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구조로 이뤄진 뇌. 뇌에는 신경시스템이 무수하게 존재해 그 구조를 알아가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 우리 뇌의 신경시스템은 수많은 뉴런(neuron)이 복잡하게 구성돼 얽혀있는 신경회로로 구성돼 있다.
뇌의 신경회로는 구조가 복잡하긴 하지만 그것을 명확히 파악할 경우 암세포나 줄기세포 증식과 같은 세포현상을 제어할 수 있어 미래 의료기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언급되고 있다.
‘뇌 설계도’ 알아가는 밑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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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뇌를 이루는 복잡한 신경회로망의 발달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바이오칩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남윤기 교수와 장민지, 주성훈 연구원, 고려대 의대 선웅 교수와 김운령 연구교수 등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해당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학술지인 ‘랩온어칩(Lab on a Chip)’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뇌는 정말 복잡합니다. 사람 뇌의 경우 대략 1천억 개 이상의 뉴런과 그의 10배 이상 되는 교세포들이 얽혀 있어요. 그렇다고 세포들이 아무렇게나 얽혀 있는 것이 아니라 위치마다 세포들의 배열상태가 다르죠. 특히 뉴런들의 연결 상태는 모두 다릅니다. 서로 다른 뇌 영역은 서로 다른 회로 구조를 갖게 되고 각각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돼 있죠. 복잡한 신경회로망의 발달과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다른 기능을 가진 신경회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마치 같은 전기 소자들을 갖고 어떤 회로를 만드느냐에 따라 컴퓨터 칩이 될 수 있고 그래픽카드가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죠.”
신경회로망의 발달과정 조절이 가능케 되면 먼 미래에는 신경세포를 원하는 대로 배열하고 연결상태를 직접 조작해 새로운 기능을 가진 신경회로를 만들 수 있다. 마치 컴퓨터 기판을 디자인 해 CPU를 만들 듯 말이다. 보다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연결 상태가 어떤 기능과 연관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으므로 연구를 수행할 경우 뇌 설계도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케이블 역할을 하는 축색돌기를 통해 1만 여 개의 세포와 연결돼요. 축색돌기에서 뻗어 나오는 가지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으면 자폐나 퇴행성 질환 등 신경질환을 일으킬 수 있죠.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신경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할 경우 축색돌기가지가 무질서하게 자라고 서로 얽히기 때문에 정량적 분석이 어려웠어요.”
이에 따라 연구팀은 신경세포 배양에 널리 활용되는 폴리라이신이 격자형태의 점들로 촘촘히 찍혀져 있는 손톱 크기의 바이오칩을 제작했다. 신경세포를 배양한 결과 축색돌기가지가 주로 폴리라이신이 찍힌 점에서 생성되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반면 패턴 없이 폴리라이신이 전면에 코팅된 바이오칩에서는 신경세포의 축색돌기가지가 무작위로 뻗어 나가더군요. 이번 연구로 바이오칩의 패턴을 따라 신경세포가 뻗어 나가는 위치와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인공 신경회로망 이외에도 암세포나 줄기세포 증식 같은 세포현상을 제어하는 바이오칩 개발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선 교수팀은 살아있는 동물에서 실험하지 않고 배아로부터 신경세포를 꺼낸 후 체외에서 새포를 배양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단순화된 체외배양 모델을 이용하는데 이 경우 배아에서 신경세포를 꺼낼 때 위치정보나 연결정보 등을 잃게 되므로 다시 세포들이 배양 조건에서 신경망을 형성할 때는 연결상태가 무작위적으로 이뤄진다.
“이처럼 신경회로망을 원하는 대로 유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미세유체역학을 이용해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는 배양장치를 만든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거든요.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경우 공정 자체가 복잡해 가격과 노력 면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죠.”
융합연구로 극복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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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연구 과정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 교수팀이 택한 방법은 ‘융합’이었다. 선 교수는 “나는 신경발생생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세포배양은 많이 해봤지만 전자회로나 소재 분야 등에서는 문외한”이라며 “우연한 기회에 카이스트(KAIST)의 남윤기 교수님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남 교수님이 미세도장을 이용해 바닥에 특정한 단백질을 붙이고 이러한 모양 위에 신경세포를 키우면 신경세포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신경세포 회로를 조절하는 간단한 공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연구를 진행하며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신경세포가 성장할 때 연구진이 미세도장을 만들어 놓은 작은 점들을 징검다리처럼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세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닥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붙을 수 있는 자리를 제한해 주다보니 세포가 점들을 이용해 징검다리 모양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런 모양으로 자라다보니 신경세포에서 나오는 액손이 직선형으로 자라나요. 원래 액손은 가지를 내서 주변세포와 접촉해 신경회로를 형성하는데 저희가 발견한 현상은 이 가지가 징검다리로 같은 모양으로 생겨난다는 것이었어요. 이러한 특성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회로망으로 점 하나하나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선웅 교수팀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다른 과제를 준비하다가 우연한 계기에 맞닥뜨리면서다. “원래 처음에는 배양상태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 신경망과 비슷한 회로를 구현해 보고자 했어요. 과정 중에 화학적 신호와 물리적 자극 등 아직 연구자들이 해보지 않은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됐죠.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이해뿐 아니라 공학적인 해결책도 가져야 해요. 둘 중 하나만 갖고는 중요한 부분에서 돌파하기 어렵죠. 마침 저하고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남윤기 교수님을 뵌 것이 생각뿐이던 연구를 실제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융합연구로 난제를 극복했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융합을 위해 모이는 것은 또 다른 난제로 작용했다. 그는 연구 과정을 회상하며 슬며시 웃음을 지어보였다.
“융합 연구인만큼 이번 연구는 도전과 흥미를 자극했던 건 분명해요. 실제로 융합연구를 하려면 완전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서 일해야 해요. 그런데 난제는 바로 여기서 일어나요. 분야별로 사용하는 용어가 외국어 수준으로 다르다는 것이죠. 그런 점 때문에 토론할 때 의사소통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공학은 수학을 바탕으로 개념을 잡는 반면, 생물학은 수학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때문에 개념을 이해하거나 토론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점도 있었어요. 반대로 우리 팀에서 신경세포 발생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를 하면 남 교수님 팀에서도 이해하지 못하셨겠죠. 실제 공동연구는 3년째인데 이젠 서로 많이 이해하고 그만큼 융합적 능력도 높아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특히 함께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을 융합적 인재로 키우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이번 연구는 앞으로 다양한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선 교수에 따르면 미세전극 기술과 접목할 경우 신경회로망을 만들 수 있으며 해당 회로의 활성은 점 모양의 전극을 통해 전기신호로 검출하는 신경신호 분석칩으로 응용할 수 있다. 현재 유사한 형태의 신경칩은 일부 연구팀에서 제작해 사용 중에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신경활성 조절 약물의 대량 스크리닝 기술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세포 성장을 정량화하기 위해서는 세포 성장 모양이 단순할수록 유리해요. 저희가 만든 칩 위에는 세포 모양이 격자 형태가 되기 때문에 신경세포의 복잡도를 보다 단순하게 정량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칩을 기반으로 신경세포 성장 정량화 및 성장 촉진 인자 발굴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격자 기반 정량화 프로그램은 카이스트(KAIST) 연구팀에서 제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성능 테스트도 저희와 함께 하고 있죠.”
현재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신경줄기세포의 분화 및 신경망 형성 제어 기술을 만들고 있다. 선 교수는 “앞으로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연구 응용에 대한 많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도출했다. 통상 5년이 걸리는 연구가 불과 2년 만에 결실을 맺은 만큼 융합연구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고 선 교수는 덧붙였다.
“연구 결과를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러다보니 생각지 못한 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죠. 앞으로도 융합연구를 통해 많은 과제를 진행해 새로운 발견과 기술 개발을 일구고 싶습니다.”
뇌의 신경회로는 구조가 복잡하긴 하지만 그것을 명확히 파악할 경우 암세포나 줄기세포 증식과 같은 세포현상을 제어할 수 있어 미래 의료기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언급되고 있다.
‘뇌 설계도’ 알아가는 밑작업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뇌를 이루는 복잡한 신경회로망의 발달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바이오칩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남윤기 교수와 장민지, 주성훈 연구원, 고려대 의대 선웅 교수와 김운령 연구교수 등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해당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학술지인 ‘랩온어칩(Lab on a Chip)’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뇌는 정말 복잡합니다. 사람 뇌의 경우 대략 1천억 개 이상의 뉴런과 그의 10배 이상 되는 교세포들이 얽혀 있어요. 그렇다고 세포들이 아무렇게나 얽혀 있는 것이 아니라 위치마다 세포들의 배열상태가 다르죠. 특히 뉴런들의 연결 상태는 모두 다릅니다. 서로 다른 뇌 영역은 서로 다른 회로 구조를 갖게 되고 각각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돼 있죠. 복잡한 신경회로망의 발달과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다른 기능을 가진 신경회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마치 같은 전기 소자들을 갖고 어떤 회로를 만드느냐에 따라 컴퓨터 칩이 될 수 있고 그래픽카드가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죠.”
신경회로망의 발달과정 조절이 가능케 되면 먼 미래에는 신경세포를 원하는 대로 배열하고 연결상태를 직접 조작해 새로운 기능을 가진 신경회로를 만들 수 있다. 마치 컴퓨터 기판을 디자인 해 CPU를 만들 듯 말이다. 보다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연결 상태가 어떤 기능과 연관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으므로 연구를 수행할 경우 뇌 설계도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케이블 역할을 하는 축색돌기를 통해 1만 여 개의 세포와 연결돼요. 축색돌기에서 뻗어 나오는 가지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으면 자폐나 퇴행성 질환 등 신경질환을 일으킬 수 있죠.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신경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할 경우 축색돌기가지가 무질서하게 자라고 서로 얽히기 때문에 정량적 분석이 어려웠어요.”
이에 따라 연구팀은 신경세포 배양에 널리 활용되는 폴리라이신이 격자형태의 점들로 촘촘히 찍혀져 있는 손톱 크기의 바이오칩을 제작했다. 신경세포를 배양한 결과 축색돌기가지가 주로 폴리라이신이 찍힌 점에서 생성되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반면 패턴 없이 폴리라이신이 전면에 코팅된 바이오칩에서는 신경세포의 축색돌기가지가 무작위로 뻗어 나가더군요. 이번 연구로 바이오칩의 패턴을 따라 신경세포가 뻗어 나가는 위치와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인공 신경회로망 이외에도 암세포나 줄기세포 증식 같은 세포현상을 제어하는 바이오칩 개발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선 교수팀은 살아있는 동물에서 실험하지 않고 배아로부터 신경세포를 꺼낸 후 체외에서 새포를 배양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단순화된 체외배양 모델을 이용하는데 이 경우 배아에서 신경세포를 꺼낼 때 위치정보나 연결정보 등을 잃게 되므로 다시 세포들이 배양 조건에서 신경망을 형성할 때는 연결상태가 무작위적으로 이뤄진다.
“이처럼 신경회로망을 원하는 대로 유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미세유체역학을 이용해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는 배양장치를 만든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거든요.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경우 공정 자체가 복잡해 가격과 노력 면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죠.”
융합연구로 극복한 한계
앞서 언급한 연구 과정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 교수팀이 택한 방법은 ‘융합’이었다. 선 교수는 “나는 신경발생생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세포배양은 많이 해봤지만 전자회로나 소재 분야 등에서는 문외한”이라며 “우연한 기회에 카이스트(KAIST)의 남윤기 교수님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남 교수님이 미세도장을 이용해 바닥에 특정한 단백질을 붙이고 이러한 모양 위에 신경세포를 키우면 신경세포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신경세포 회로를 조절하는 간단한 공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연구를 진행하며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신경세포가 성장할 때 연구진이 미세도장을 만들어 놓은 작은 점들을 징검다리처럼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세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닥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붙을 수 있는 자리를 제한해 주다보니 세포가 점들을 이용해 징검다리 모양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런 모양으로 자라다보니 신경세포에서 나오는 액손이 직선형으로 자라나요. 원래 액손은 가지를 내서 주변세포와 접촉해 신경회로를 형성하는데 저희가 발견한 현상은 이 가지가 징검다리로 같은 모양으로 생겨난다는 것이었어요. 이러한 특성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회로망으로 점 하나하나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선웅 교수팀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다른 과제를 준비하다가 우연한 계기에 맞닥뜨리면서다. “원래 처음에는 배양상태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 신경망과 비슷한 회로를 구현해 보고자 했어요. 과정 중에 화학적 신호와 물리적 자극 등 아직 연구자들이 해보지 않은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됐죠.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이해뿐 아니라 공학적인 해결책도 가져야 해요. 둘 중 하나만 갖고는 중요한 부분에서 돌파하기 어렵죠. 마침 저하고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남윤기 교수님을 뵌 것이 생각뿐이던 연구를 실제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융합연구로 난제를 극복했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융합을 위해 모이는 것은 또 다른 난제로 작용했다. 그는 연구 과정을 회상하며 슬며시 웃음을 지어보였다.
“융합 연구인만큼 이번 연구는 도전과 흥미를 자극했던 건 분명해요. 실제로 융합연구를 하려면 완전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서 일해야 해요. 그런데 난제는 바로 여기서 일어나요. 분야별로 사용하는 용어가 외국어 수준으로 다르다는 것이죠. 그런 점 때문에 토론할 때 의사소통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공학은 수학을 바탕으로 개념을 잡는 반면, 생물학은 수학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때문에 개념을 이해하거나 토론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점도 있었어요. 반대로 우리 팀에서 신경세포 발생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를 하면 남 교수님 팀에서도 이해하지 못하셨겠죠. 실제 공동연구는 3년째인데 이젠 서로 많이 이해하고 그만큼 융합적 능력도 높아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특히 함께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을 융합적 인재로 키우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이번 연구는 앞으로 다양한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선 교수에 따르면 미세전극 기술과 접목할 경우 신경회로망을 만들 수 있으며 해당 회로의 활성은 점 모양의 전극을 통해 전기신호로 검출하는 신경신호 분석칩으로 응용할 수 있다. 현재 유사한 형태의 신경칩은 일부 연구팀에서 제작해 사용 중에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신경활성 조절 약물의 대량 스크리닝 기술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세포 성장을 정량화하기 위해서는 세포 성장 모양이 단순할수록 유리해요. 저희가 만든 칩 위에는 세포 모양이 격자 형태가 되기 때문에 신경세포의 복잡도를 보다 단순하게 정량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칩을 기반으로 신경세포 성장 정량화 및 성장 촉진 인자 발굴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격자 기반 정량화 프로그램은 카이스트(KAIST) 연구팀에서 제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성능 테스트도 저희와 함께 하고 있죠.”
현재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신경줄기세포의 분화 및 신경망 형성 제어 기술을 만들고 있다. 선 교수는 “앞으로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연구 응용에 대한 많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도출했다. 통상 5년이 걸리는 연구가 불과 2년 만에 결실을 맺은 만큼 융합연구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고 선 교수는 덧붙였다.
“연구 결과를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러다보니 생각지 못한 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죠. 앞으로도 융합연구를 통해 많은 과제를 진행해 새로운 발견과 기술 개발을 일구고 싶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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