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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02-12

개가 군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람보다 10만 배나 뛰어난 후각과 조건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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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유투브에 올라온 한 장의 전쟁 포로 사진이 네티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사진 속의 전쟁 포로가 다름 아닌 개(犬)였기 때문이다. 아프칸서 미군과 대치 중인 탈레반 반군이 잡은 포로는 미군의 군견이었고, 이 사진이 온라인상에 공개된 것.

실제로, 얼마 전에 탈레반의 미군기지 공격 당시에 군견 한 마리가 실종됐음을 미 군당국도 시인하는 가운데 이 사실은 워싱턴포스트지에 의해 보도됐다. 공개된 영상에서 군용 조끼와 같은 것을 몸에 두른 이 군견은 다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주었다. 

▲ 오늘날에도 군대에서 군견의 활용도는 큰 편이다. ⓒ연합뉴스

개가 군견으로 전쟁에 쓰인 지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5세기 중반부터 16세기 후반까지 일본 열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전국시대에도 개가 통신 수단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각 지역에서 발흥한 다이묘들의 패권 다툼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투가 벌어졌고, 개는 중요한 통신 수단으로 쓰였다는 것. 

각종 권모술수 등이 난무하는 이합집산의 난세에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변한 상대방의 공격 기도를 아군 측에 빨리 알리기 위해선 신속한 방법이 필요했다. 이때 가장 빠른 수단은 봉화였으나 비가 오는 우기에는 효과가 없었다.

이에 사람을 전령으로 보내기도 했지만 동물보다 속도가 느렸고, 비둘기의 다리에 서신을 묶어 날리는 전서구(傳書鳩) 등도 이용됐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이를 위해 개의 목에 편지를 달아매서 통신 수단으로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개는 멀리 떨어진 목적지를 어떻게 찾아갈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개는 사람보다 10만 배나 뛰어난 후각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타고난 후각과 청각 능력은 개가 군견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개에겐 또 하나의 능력이 있다.

전차 파괴의 임무를 띤 자폭견

아프가니스탄에서 군견을 먼저 활용한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구소련이었다. 훨씬 이전부터 구소련은 개를 군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1924년에 소련의 혁명 군사위원회는 개를 군견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구조, 수색, 정찰, 지뢰 제거 등의 임무를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모스크바 근교에 약 12개의 군견 훈련소가 세워졌다. 아울러 체계적인 군견 훈련을 위해 전문 훈련사 양성에도 신경을 썼고, 개의 특성을 알기 위한 과학적 이론 구축에도 신경을 썼다.

이때 이용된 이론이 바로 소련의 유명한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Ivan. F. Pavlovp)의 조건반사 원리이었다. 파블로프는 우연히 개가 먹이를 먹지 않고도 침을 흘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을 거듭한 끝에 그는 ‘파블로프의 개’로 유명한 조건반사 이론을 만들어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개는 먹이를 먹으면 침을 흘리는데, 이는 무조건 반사에 의한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이다. 그 다음으로 개에게 먹이를 주기 직전에 종소리를 들려주는 과정을 반복하면 결국 개는 종소리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침을 흘리게 된다. 이 조건반사 이론은 후에 군견 훈련에 크게 활용되고 있다.

▲ 군견은 민첩성, 체력, 용맹함 그리고 뛰어난 후각을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

1941년 6월 독소불가침 조약의 폐기와 함께 독일군은 전차군단을 선봉으로 소련 국경을 넘어서 쳐들어갔다. 이에 맞선 소비에트 정부는 초토화 작전을 벌이며 안전한 우랄산맥 뒤로 군수공장을 이전시키는 동시에 파죽지세로 공격해오는 독일 기갑부대의 진격속도를 늦추는 지연전술을 폈다. 그중 하나가 개를 이용한 ‘대전차 자폭견(Anti-tank dog)’이었다.

전쟁 전부터 개 4만 마리를 훈련시킨 소련군은 독소전 개전과 함께 전황이 다급해지자 자폭견을 실전에 투입했다. 자폭견의 몸에 무게 10∼12kg의 특수 지뢰 방식의 폭탄을 묶은 가방 2개를 부착시킨 후 적의 탱크로 기어들어가게 하는 것이었다.

안전핀이 사전에 제거된 폭탄 위에는 기폭장치 역할을 하는 20cm 길이의 안테나가 달려 있어 배가 고픈 개가 늘 하던 식으로 탱크 아래로 기어 들어가면 탱크 바닥에 안테나가 닿아 신관을 작동시켜서 폭탄이 터지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로 끝났고, 이 계획은 완전히 폐기됐다. 실패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선천적 능력 그리고 후천적 훈련  

자폭견들은 독일군 전차로 달려들지 않고 오히려 자국군인 소련군 탱크로 달려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우선, 소련군은 평소에 대전차견을 훈련시킬 때, 독일군 전차가 아닌 자국군 전차로 훈련을 시켰다. 독일군의 전차는 주로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 반면에 구소련 전차는 주로 경유를 쓰는 디젤 엔진이었다. 디젤 엔진의 냄새로 훈련받은 자푝견들이 냄새에 친숙한 자국군의 전차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의 뛰어난 후각은 군견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지난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체포 작전에서 벨기에 말리노이즈 종의 미 군견은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개는 군견으로 이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가 탐지견이다”라고 말한다. 사람보다 최소 1만 배에서 최대 10만배에 이르는 매우 예민한 후각을 지닌 개는 인체에서 분비되는 페로몬의 냄새를 맡고서 사람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100개의 지령을 이해할 수 있는 지능과 기억력은 조건반사 훈련을 통해 군견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데 일조한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0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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