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견된 무인기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서서히 굳어지는 가운데 스모킹 건(Smoking gun)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스모킹 건이란? 말 그대로 연기 나는 총이란 뜻. 살인사건이 난 범죄 현장에서 연기 나는 총을 누군가 갖고 있다면 그 총의 주인이 바로 살인 피의자가 된다. 즉, 변명을 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번 무인기 사건에서 스모킹 건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11일 국방부 중앙합동조사단은 경기 파주, 인천시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에서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기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이 확실시되는 정황근거가 다수 식별됐다”고 밝혔다.
그 근거는 송신기 칩 모델번호 삭제, 비행경로가 군사시설 밀집지역, 형태 제원 등이 국내에서 쓰이지 않은 점, 항속거리가 180~300㎞로 중국이나 일본 등의 주변국에서 날아오기 어려운 점, 무인기에서 채취된 지문 6점이 국내 미등록된 것이란 점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증거들은 어디까지나 정황이지 북한 소행으로 확정지을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스모킹 건이 아니란 말이다.
일반적으로, 무인항공기(UAV)는 조종사 없이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의해 비행체 스스로 주위 환경을 인식, 판단해 자율 비행을 하는 비행체다. 전문가들은 “무인기가 자율비행을 하려면 GPS를 이용한 좌표 비행을 해야 하다”고 말한다. 그 데이터는 모두 무인기의 비행제어시스템(FCC)내의 CPU에 있다.
그것은 현재 국방부 과학조사단이 무인기의 임무명령 데이터가 내장된 CPU 보드의 메모리의 좌표 분석에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GPS 비행 데이터는 과연 스모킹 건이 될 것인가?
GPS 모듈 탑재한 비행제어컴퓨터
무인기가 적군의 지역에 들어가서 정찰을 하거나 아군의 포사격 좌표를 유도하려면 자동화가 필수다. 그것은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우선, 미래 정해진 경로를 따라 비행하는 방법이 있고, 상황의 변화에 대응해 순간적으로 경로를 바꾸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 무인기에는 프로세서, 센서, 액추에이터 등이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장치가 있어서 비행경로를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바로 항법 시스템(Navigation) 이다.
항법 시스템은 현재의 위치로부터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도달하도록 하는 기술. 주위의 지형지물을 토대로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기도 하고, 하늘에 있는 별의 고도와 각도, 관측 시간 등을 고려해 위치를 구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방향과 거리를 측정해 자신의 움직임을 표시해 현재의 위치를 추측하기도 한다.
기존의 관성항법장치는 관성 센서인 자이로(Gyro)와 가속도계의 정보를 이용, 항법 데이터를 계산하지만 기술발전으로 최근에는 GPS를 이용하는 전파항법 시스템이 많이 쓰이고 있다. 이를 위해 무인항공기 내부에는 항법센서, GPS 및 비행제어 컴퓨터, 통신장비, 영상 카메라, 구동제어기, 구동기 등이 동체에 직접 탑재돼있다.
그리고 지상제어시스템은 무인기의 항법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임무를 전송하기 위한 컴퓨터 및 항공기의 이륙 및 비상시 사용을 위한 수동조종기 및 영상을 수신하고,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영상액정 모니터 등으로 구성된다.
GPS 수신기가 장착된 무인기의 경우, 지상과 내부에 장착된 제어시스템에 의해 임무명령 데이터를 받고, 이륙한 후, 입력된 좌표를 따라 비행하면서 사전에 명령받은 좌표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복귀 좌표를 따라 이륙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방법을 취한다. 위도, 경도, 고도, 방향(Heading) 등의 정보를 출력하는 GPS 모듈을 탑재한 비행제어컴퓨터(Flight Control Computer, FCC)는 이중 가장 핵심적인 장비로 알려져 있다.
비행제어컴퓨터의 CPU에는 GPS 비행좌표가 기록돼있다. ⓒ 연합뉴스
출발부터 귀환까지 모든 경로 저장
비행제어컴퓨터(FCC)의 경우, USB 허브와 연결돤 GPS에서 전송되는 위도, 경도, 고도, 속도, 방향 등과 같은 위치정보들과 방향기준장비(Altitude Heading Reference System, AHRS) 등에서 전송되는 각축의 각속도, 각도, 선축가속도 등의 자세정보 데이터를 저장, 연산한 다음에 자동 제어 명령을 생성해 무인항공기를 제어한다. 아울러 지상본부에도 송신해 실시간으로 무인기의 상태확인을 한다.
이 제어컴퓨터에는 여러 알고리즘이 내장돼있다. 이 가운데 무인기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가려면 유도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이 유도 알고리즘은 해당 경로 점을 향해 비행에 필요한 제어 명령을 생성한 후, 이 값을 기준으로 무인기의 자동 비행 제어를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무인기의 방향각을 바꾸려면 입력된 목표지점의 방위각과 현재 무인비행기가 향하는 목표지점과의 방위각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쓰인다. 즉, GPS에서 수신된 무인기의 현재 위도와 경도 그리고 방향 정보를 이용해 설정된 경로 점의 방향각과 무인기의 현재 방향각과의 차이를 컴퓨터에서 계산한다. 다음에 제어기는 이 방향각 오차만큼 선회(Yaw) 제어 명령을 생성, 무인기의 구동기(actuator)를 구동시켜서 선회각을 제어한다.
현재 우리 군 당국은 “무인기 비행을 제어하는 컴퓨터 시스템에 출발과 귀환 장소에 대한 정보가 입력돼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이번 3대의 무인기 사건의 스모킹 건으로 무인기 내부에 장착된 CPU에 입력된 GPS 비행경로가 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합동조사단은 “무인기는 이륙에서부터 사진 촬영, 복귀까지 사전 입력된 GPS 좌표를 따라 비행하는데 GPS 좌표 해독 결과, 이륙에서 복귀까지의 비행 좌표가 북한으로 나오면 북한 소행을 최종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CPU에 저장된 경로 데이터가 남한에서 북한 방향으로 적혀있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북한의 소행이 된다. 결국 스모킹 건은 CPU 칩에 들어있는 것. 따라서 최근의 무인기 사건이 북한 소행인지는 이제 컴퓨터 수색 작업에 의해서 밝혀질 전망이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2@empal.com
- 저작권자 2014-04-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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