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체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다양한 면역반응을 보인다. 반드시 필요한 면역반응은 인체를 다양한 유해원인으로부터 지켜내지만, 과도한 면역반응은 오히려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쳐 치료를 요한다.
이처럼 불필요한 면역반응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알레르기다.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같은,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은 외부 항원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다.
국내 연구진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백질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최완수 건국대 교수팀이 알레르기 반응의 주요원인 면역세포인 비만세포(mast cells)를 활성화시키는 단백질의 정체를 알아낸 것이다.
비만세포란 외부물질에 의한 과민반응의 원인이 되는 히스타민 등을 분비하는 중요한 면역세포로서, 세포 안에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함유한 과립을 많이 갖고 있어 타 세포에 비해 비교적 크기가 크므로 비만세포로 불린다.
최완수 교수팀이 김도균 박사, 김혁순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Science) 자매지인 ‘사이언스 시그널링(Science Signaling)’지 온라인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면역세포의 프로히비틴 기능 연구
“알레르기 반응의 주요원인 면역세포인 비만세포(mast cells)는 외부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알레르겐 자극에 의해 히스타민 및 사이토카인 등을 세포 밖으로 분비하는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분비된 물질에 의해 피부 가려움증과 기관지 수축, 점막 분비의 증가 및 피부 염증반응 등 다양한 알레르기 증상이 일어나죠.
프로히비틴이라는 단백질은 세포내 미토콘드리아와 핵, 세포질, 세포막 등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그 정확한 기능과 기전에 대한 연구보고는 아주 제한적입니다. 특히 알레르기 질환이나 비만세포 등 면역세포에서의 프로히비틴의 기능에 대한 연구는 보고된 바가 없어 본 연구에서는 그 기능 및 기전을 연구하고자 했습니다.”
비만세포는 세포 내에 히스타민 등을 함유하는 과립을 함유하고 있다. 해당 과립은 세포막처럼 막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막에는 다양한 단백질이 존재, 기존 연구에서는 세포막과 세포질에 존재하는 많은 단백질에 의해 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세포막과 거리가 있는 과립에 존재하는 단백질이 어떻게 세포막에서 기능하는지는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였다. 최완수 교수팀은 프로히비틴이 항원 자극에 의해 과립막에서 세포막으로 이동하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으며 세포막으로 이동한 후 수용체와 결합해 시크의 활성화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알레르기 질환동물에서 프로히비틴 단백질의 양을 감소시켰을 때 항원 자극에 의한 국소성 및 전신성 알레르기 반응이 현저히 억제되는 것을 발견했어요. 위의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프로히비틴이 비만세포 활성화와 알레르기 증상 유발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또한 세포활성화 과정에서 수용체의 기능을 도와주는 구조유지 단백질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기능을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연구는 현재 많은 수준 올라온 것으로 보여지지만, 아직까지도 그것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고 최완수 교수는 밝혔다. 현재까지도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다양한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병되는 질병으로만 알려져 있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발병원인 인자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고 향후 그러한 원인들의 복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세포인 비만세포의 활성화 기전 중 아직까지 정확한 기능이 밝혀져 있지 않은 프로히비틴 단백질을 발굴하고 그 기능 및 기전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죠. 알레르기 질환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확대 적용해 질환 치료에 응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연구였으니까요.”
“어려움 극복하고 성과 이뤘죠”
최완수 교수팀은 이번 연구 과정 중, 연구하고자 하는 과립을 어떻게 차별적으로 분리해 낼 것인지가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고 말했다.
“세포내 존재하는 다양한 소포체는 세포막처럼 막으로 둘러싸여져 있습니다. 일종의 소포체인 비만세포 내 과립도 막으로 둘러 싸여져 있죠. 이러한 과립에 알레르기 증상을 유도하는 히스타민 등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많은 보고를 통해 잘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과립을 둘러싸고 있는 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신호전달경로 활성화에 관한 연구는 아주 제한적입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세포 내 존재하는 다양한 소포체 중 우리가 연구하고자 하는 과립을 어떻게 차별적으로 분리해 낼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기존에 보고되는 방법과 우리 연구팀이 수정‧보완한 방법으로 분리 및 확인 실험을 반복했지만 100%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거든요. 아마 이러한 이유는 다른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국 최완수 교수팀은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70~80% 정도의 만족스러운 방법을 시행해 과립을 분리하고 이것의 단백질 구성을 분석해 후보 단백질을 찾아냈다. 그렇게 발굴한 후보 단백질 중 알레르겐 자극에 의해 인산화 되는 프로히비틴을 우선적으로 연구, 더 나아가 다양한 실험실적 방법을 통해 프로히비틴이 과립막에 존재한다는 결과를 확신할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연구를 시작한 것 역시 기존의 연구들이 과립 내 생리활성물질 기능이나 분비 과정에 관여하는 과립막 단백질들에 관한 것은 많이 진행된 반면, 과립막에 존재하는 다양한 단백질의 신호전달경로 활성화에 관한 기능 연구는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부터입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과립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면역세포와 신경세포 등은 과립 안의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분비해 세포의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요. 한편 과립을 포함하고 있는 과립막에도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이 세포막에서처럼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죠. 최근 몇몇 논문 및 저희의 최근 연구결과를 통해 세포 내 과립막에 존재하는 단백질들이 세포 신호전달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죠.”
이번 연구결과는 비만세포가 알레르기 질환의 주요 원인세포라는 점을 고려할 때, 프로히비틴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리간드 개발을 통해 알레르기 증상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히스타민 분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새로운 치료제 개발 분야에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더불어 이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Dr. Desaubry 를 중심으로 다양한 리간드를 합성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연구결과에서 제시하고 있는 과립막에 존재하는 프로히비틴 위치이동에 따른 세포막 수용체의 활성화 신호전달에 관한 기전연구 결과는 학계에 처음 보고된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때문에 향후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프로히비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생각돼요. 이러한 기전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전의 질환 치료제 개발에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최 교수는 이번 연구가 여러 해를 거듭하며 많은 실패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수년에 걸쳐 과립의 분리‧정제과정을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기를 여러 번 반복해 얻은 연구성과인 것이다.
“알레르기 질환의 병리기전은 여러 인자의 복합적인 결과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인자의 발굴과 기전 연구에 집중해 알레르기를 이해하는데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질병이 그렇지만 알레르기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사람에게만 일어나요. 개인차에 따른 면역관용의 생성 유무에 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아직 부족한 상황인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알레르기의 근본 이해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매진하겠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3-10-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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