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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4-04-03

다시 시작된 결핵의 역습 변종 결핵균의 등장과 항생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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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예방의 날인 3월 24일이 포함된 지난 한 주간은 정부가 지정한 결핵예방의 주간이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결핵예방 주간 동안 결핵예방 및 조기검진 홍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에 씌워진 결핵 후진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다.

▲ 지난 주간은 정부가 지정한 결핵예방의 주간이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결핵 발생률과 유병률, 그리고 사망률이 가장 높았고, 또한 여러 약물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결핵인 다제내성 결핵의 환자수도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이 후진국 병으로 불리는 이유

결핵은 마이코박테리아 튜버클로시스(Mycobacterium tuberculosis)라는 세균에 의해 일어나는 고병원성 질병으로 주로 폐에서 발생한다. 결핵은 1960년대 이후 완전히 근절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HIV나 면역계를 공격하는 다른 바이러스들의 증가 및 마약의 보급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급속도로 부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결핵은 후진국 병으로도 불린다. 결핵을 포함한 몇몇 질병들이 후진국 병이라 불리는 이유는 환자들의 경우 장기간 동안 약을 복용해야 하고, 국가는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발생률을 낮출 수 있는데, 후진국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왜 결핵 후진국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결핵의 특성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가진 비극에서 찾을 수 있다. 결핵은 감염 이후 발병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성 감염병인데, 한국전쟁으로 결핵이 크게 유행했던 1950~60년대에 결핵균에 감염됐다가 이후 다시 발병한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 결핵을 일으키는 마이코박테리아 튜버클로시스 ⓒ질병관리본부

따라서 정부는 지난해 결핵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노인 및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검진 확대와 접촉자 조사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오는 2020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10만 명 당 40명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결핵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다수의 결핵균은 질병으로 발전하지 않고 잠복된 상태로 존재하지만, 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면 즉시 발병한다.

결핵이 발병하면 기침이 2~3주 동안 이어지고 가래와 발열, 그리고 무력감 및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의사들은 “만약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 결핵을 의심해 봐야 한다”면서 “반드시 검진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검사 후 결핵으로 판정되면 6~18개월 동안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료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 하지만 문제는 약물을 복용하여 증세가 호전되면 환자 스스로가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임의로 약을 끊거나 복용량을 줄이면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는 결핵

결핵이 다시 유행을 하고 있는 경향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경우도 가장 부유하다는 중국 남부 광둥성에 결핵이 유행하고 있어 지역 보건당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광둥성 보건당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광둥성에서 새로 발생한 결핵 환자 수는 66,000명에 달한다. 신규 환자 중 유동인구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감염확대를 막기가 어렵고 또한 여러 약물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더딘 결핵인 다제내성 결핵도 많아져 치료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상황은 이보다 좀 더 심각하다.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세인트페테르스부르크 지역에 있는 결핵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서 새로운 변종 결핵균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 성유다 병원의 리처드 리 박사 ⓒSt. Jude 병원

이 병원의 의료진에 따르면 발견된 변종 결핵균은 다양한 약에 대한 저항성을 갖도록 진화하고 있어서 이 결핵균이 일으키는 다제내성 결핵의 증상도 심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기존의 결핵균들보다 효과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독특한 전염 경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러시아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소식에 세계보건기구(WTO) 소속의 역학자인 크리스토퍼 다이(Christopher Dye) 박사는 “그동안 다제내성 결핵을 유발시키는 약물저항성 결핵균의 존재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 왔지만, 이번 러시아에서 발견된 변종 결핵균의 약물 저항 능력은 충격적”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결핵이 전염될 지 정말로 두렵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결핵균이 다시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 인류는 적잖게 당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팔짱만 낀 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의 의료진들이 결핵 퇴치를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미국 성유다 병원의 연구진이 약물 저항성 결핵균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들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Sciencedaily는 성유다(St. Jude) 병원의 연구진이 개발한 항생제인 스펙티나마이드(Spectinamides)는 결핵균에는 효과가 없었던 기존 항생제인 스펙티나마이신(Spectinomycin)의 화학 구조를 변화시킨 약물이라고 보도하면서, 이 새로운 항생제가 결핵균에 감염된 마우스들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었으며 약물 저항성 결핵균 변종에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결핵 치료에는 아이소니아지드(Isoniazid)나 리팜피신(Rifampicin)과 같은 오래된 약물들을 1차 치료제로 이용되고 있다. 이들 약물들을 통해 효과를 보지 못할 때에는 카나마이신(Kanamycin)이나 아미카신(Amikacin)과 같은 2차 약물을 투여한다.

문제는 2차로 사용되는 약물들이 부작용이 많다는 점이다. 이번에 개발된 항생제는 단백질 합성을 담당하는 리보솜(ribosome)의 기능을 차단하는 형태로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훨씬 덜하고 기존 약물과의 병행 사용으로 치료효과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개발을 주도한 성유다 병원 화학생물학 및 치료제부의 리처드 리(Richard Lee) 박사는 “이번 연구는 천연물에서 유래한 오래된 항생제를 다시 설계하여 얻어진 반합성 물질이 결핵균의 약물 저항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항생제가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신속하게 결핵을 치료하는 길을 열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4-04-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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