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신냉전주의’라 불릴 정도로 태평양의 해상주도권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미 해군은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USS ‘줌왈트(DDG-1000)’호의 진수식을 가졌다. 언론에서는 동북아시아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 보도하고 있다.
가공할 최첨단 핵 항모와 핵 잠수함이 대양과 먼 바닷속을 누비는 세상에 그보다 급이 훨씬 낮은 구축함이 과연 상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줌왈트호는 단순한 구축함이 아니라 항모 잡는 킬러로 알려져 있다. ‘바다의 드론’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스텔스 기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지스(Aegis)함과 맞먹는 최첨단 전투체계를 갖추고 있어 항공, 수상, 수중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오는 적의 세력을 제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줌왈트호의 승무원 수는 기존 구축함의 3분의1에 불과할 정도다. 전자동 시스템 덕분이다.
‘꿈의 전투함’이라 불리는 이지스함은 적의 어떠한 항공, 수상, 수중 공격에도 사전에 감지하고 파악하고 함정을 보호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지스 전투체계는 인류가 만든 무기체계 중에 가장 복잡하고 정교하다”고 말한다.
이지스함은 망망대해에 뜬 한 척의 함정이 항모, 잠수함, 함정, 항공기 등의 각종 위협을 모두 격퇴하고 자신과 다른 함정을 보호한다.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한 적 탐지,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무기 결정, 지휘관의 결심에 의한 목표의 정확한 타격을 제어하는 무기통제 체계를 갖췄다. 줌왈트호는 이지스함의 전투체계에다 막강한 화력마저 갖추고 있다.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USS ‘줌왈트
전투기들이 비행갑판에서 발진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캐터펄트에 압력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항공기들은 하나 둘씩 급발진해 윙겨져 나갔다. 바퀴 앞부분의 사출 고정 장치(Launch bar)가 풀리자 전투기들은 쏜살같이 활주로를 날아올랐다.
상공에서 편대장은 무전을 통해 바다 위에 떠있는 수상 전투함 그리고 바닷 속 잠수함과 동시에 통화를 시작했다. 조만간에 전투기들은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목표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적의 함정이다. 아직 적은 전투기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피아 식별 후 공격대형으로 펼친 편대는 공대지 미사일을 하나씩 발사했다.
동시에 전투함에서도 대함 유도탄이 흰 연기를 요란하게 뿜으며 날아올랐다. 수중에선 잠수함의 어뢰발사관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커다란 어뢰들이 발사됐다. 어뢰는 적선의 아래 부분을 겨냥한 채 똑바로 나아갔다. 항공, 수상, 수중으로부터의 동시 공격에 적 함정은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이 함정은 줌왈트호였기 때문이다. 우선 매순간 360도 전 방위를 감시하는 위상배열(AESA) 방식의 'SPY-1D 레이더'가 전투기와 수상함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멀찍이서 포착했다. 이 레이더는 전파의 위상을 바꿔서 1천개의 물체에 대한 동시 탐색이 가능하다.
함장은 육상 및 해상 레이더 그리고 위성과 데이터 링크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이용해 매우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정밀하고도 신속한 탐지와 의사결정 그리고 빠른 요격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지스 구축함은 이런 위협상황에 대비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요격 결정이 내려지면 요격유도탄(RAM) 시스템 및 근접방어 함포체계(CIWS)에 입력되고 바로 유도탄이 날아오른다. 수중음파탐지기는 적 잠수함의 접근 정보를 미리 알아채고 디코이(Decoy)를 발사해 적 어뢰의 방향을 기만시킨다.
이것이 꿈의 방패로 알려진 이지스함의 가상의 전투 시나리오다. 줌왈트호는 이 전투체계에다 막강한 화력을 접합해서 '항모 킬러로 불리고 있다.
로콋모터로 재점화, 사거리 연장
공중, 수상, 수중의 동시다발적 공격을 물리친 구축함의 반격이 시작된다. 목표는 전투기를 발진시켰던 적의 항모. 그 주위에는 항모기동전단에 속한 순양함과 구축함 그리고 수중에는 잠수함이 겹겹으로 지키고 있어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다.
그러나 줌왈트호는 스텔스 구축함이다. 우선 함정의 주 소음원인 추진기, 디젤 엔진, 냉각기 등 동력 부분에 특수 제작된 충격흡수장치를 달아서 소음을 최대한 적게 나도록 하고 레이더의 특성을 고려해 외형을 일정한 각도로 특수하게 설계했다. 즉 배의 겉면이 안으로 들어간 독특한 설계를 통해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을 최대한 줄였다.
아울러 배의 항적을 줄이는 기술을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모든 선박은 추진기를 통해 운행하기 때문에 다닐 때 배의 뒤에 커다란 물결이 나는데 이 항적은 적의 소나 추적에 취약하다”고 설명한다. 줌왈트호는 이를 적게 나도록 설계됐다. 특수 스텔스 도료를 선체 외부에 입혀서 원적외선 열 탐지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줌왈트의 특징은 막강한 화력이다. 줌왈트의 선진함포체계(AGS)는 155mm 주포를 채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GS 체계란 경량화 및 무인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자동장전장치를 통해 함포의 발사속도를 분당 10발 이상으로 높이는 동시에 유도장치로 정확성을 향상시키는 사격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스텔스 기능으로 은밀하게 적 항모에 다가선 줌왈트호는 155mm 함포로 160km까지 포탄을 날릴 수 있다. ‘사거리연장 유도포탄(ERGM)’ 덕분에 가능하다.
이 포탄은 내부에 로켓모터를 장착, 장약의 폭발압력으로 발사된 초기 운동에너지가 중간에 소진되면 이후 로켓 모터가 점화돼 사거리를 늘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포탄의 헤드에는 GPS/INS 유도시스템을 결합한 칩을 장착,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매우 명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기능을 갖춘 줌왈트호의 실전 배치로 인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04-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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