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대공원의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중태에 빠뜨린 사고의 여파로 새삼 동물원 맹수들의 관리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일 오전 10시 10분경에 발생한 이날 사고는 3년생 시베리아 수컷 호랑이가 실내 방사장 문을 열고 나와 관리자 통로에서 사료를 정리하던 사육사의 목을 물면서 발생했다.
사고 발생 10분 후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매점 관리인이 쓰러진 사육사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으며, 사육사에게 달려든 호랑이가 스스로 우리 안으로 들어가면서 추가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수원 아주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사육사는 아직 의식불명 상태이며,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호랑이에게 피해를 당한 첫 사고는 1933년 3월 31일에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신문에 의하면 평안남도 신안주에서 놀러온 여섯 살짜리 아이가 호랑이 우리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할퀴어 중상을 입었으며, 그를 말리려던 어머니까지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아이를 공격한 호랑이는 5년생 암컷이었는데, 다행히 아이와 엄마는 응급 수술을 받은 후 3주 정도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1976년 11월 10일에는 관람객의 오른 팔목이 호랑이에 의해 절단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가족과 함께 창경원 동물원에 놀러온 36세의 목수가 술에 취한 나머지 높이 1미터의 안전철책을 넘은 다음 호랑이 우리의 철책 사이로 손을 넣어 과자를 던져주었던 것. 당시 호랑이는 철책으로부터 3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재빨리 달려들어 목수의 오른팔을 물어버렸다.
호랑이는 목수의 팔을 문 채 놓지 않았는데, 주위에 있던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나무막대기 등으로 호랑이를 쫓으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때 근처에 있던 매점 종업원이 석유를 적신 빗자루에 불을 붙여서 호랑이를 쫓아내 겨우 소동이 끝났으나, 이미 목수의 팔은 절단된 채 호랑이 우리 안에 떨어진 뒤였다.
작고한 전 서울대공원 동물진료부장 김정만 씨에 의하면 마침 그날은 호랑이의 야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1주일마다 하루씩 굶기는 날이었다고 한다. 평소 매일 들어오던 먹이가 들어오지 않아 화가 잔뜩 나 있던 호랑이가 철책에 가까이 다가온 관람객을 공격해버린 것이다. 사고 후 목수는 서울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봉합수술에는 실패해 결국 한쪽 팔을 잃고 말았다.
호랑이 떼가 관람객 탄 버스 공격해
동물원의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는 외국에서도 흔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지난 9월 19일 독일 뮌스터 시에 위치한 동물원에서는 먹이를 주던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목을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역시 호랑이 우리 안의 잠금장치를 잠그는 것을 잊고 바깥에 있던 먹이통에 먹이를 채워놓던 중 호랑이가 갑자기 달려들면서 일어난 비극이었다. 이 사고의 경우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것이라 더욱 충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2월에는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 있는 야생동물원에서 관람객 26명이 탄 버스가 호랑이 떼의 공격을 받은 사고가 일어났다. 이때 발정기를 맞은 호랑이들은 버스 타이어를 물어뜯고 버스 앞부분을 공격해 유리를 깨는 등 난폭한 행동으로 관람객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멧돼지나 산양 같은 대형 초식동물도 쉽게 사냥하는 호랑이는 몸 구조상 그 큰 머리와 앞다리의 무게만으로도 쉽게 사람을 제압할 수 있다. 또 황소를 물고 울타리를 훌쩍 넘어 도망갈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괴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사람이 호랑이와 맞설 경우 절대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야생에서 사는 호랑이의 경우 자신의 영역에 들어왔더라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면 못 본 척 슬쩍 피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들은 왜 그처럼 인간을 포악하게 공격하는 것일까. 시베리아 호랑이의 하루 행동반경은 약 20㎞로 한 마리가 최소 400㎢의 서식 면적을 갖는다. 또 호랑이는 먹이를 공격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동물원의 경우 아무리 자연 상태로 꾸민다고 해도 야생 서식지에 턱도 없을 만큼 좁은 곳에서 갇혀 지내야 하며, 은신처마저 없어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관람객에게 수시로 노출되며 받는 스트레스와 놀잇감도 없이 멍하니 시간을 보내야 하는 동물원은 호랑이에게 그 자체가 고역이다.
서울대공원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도 호랑이숲 조성 때문에 호랑이를 좁은 여우사로 옮긴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점 때문에 호랑이가 평소보다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난폭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번식도 잘 하지 못해
호랑이들이 동물원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번식 활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원래 야생 상태의 호랑이들은 새끼를 잘 낳는 편이다. 그러나 좁은 사육공간에서는 호르몬 분비가 바뀌어 성욕이 감퇴하면서 호랑이들이 좀처럼 교미를 하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2세를 낳지 않는 호랑이 부부를 위해 다른 호랑이의 짝짓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틀어주거나 비아그라 먹이기 등의 처방을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발정이 일어나도 직접 성교를 해야만 난자가 배출되는 고양이과 동물들의 특성상 호랑이는 인공수정으로 수태를 시키는 것도 힘들다. 또한 교미에 성공하더라도 호랑이는 어미가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수정란의 착상이 가능하며, 출산도 동굴 같은 격리된 공간에서 해야 한다.
따라서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 어미들은 새끼를 낳아도 물어죽이거나 돌보지 않는 등의 이상 행동을 하기 쉽다. 이로 인해 대부분 동물원에서는 새끼 호랑이들이 사육사에 의해 인공포육으로 길러진다. 인공포육을 하면 동물원을 홍보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그처럼 새끼 때부터 사람 손에 익숙해져야 나중에 커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호랑이처럼 넓은 서식지를 필요로 하는 육식동물이 동물원에 갇혀 생활하면 정형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정형행동이란 우리 안에서 동물들이 아무 목적 없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하는 단순행동으로서, 일종의 자폐증 증세다.
예를 들면 우리 안을 똑같은 코스로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거나 자신의 구토물을 먹고 다시 토하는 등의 행동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요즘 동물원에서는 먹이를 숨겨두거나 사육실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어 동물들이 조금 더 자연에서와 가까운 행동을 하게끔 하는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동물들이 갇힌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고 발생 10분 후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매점 관리인이 쓰러진 사육사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으며, 사육사에게 달려든 호랑이가 스스로 우리 안으로 들어가면서 추가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수원 아주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사육사는 아직 의식불명 상태이며,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호랑이에게 피해를 당한 첫 사고는 1933년 3월 31일에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신문에 의하면 평안남도 신안주에서 놀러온 여섯 살짜리 아이가 호랑이 우리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할퀴어 중상을 입었으며, 그를 말리려던 어머니까지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아이를 공격한 호랑이는 5년생 암컷이었는데, 다행히 아이와 엄마는 응급 수술을 받은 후 3주 정도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1976년 11월 10일에는 관람객의 오른 팔목이 호랑이에 의해 절단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가족과 함께 창경원 동물원에 놀러온 36세의 목수가 술에 취한 나머지 높이 1미터의 안전철책을 넘은 다음 호랑이 우리의 철책 사이로 손을 넣어 과자를 던져주었던 것. 당시 호랑이는 철책으로부터 3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재빨리 달려들어 목수의 오른팔을 물어버렸다.
호랑이는 목수의 팔을 문 채 놓지 않았는데, 주위에 있던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나무막대기 등으로 호랑이를 쫓으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때 근처에 있던 매점 종업원이 석유를 적신 빗자루에 불을 붙여서 호랑이를 쫓아내 겨우 소동이 끝났으나, 이미 목수의 팔은 절단된 채 호랑이 우리 안에 떨어진 뒤였다.
작고한 전 서울대공원 동물진료부장 김정만 씨에 의하면 마침 그날은 호랑이의 야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1주일마다 하루씩 굶기는 날이었다고 한다. 평소 매일 들어오던 먹이가 들어오지 않아 화가 잔뜩 나 있던 호랑이가 철책에 가까이 다가온 관람객을 공격해버린 것이다. 사고 후 목수는 서울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봉합수술에는 실패해 결국 한쪽 팔을 잃고 말았다.
호랑이 떼가 관람객 탄 버스 공격해
동물원의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는 외국에서도 흔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지난 9월 19일 독일 뮌스터 시에 위치한 동물원에서는 먹이를 주던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목을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역시 호랑이 우리 안의 잠금장치를 잠그는 것을 잊고 바깥에 있던 먹이통에 먹이를 채워놓던 중 호랑이가 갑자기 달려들면서 일어난 비극이었다. 이 사고의 경우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것이라 더욱 충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2월에는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 있는 야생동물원에서 관람객 26명이 탄 버스가 호랑이 떼의 공격을 받은 사고가 일어났다. 이때 발정기를 맞은 호랑이들은 버스 타이어를 물어뜯고 버스 앞부분을 공격해 유리를 깨는 등 난폭한 행동으로 관람객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멧돼지나 산양 같은 대형 초식동물도 쉽게 사냥하는 호랑이는 몸 구조상 그 큰 머리와 앞다리의 무게만으로도 쉽게 사람을 제압할 수 있다. 또 황소를 물고 울타리를 훌쩍 넘어 도망갈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괴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사람이 호랑이와 맞설 경우 절대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야생에서 사는 호랑이의 경우 자신의 영역에 들어왔더라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면 못 본 척 슬쩍 피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들은 왜 그처럼 인간을 포악하게 공격하는 것일까. 시베리아 호랑이의 하루 행동반경은 약 20㎞로 한 마리가 최소 400㎢의 서식 면적을 갖는다. 또 호랑이는 먹이를 공격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동물원의 경우 아무리 자연 상태로 꾸민다고 해도 야생 서식지에 턱도 없을 만큼 좁은 곳에서 갇혀 지내야 하며, 은신처마저 없어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관람객에게 수시로 노출되며 받는 스트레스와 놀잇감도 없이 멍하니 시간을 보내야 하는 동물원은 호랑이에게 그 자체가 고역이다.
서울대공원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도 호랑이숲 조성 때문에 호랑이를 좁은 여우사로 옮긴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점 때문에 호랑이가 평소보다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난폭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번식도 잘 하지 못해
호랑이들이 동물원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번식 활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원래 야생 상태의 호랑이들은 새끼를 잘 낳는 편이다. 그러나 좁은 사육공간에서는 호르몬 분비가 바뀌어 성욕이 감퇴하면서 호랑이들이 좀처럼 교미를 하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2세를 낳지 않는 호랑이 부부를 위해 다른 호랑이의 짝짓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틀어주거나 비아그라 먹이기 등의 처방을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발정이 일어나도 직접 성교를 해야만 난자가 배출되는 고양이과 동물들의 특성상 호랑이는 인공수정으로 수태를 시키는 것도 힘들다. 또한 교미에 성공하더라도 호랑이는 어미가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수정란의 착상이 가능하며, 출산도 동굴 같은 격리된 공간에서 해야 한다.
따라서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 어미들은 새끼를 낳아도 물어죽이거나 돌보지 않는 등의 이상 행동을 하기 쉽다. 이로 인해 대부분 동물원에서는 새끼 호랑이들이 사육사에 의해 인공포육으로 길러진다. 인공포육을 하면 동물원을 홍보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그처럼 새끼 때부터 사람 손에 익숙해져야 나중에 커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호랑이처럼 넓은 서식지를 필요로 하는 육식동물이 동물원에 갇혀 생활하면 정형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정형행동이란 우리 안에서 동물들이 아무 목적 없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하는 단순행동으로서, 일종의 자폐증 증세다.
예를 들면 우리 안을 똑같은 코스로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거나 자신의 구토물을 먹고 다시 토하는 등의 행동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요즘 동물원에서는 먹이를 숨겨두거나 사육실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어 동물들이 조금 더 자연에서와 가까운 행동을 하게끔 하는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동물들이 갇힌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3-1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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