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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3-09-25

‘디지털 장의사’가 등장한 까닭 잊혀질 권리에 대한 신기술 출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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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고용노동부는 우리나라에 도입 검토가 필요하거나 활성화가 가능한 신직업 100여 개를 발굴해 선별·육성한다는 계획을 담은 ‘신직업 발굴·육성 추진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선진국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에 없는 직업을 발굴해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하에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호주 등의 직업을 조사해 우리나라에 없는 직업 650여 개를 확인한 뒤 도입 검토가 가능한 직업 100여 개를 선별한 것.

장애인 여행도우미, 신사업아이디어 코디네이터, 빅데이터 전문가, 소셜미디어관리 전문가, 음악치료사, 자살예방상담자, 노년플래너 같은 직업들이 바로 그것인데, 그중에는 ‘사이버언더테이커’라는 약간 생소한 직업도 포함되어 있었다.

▲ 디지털 장의사는 고인이 생전에 인터넷 등에 남겨 놓은 흔적이 깨끗이 지우는 작업을 도맡아 해준다. ⓒScienceTimes
IT와 마케팅 등 기존 직종 간 융합 등을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 중의 하나로 꼽힌 사이버언더테이커는 고인이 생전에 인터넷에 남긴 흔적들을 청소하는 직업을 의미한다. 즉, ‘디지털 장의사’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신종 직업이다.

미국에서는 수년 전에 이미 디지털 장의사를 표방하는 ‘라이프인슈어드닷컴’(www.lifeensured,com)이란 온라인 상조회사가 등장했다. 이 회사의 회원으로 가입해 자신의 인터넷 계정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유언 형태로 남겨 놓으면, 사후 그가 요청한 대로 인터넷 계정의 탈퇴는 물론 거기에 올려놓은 사진과 댓글 등을 깨끗이 삭제하는 일을 도맡아 해준다.

또한 고인이 친구들에게 자신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이메일을 대신 발송하는 것에서부터 고인의 사망 사실을 미처 모르는 ‘디지털 친구’들에게 연락이 올 경우 이미 하늘나라에 가 있다는 사실을 자동 응답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시큐어세이프(SecureSafe)’란 회사도 클라우드 저장창고에 저장된 고인의 디지털 정보를 사후 유족이 삭제 및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삭제 대상 정보는 생산자에 따라 크게 자신이 직접 생산한 것, 자신이 생산한 것을 다른 사람이 Repost 한 것, 자신의 정보를 다른 사람이 생산한 것 등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EU, 세계 최초로 잊혀질 권리 입법화

그런데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등의 디지털 신기술 발전으로 정보의 수집 및 공유가 대폭 증가하면서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통제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더구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볼 수 있는 개인 신상정보나 사망한 뒤 페이스북 등에 남아 있는 사적인 사진 등의 정보는 개인의 것이지만, 정보의 삭제 권한은 사이트 관리 주체인 기업에 있다.

따라서 온라인상의 정보를 삭제 요구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프라이버시를 강하게 보호하는 유럽연합(EU)은 2012년 1월 25일 잊혀질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확정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잊혀질 권리를 입법화했다.

이 법안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의 정부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EU 집행위는 2014년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 의회에서도 최근 ‘Do Not Track’ 법률안이 제출됨으로써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잊혀질 권리는 상당히 강력하게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타인이 작성한 정보 중 명예훼손 및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는 정보는 정보통신법에 따라 삭제를 요구할 수 있으며, 제3자가 수집한 개인정보도 수집 목적에 따라 기한이 지났을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잊혀질 권리에 대한 신기술 및 서비스가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스페인 법원에서 9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검색 정보를 지우라는 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구글은 올해 들어 이용자 자신이 죽은 다음 그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통제수단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능을 발표했다.

구글의 계정 설정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비활성화 계정 관리자(IAM, Inactive Account Manager)’ 서비스가 바로 그것.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자에게 어떤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자신의 지메일 메시지 및 데이터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주문을 구글에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디지털 사후에 어떠한 계획을 세울지에 대해서도 대비할 수 있다.

즉, 이용자들이 자신의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는 등 활동하지 않는 기간을 3, 6, 12개월 단위로 선택하여 자신의 계정을 비활성화할 수 있는데, 만약 구글 계정에 로그인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생존해 있다면 구글이 이용자들에게 이메일 혹은 텍스트 메시지 등을 통해 경고 메시지를 전송하게 된다.

타이머 부착해 일정 시간 후 자동 삭제되는 기술

사진이나 메시지 등의 정보에 타이머를 부착해 일정 시간 후에는 자동적으로 삭제되는 기술도 최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사진 공유에 특화된 SNS 앱인 ‘스냅챗(Snap Chat)’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사진을 전송하는 사람이 보는 시간을 제한해 놓으면 그 시간이 지날 경우 자동 삭제된다.

페이스북도 이와 비슷하게 전송 메시지의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포크(Poke)’ 메시징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트위트 메시지를 삭제해주거나 스마트폰 메모에 삭제 타이머를 제공하는 앱도 등장했다.

▲ DAS 시스템을 개발한 이경아 교사 ⓒ사진제공 마커그룹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용자가 글을 쓰거나 사진을 올릴 때 사전에 타이머로 만료 시점을 정해놓으면 해당 데이터의 만료 기한에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경기도의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이경아 씨가 개발한 ‘디지털 소멸 시스템(Digital Aging System)’이 바로 그것.

이경아 교사는 제자가 초등학생 당시 철없이 올린 인터넷 게시물이 지워지지 않아 중학생이 되어서도 상처를 받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마치 선풍기 타이머처럼 DAS 타이머가 작동되어 댓글이나 게시글 등의 생성시에 그 소멸의 시점과 노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DAS 시스템이 가동되면 모든 프로그램은 ‘빛 바래기’, ‘노이즈 끼기’, ‘변형되기’ 등의 방식을 통해 노화가 진행되는데, 데이터 생성자나 방문자가 없을 경우 노화가 더욱 촉진되며 아무도 찾지 않는 상태가 되면 자동적으로 소멸된다.

단순히 개인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없애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기존의 막대한 서버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시스템은 현재 유명 대형 특허 로펌을 통해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에 국제특허 출원 의뢰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9-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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