법유도장치까지 달아 정밀 타격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사거리 대폭 늘리고 GPS 장착
현실적으로, 포탄의 최대 속도는 초속 1.8km/s를 넘기 힘들다. 이에 비해서 로켓의 최대속도는 이륙중량과 연소 후, 연소가스의 분출속도로 결정되기 때문에 출력이 좋은 연료를 많이 탑재하면 최종속도를 초속 10km/s 이상 올려서 포탄보다 훨씬 멀리 발사할 수 있다.
제작 단가가 싼 방사포는 야포와 미사일에 비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이점도 있다. 이는 방사포가 광범위한 지역에 일거에 화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된다. 구경이 미사일보단 작지만 포탄보다 크기 때문에 화력도 뛰어난 편이다. 여기에다 낙하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떨어지는 로켓탄의 소음은 적군에 대단한 심리적 공포를 안겨주어 그 효과 역시 만만치 않다,
현재 북한군은 기존의 240㎜ 방사포보다 구경이나 사거리를 대폭 늘린 300㎜ 이상의 방사포를 자체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발사한 방사포의 사거리 역시 신형 300mm 방사포로 한·미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사거리면 수도권을 넘어 충청권의 계룡대까지 위협하는 수준이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포에도 한 가지 커다란 단점이 있다. 그것은 유도(Guide)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광범위한 목표지역 타격 개념인 방사포는 한 목표지역에 동시다발적 발사로 궤멸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특징으로 정밀 유도기능을 갖는 일반 포병과 함께 운용해야 하는데 북한군 역시 인민무력부 산하의 포병사령부 및 각급 전술부대에 편제상 방사포부대를 두어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발사 후, 탄도 수정이 가능한 미사일에 비해 탄도 수정이 불가능한 화포와 방사포에 정밀 유도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미사일의 경우, 목표에 명중시키기 위해 관성항법장치 또는 GPS 항법유도장치 등이 스스로 노즐을 조종, 표적을 찾아간다. 이에 비해서 다련장 로켓포와 같은 방사포는 고정 목표에만 쓸 수 있고, 발사 전에 사수가 목표를 정확하게 조준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보도된 북한의 신형 방사포에는 GPS 인공위성 항법유도장치가 달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관을 벗어난 로켓탄을 GPS 수신 장치가 GPS 데이터를 수신, 로켓탄 자신의 현 위치를 목표와 비교해 탄도데이터를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유도항법장치(GNC)가 전방날개를 구동시켜 목표로 정확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07-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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