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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9-03

차세대 전투기, 어떤 능력을 갖고 있을까? 스텔스, 무장, 전투반경 등 모두 만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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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월 17일 새벽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상공은 마치 불꽃놀이 하듯이 녹색과 오렌지색의 섬광들로 밝게 빛났다. 미군 폭격기와 이에 맞서는 이라크군의 대공포 사격 등이 빚어낸 장관이었다.

▲ 스텔스 성능만을 고려한 F117A는 독특한 외관을 갖게 됐다. ⓒ연합뉴스

이때 바그다드 시내 목표물들을 공격한 폭격기가 바로 미군의 F117A. 1년 전 미군의 파나마 침공 때 은밀하게 상공을 날아다니던 검은 비행물체였다. 걸프전에선 이 F117A가 공격을 주도해 이라크군의 방공시설과 군 지휘 통제시설들을 정확히 유도탄으로 핀 포인트(Pin Point) 폭격했고,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이라크군은 전략 폭격기 F117A가 접근하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폭격기가 바로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은 스텔스 폭격기였기 때문이다. 전파의 반사를 막기 위해 독특한 모양새를 한 이 폭격기는 지상의 적군에겐 정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후 많은 나라들이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우리나라 역시 차세대 전투기로 스텔스기 도입에 적극적이다. 최근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와 미국 보잉사의 4세대 전투기로 개조된 세미스텔스 전투기 ‘F15SE’, 그리고 유럽 컨소시엄의 EAD사에서 제작한 4.5세대 전투기 ‘유로파이터’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전투기는 잠재적인 위협세력의 격퇴는 물론 나아가 주변국의 핵심지역을 타격할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전쟁억지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충분한 연료와 무기를 실을 수 있는 긴 전투행동반경과 폭장 능력을 말한다. 이는 2천파운드급의 벙커버스터 폭탄을 장착하고, 2만 리터 이상의 연료를 싣고 날아가 폭격임무를 마치고 기지로 귀환할 수 있는 파워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능력도 적의 대공망에 걸리면 그 위력은 사라진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차세대 전투기 성능으로 중시되는 것이 바로 스텔스다. 여기에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적의 레이더를 무력화시키는 스텔스, 그 비밀스런 능력은 과연 무엇일까?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을 줄여라

F117A의 구조에는 곡면이 전혀 쓰이지 않았다. 마치 커팅한 다이아몬드와 같다. 이 항공기를 설계한 미국의 연구원 오버홀더는 F117A의 별명을 ‘희망 없는 다이아몬드’라고 지었다. 그 이유는 다이아몬드는 화려한 빛깔로 보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지만 이 F117A는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페라이트(Ferrite) 계열의 흡수 재질을 이용한 전자파 흡수체(RAM: radar absorbing material)는 폭격기에 입사되는 전자파를 열 에너지나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 및 흡수해 역산란시킴으로써 전파 에너지를 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몸통 전체에 검은 색의 전자파 흡수체를 칠한 각진 모양의 이 폭격기는 정말 비호감이었다.

우스꽝스런 모습뿐만 아니라 기존의 공기역학을 무시한 외양은 속도 향상에 불리했다. 첨단 전폭기가 대부분 마하 2.0 이상의 속도를 내는데 비해 F117A는 마하 0.9 정도의 아음속 속도를 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불리한 모든 점을 극복하고, F117A는 스텔스기의 위력을 한번에 증명했다. 먼저, 다이아몬드처럼 직선으로만 이뤄진 외양은 레이더 전파 반사단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을 효과적으로 줄였다.

전문가들은 “레이더는 전파를 이용하는데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전파는 중간에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고, 레이더 장비는 이 반사된 전파를 증폭해 화면에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을 수 있다. 스텔스기는 이 원리를 이용하는데 전파가 물체에 따라 반사단면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 스텔스 성능에 무장탑재능력까지 갖춘 차세대 전투기. ⓒ연합뉴스

예를 들면, 선박보다 비행기가 작고, 곤충이 사람보다 전파 반사단면적이 작아서 만약에 곤충만큼이나 작은 단면적을 갖게 되면 항공기는 레이더에 안 잡히는 것과 같게 된다.

이 항공기를 설계한 미국의 오버홀더 연구원은 “레이더 전파 반사단면적(RCS)의 원리를 기초로 단면적을 가장 작게 만든 전투기가 바로 F117A 스텔스기다”고 말했다. 외관을 평평한 판으로 만들어 각을 주면 전파의 입사각과 반사각이 달라진다. 이는 전파 반사단면적(RCS)을 작게 할 수 있다. 실제로 F117A의 경우, 벌레만한 크기로 레이더에 전혀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화하는 최첨단 스텔스 폭격기

스텔스기의 원조 F117A는 스텔스 성능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F117A의 경우, 위에서 보면 주날개의 후퇴각이 67°로 일반 전투기보다 훨씬 큰데 이 역시 반사단면적을 작게 하기 위해서다.

정면으로 볼 때, 마치 피라미드가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운데가 조종실로 푹 꺼져 있는 형상이고 독특하게 그 좌우에 공기흡입구가 설계되어 있다. 대부분의 마하급 전투기가 동체 하단, 즉 주날개 밑에 공기흡입구를 설치하는 것과 매우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주날개에 공기흡입구를 설치하면 상승시 고받음각을 줄 때, 많은 양의 공기를 엔진에 공급할 수 없어 기동성이 줄어든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117A는 주날개 위에 공기흡입구를 설치했다. 그 이유는 스텔스 성능 향상 때문이다.

공기흡입구는 레이더 반사에 매우 불리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만약에 주날개 밑에 설치하면 아무래도 레이더의 반사단면적을 줄이기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배기구도 마찬가지다. 기체의 후부 하단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F117A의 경우, 맨 후미보다 앞에 놓았다.

아울러 미사일 등의 무장탑재부를 기체 내에 수납해 넣는다. 물론 이 역시 전파 반사단면적(RCS)을 작게 하기 위함이지만 내부 무장은 미사일 등의 탑재 능력에 제한을 가져온다.
그러나 기술발전으로 스텔스기도 계속 진화해왔다. 외양이 다시 옛날의 항공기로 되돌아왔다. 최근의 최첨단 전투기들은 스텔스 성능 못지않게 기동성과 공격력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날개의 후퇴각이 다시 작아졌고, 공기흡입구와 배기구의 위치도 주날개 밑으로 내려왔다. 기수도 앞으로 뾰족하게 다시 튀어나왔다. 또 주날개와 수직꼬리날개의 면적도 다시 커졌다. 무엇보다도 호밍 미사일등의 무장 탑재부가 다시 외부로 나온 것이다. 이는 많은 무장 탑재를 가능케 한다.

현재 기종 선정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록히드 마틴의 ‘F35’와 미국 보잉사의 ‘F15SE’ 그리고 유럽 컨소시엄의 EAD사에서 만든 ‘유로파이터’ 등은 모두 이런 첨단 스텔스 능력과 전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대한민국을 지킬 차세대 전투기는 이 모든 능력에서 가장 뛰어난 전투기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9-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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