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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4-02-25

조작설에 휩싸인 혁명적 만능세포 그림 오류 발견 및 재현 실험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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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일본의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가 개발한 ‘자극 촉발 만능세포(STAP)’ 논문이 게재되자 전 세계 과학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쥐의 비장에서 채취한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를 시큼한 주스 정도의 약산성 용액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배양하면 며칠 후에 신경, 근육, 피부, 뇌, 폐, 간 등 어떤 조직으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혁명적인 연구결과라는 절찬이 이어진 것.

그런데 흥분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지난 14일 오보카타 박사가 소속된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오보카타 하루코의 연구에서 이상이 발견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네이처에서도 대변인이 나서서 “우리는 그 사건에 주목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처의 권두논문으로 실린 오보카타 박사의 STAP 세포는 지금까지 제시된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비해 뛰어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성공률이 낮을뿐더러 난자 사용으로 인해 생명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박사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다.

▲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가 STAP 세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체세포에 4가지 유전자 발현인자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iPSC의 경우 역분화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며, 그중 일부는 암에 관련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임상에 적용하기에 앞서 보다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한 iPSC의 전환율은 약 1%밖에 되지 않으며 배양에 소요되는 기간도 몇 주의 시간이 필요하는 등 여러 가지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해 STAP 세포는 평균 25%의 세포가 약산이나 세포막에 가하는 물리적 압력 등의 자극촉발 과정에서 살아남고 그중 30%가 만능세포로 전환될 만큼 효율성이 높으며, 배양 기간도 1주일밖에 소요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가장 놀라운 사실 중의 하나는 STAP 세포가 태반 조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태반 조직은 지금껏 유도만능줄기세포나 배아줄기세포도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반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자궁에 옮길 경우 스스로 태반을 만들고 아기로 성장할 수 있는 세포라는 의미다.

따라서 유도만능줄기세포의 개발자인 야마나카 신야 박사조차 “임상적용이라는 현실적 관점에서 볼 때 STAP 기술이 iPSC 유사세포를 만드는 새로운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논평을 냈다.

진화 개념에 역행하는 메커니즘 지적

사실 오보카타 박사의 STAP 세포는 너무 혁명적이라 1년 전 네이처에 논문을 투고했을 때는 퇴짜를 맞기도 했다. 과거 수백 년의 생물세포학 역사를 우롱하는 내용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 같은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 오보카타 박사는 논문 속의 만능세포가 이미 존재하는 만능세포가 아니라 성숙한 세포에서 전환된 세포라는 사실을 입증시켜야 했다.

오보카타 박사는 성숙성을 판정하기가 비교적 용이한 림프구에 자극을 촉발시키는 방법을 택한 다음 그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함으로써 마침내 네이처로부터 연구결과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보카타 박사의 STAP 세포는 왜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진상조사를 받게 되었을까.

오보카다 박사의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일각에서는 그 배양과정의 단순성으로 인해 회의론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과학자가 미국의 분화 줄기세포 연구자인 폴 크뇌플러 캘리포니아대 교수다. 그는 STAP의 방법과 결과가 너무 비논리적이며, 진화 개념에 역행하는 메커니즘이라고 비판했다.

즉, 평범한 성숙 세포가 약산이나 물리적 압력 등의 자극이 가해졌을 때 쉽사리 촉발돼 발달단계의 시기로 되돌아간다면 그것은 분명 유기체에 해로운 일이 된다. 따라서 그 같은 작은 스트레스 요인만으로 다른 조직으로의 분화능력을 지닌 세포 변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화가 진행되어야 했다는 것.

게다가 지난 2011년 오보카타가 발표한 논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최근 과학 관련 블로그에서 제기됐다. 그것은 성체조직에서 다분화능 줄기세포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인데, 첨부된 그림에서 특정 줄기세포 마커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 그려진 작대기가 뒤집혀 있다는 것. 더 심각한 문제는 그 그림 중 일부분이 다른 그림에서도 사용되었으며, 거기서는 또 다른 줄기세포 마커를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네이처에 발표된 STAP 세포 논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림 중 유전체 분석에서 끼워넣기를 한 흔적이 있으며, 외견상 거의 동일해 보이는 태반 이미지가 서로 다른 도표에 중복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네이처 뉴스팀이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의 저명한 줄기세포 과학자들 가운데 오보카타 박사의 연구결과를 재현하는 데 성공한 이가 한 명도 없었다. 또한 폴 크뇌플러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진행한 검증에서도 9곳의 실험실이 부정적 결과를 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STAP 세포 제작 프로토콜 책자 발간 계획

논문에 사용된 그림의 오류 문제와 함께 연구결과를 재현하기가 힘들다는 보고가 빗발치자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네이처에서 각각 진상조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연구결과가 재현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STAP 세포를 만드는 프로토콜 자체가 논문에 발표된 것보다 훨씬 더 복잡미묘해서 재현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야마나시 대학의 복제 전문가인 테루히코 와카야마 교수조차 결과를 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논문이 발표되기 전에 별도로 자신의 실험실에서 대학원생들과 실험결과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사전에 오보카타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는 것. 그 후 테루히코 교수가 다시 독자적으로 진행한 재현 실험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TAP 세포 논문에 교신저자로 참가한 하버드 의대의 찰스 바칸티 교수는 “실험결과 재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실험결과 차이로 인한 불필요한 혼동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곧 프로토콜을 책자로 발간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문 조작 소동에 대한 과학계의 대체적인 반응은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네이처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STAP 세포가 어떤 작용을 통해 만능세포로 발현되는지의 과정을 밝히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4-02-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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