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사람들은 악몽에 시달리는 이유를 마음과 몸이 허(虛)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 해결방법으로 밝은 햇볕을 많이 쬐고 환경도 밝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악몽은 그래서 스트레스, 불안, 우울, 죄책감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악몽은 외상을 입은 뒤에 나타나는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 증상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고열이나 REM(Rapid Eye Movement. 급속안구운동), 알코올 급성 해독상태 등에서도 악몽을 꿀 수 있다. 악몽은 항상 REM 수면 상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REM 수면이 왕성한 새벽에 많이 꾼다.
주로 3~5세 사이의 어린 아이 중 10~50%가 심각한 악몽을 꾸며, 성인의 50% 정도는 일시적인 악몽을 경험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길고 정교한 꿈 속에서 악몽이 이루어지며, 대부분 잠에서 깨어나면 끝나게 된다.
하지만 종종 잠에서 깨어나도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완전한 각성상태로 돌아오면서 꿈의 내용을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주로 추적, 공격, 손상 등 절박한 신체적 위험과 관계된 것이 많다. 실제적인 사건과는 무관하게 나타난다.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성장하면서 차차 좋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은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정기적인 악몽이 정신장애의 초기 경고 사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무심코 지나가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올해 3월 영국 워릭대학의 연구진은 ‘수면’저널을 통해 이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였다.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이 악몽을 겪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더 심각한 무언가의 사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약 6800명을 대상으로 최고 12세까지 추적 관찰하였고, 부모들에게는 정기적으로 아이들의 수면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연구의 끝에서는 환각,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경험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 결과, 어린이들은 대부분 악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37%는 연속적으로 몇 년 동안 악몽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1명은 3~7세 사이에 주로 악몽을 꿨다. 중요한 것은 악몽과 공포에 장기적으로 시달린 아이들 1000명 중 47명이 나중에 정신병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집단 괴롭힘 또는 초기 생활에서 다른 충격적인 일이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악몽과 정신병의 관계가 분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악몽이 정신장애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수면 무호흡증 심할수록 악몽 기억 안나
일반적으로 꿈은 자고 일어나면 잊혀지기 때문에 그런 꿈을 꾼지 조차 이해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악몽이 건강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심한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일 수록 악몽을 기억할 확률이 낮으며, 악몽을 잘 기억하는 사람들은 수면무호흡증과는 거리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임상 수면 의학 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을 통해 발표된 미국 콜로라도 대학 의과대학의 수면장애센터 짐 파겔 박사팀의 연구결과이다. 이들은 평균 50.5세의 성인 38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대상의 67%는 남성이었고, 이들의 평균 무호흡지수는 34.8였다. 연구결과 수면 무호흡증이 심할수록 악몽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주 1회 악몽을 기억하는 비율이 수면 무호흡증이 아예 없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높았는데, 그 비율은 71.4%로 나타났다.
경미한 수면 무호흡증 사람들은 43.2%가 여기에 해당되며, 무호흡지수가 40이 넘는 심한 수면 무호흡증 환자들은 아주 드물게 악몽을 기억했다. 악몽은 수면 무호흡증 환자들이 자주 꾸는 것으로 보고되었던 기존의 연구와는 조금 다른 결과를 가지고 왔다.
연구팀은 수면 무호흡증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게 되면, 악몽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았다. 악몽으로 인해 잠에서 깨고 다시 잠드는 것이 어렵게 되면서 REM 수면이 지속되기 때문에, 수면 무호흡증과 악몽의 기억이 연관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꿈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꿈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자주 깬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REM 수면 중에는 기억에 관여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을 자주 꾸게 될 때에는 수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만약 현실에서 어떤 일에 몰입하고 있다면, 꿈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는 모습일 수 있다. 이런 꿈이학습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로버트 스틱골드 박사팀의 연구 결과이다.
연구팀은 99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미로탈출 게임을 하게 한 뒤,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2시간 동안낮잠을 자거나 깨어있도록 했다. 그리고 5시간 후, 다시 미로탈출 게임을 하게 했다. 그 결과, 낮잠을 자는 동안 미로 꿈을 꾼 사람들은 게임을 다시 했을 때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0배나 좋은 성적을 냈다.
반복되는 악몽이 현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연구도 있다. 독일 정신건강중심연구소 마이클 슈레들 박사팀은 악몽과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몸이 마비되어 꼼짝 못하는 등의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관련 질환을 겪을 위험이 5.7배가 높게 나타났다.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들은 불면증 위험이 높고 낮 시간에 피로를 많이 느끼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같은 정신관련 질환을 겪을 위험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고대에 꿈은 깨어 있는 상태의 현실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지녀서 그에 대한 해석은 신의 뜻에 대한 해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꿈은 상상적인 심상일 뿐, 그에 대한 해석은 무의식에 대한 해석이라는 견해가 일반화되었다.
프로이트는 꿈은 해석으로 존재한다고 보았다. 꿈의 모든 요소가 해석가능한 의미로, 억압을 걷어내어 의미를 복구하는 절차로 본 것이다. 존재론적 관점에서 꿈이 갖고 있는 위상을 인정한 것이다. 꿈을 바라보는 시각은 학자마자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꿈은 사람의 현실과 과거, 때로는 미래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무호흡지수 : 잠자는 시간 당 숨이 멈추는 횟수. 무호흡지수가 높을 수록 위험하다. |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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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4-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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