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전염’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왜냐하면 전염이라는 단어는 ‘병이 남에게 옮음’이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습관, 분위기, 기분 따위에 영향을 받아 물이 든다는 뜻도 있다.
전염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바로 의학 분야이다. ‘감기가 전염된다’ 혹은 ‘병이 전염된다’라고 표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전염되는 것이 비단 질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품부터 사람의 감정까지 전염되는 것은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감정 전염은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행복감을 느끼고, 반대로 내가 슬프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슬픔을 느끼는 것. 이것을 ‘공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공감 역시 사람의 감정이 전염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이다.
▲ 사람의 감정 역시 감기처럼 전염된다.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행복바이러스'라는 말은 행복도 바이러스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뜻으로, 행복한 사람 옆에 있으면 자신도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말한다. ⓒScience Times
미디어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행복 바이러스’이다. 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행복 바이러스 덕분에 나도 행복해진다는 것인데,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행복도 감기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이 남녀 1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이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만족, 불만족, 중립으로 구분하고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감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추적,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 행복을 느끼는 감정은 감기처럼 전염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행복의 감정을 전달받은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중립 단계의 감정 상태로 돌아왔다. 이때에는 감정에도 면역력이 생겨서 행복한 사람과 접촉을 해도 그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스갯소리에 폭소를 터뜨리는 등의 순간적 감정이 아니라 생활 전반의 만족도를 조사한 것으로, 행복한 감정의 사람과 접촉했을 때 전염 확률이 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2010년 7월 ‘The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를 통해 발표되었다.
SNS를 통해서도 사람의 감정이 감염되기도
재미있는 것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다른 사람의 감정이 전염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연구팀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을 통해 게재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글을 게시할 경우, 긍정적인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반면 부정적인 글을 올리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부정적인 글보다는 긍정적인 글의 전염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학의 의과대학 의전유전학과 제임스 파울러 교수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이유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감정을 교류하기 위한 것으로, 특히 나쁜 감정보다는 좋은 감정이 더 쉽게 전파된다고 밝혔다. 많은 선행연구들이 이미 감정이 전염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왔으며, 이것이 낯선 사람에게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1180일 동안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 100곳에서 업데이트 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글들을 분석하였다. 글을 게시한 사람들의 신원은 고려하지 않았으며, 글의 내용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자동분석한 결과이다.
한 사람의 감정이 지역을 넘어 넓게 전파되고 있는 경향을 발견했다. 이는 한 사람의 감정 변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곧 정신 및 신체 건강을 개선하는데도 이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소셜 네트워크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전염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수도 하품도 일종의 ‘감정의 전염’이다”
이런 감정의 전염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박수나 하품이다. 예를 들어, 어느 공연장에 갔을 때 똑같은 공연을 봐도 사람마다 보여주는 감정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박수는 공연이 훌륭했다는 것을 뜻하고, 하품은 공연이 지루했다는 것을 뜻한다. 개인적인 평가에 따른 해석이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리처드 만 교수팀은 청중의 박수에 숨어 있는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동일한 학생이 같은 내용의 발표를 다른 그룹 6개에 하도록 연구팀은 지시했다. 각 그룹은 학생 13~20명으로 구성되었는데, 발표가 끝났을 때 청중이 보인 반응은 매우 다양했다.
어떤 그룹은 청중 한 명당 평균 10번 손뼉을 쳤지만, 청중 한 명당 겨우 평균 3번만 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청중의 환호와 발표 내용의 수준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진은 청중의 박수는 한두 명이 결정한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나머지가 그들을 동조해 함께 박수를 쳤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2013년 6월 국제 학술지인 영국 왕립협회 인터페이스(JRSI) 인터넷 판을 통해 발표되었다. 연구를 진행한 만 교수는 옆 사람이 박수를 치는지보다 박수 치는 사람의 숫자에 의해 감정 전염 여부가 결정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만 교수는 감정전염이 일어나는 이유는 굳이 튀는 행동을 해서 눈총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수가 일종의 사회적 행동으로서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