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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3-08-28

보이저호의 우주 진입 미스터리 태양계 비행 중 vs 우주 진입 주장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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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의 딥스페이스 네트워크 안테나들은 요즘도 매일 여름철 별자리인 땅꾼자리에서 오는 신호를 포착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로 지난 1977년에 발사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계속 항해하고 있는 보이저호가 23와트짜리 송신기로 보내오는 신호이다.

지난 6월 NASA 연구팀은 이 신호를 분석한 결과 보이저 1호가 태양계와 우리은하의 나머지 지역 간의 밝혀지지 않은 ‘과도 지역’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즉, 아직 태양계의 영향을 받는 태양권을 다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보이저 1호가 태양권을 벗어나기 위해선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메릴랜드 주립대의 과학자들은 이미 1년 전에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천체물리학 저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따라서 태양의 영향력 밖에 있는 우리은하에 대한 최초의 탐사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메릴랜드 주립대의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의 설계 및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이 논문의 주저자인 마크 스위스닥(Marc Swisdak) 박사는 “이는 다소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관점이지만 우리는 보이저호가 마침내 태양계를 떠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우리은하를 통해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보이저 1호가 태양권 밖을 향해 비행하고 있는 상상도. ⓒNASA

도대체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난 것일까 아니면 NASA 측의 주장대로 아직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그런데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논쟁은 꽤 오래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977년 9월 5일에 발사된 보이저 1호는 1980년 11월 토성에 도달한 뒤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궤도에 진입했다. NASA는 2005년 5월 보이저 1호가 말단충격 지역을 지나 헬리오시스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보이저호는 목성 주위의 여러 가지 구름 형태와 위성 이오의 화산활동의 신비를 밝혀냈다. 또한 토성에 이미 알려진 고리 외에도 수천 개에 달하는 작은 고리들이 있음을 알아냈으며, 천왕성에는 위성이 10개나 더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강한 자기장이 있음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충격파 지역을 지나야 진짜 성간우주

말단충격(termination shock) 지역이란 별들 사이의 공간인 성간우주의 시작점이자 태양 중력의 힘이 끝나는 경계의 전조를 알리는 곳이며, 헬리오시스(heliosheth ; 태양권덮개)는 태양계와 우주 공간의 경계 지역으로서 별들 사이의 공간을 채운 가스에 충돌하면서 태양풍이 느려지는 곳이다.

그 바깥에는 태양풍의 영향과 성간 물질의 영향이 같아지는 경계 영역인 ‘헬리오포스(heliopause ; 태양권계면)가 있다. 이곳은 태양이 지배하는 가장 먼 곳으로서, 태양계 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태양계 바깥에는 성간풍이라는 성간 물질의 흐름이 있으며, 성간풍과 태양풍이 충돌하는 곳에서는 충격파(Bow Shock) 지역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 즉, 헬리오포스가 우주와 맞부딪치는 충격파 지역을 지나야 진짜 성간우주인 셈이다.

우주 물리학자들은 보이저 1호가 말단충격 지역을 가로지를 때 오랫동안 찾아왔던 ‘변칙적 우주선(anomalous cosmic ray)’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즉, 시간당 1백만 마일의 속도를 내는 태양풍이 갑작스럽게 느려지는 말단충격 지역에서 변칙적 우주선이 생성된다고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변칙적 우주선의 입자는 말단충격 지역에서 가속되지 않았으며, 적어도 보이저 1호가 지나온 자리에는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이 입자들이 이 지역에서도 가속될 것이라고 믿어왔던 기존의 이론에 위배되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 보이저 1호가 촬영해 전송해온 태양계 행성들의 모습. ⓒNASA

보이저호는 인류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를 지나치며 그간 과학자들의 예측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려온 셈이다. NASA는 지난 8년간 보이저 1호가 이전에 관측되었던 것과는 다른 경계를 몇 번이나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처럼 태양권의 경계에서 벗어나는 중간 단계의 지역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구조를 지녔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정말로 벗어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3가지 증거가 확인돼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예상한다. 첫째는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태양 입자들이 급격히 줄어들어 검출되지 않아야 하며, 둘째는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우주방사선 입자의 검출이 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태양의 영향을 받는 자기장의 방향에도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지난 6월 NASA 연구팀이 보이저 1호가 아직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발표한 이유는 첫째와 둘째 조건을 모두 만족했지만 세 번째 증거인 자기장의 방향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이저 1호는 자기장의 방향에서 어떠한 변화도 아직 관측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이면 보이저호 동력 끊어져

그럼 메릴랜드 주립대의 과학자들은 어떤 근거로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일까. 그들은 헬리오포스가 복잡한 자기 구조를 가진 여러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로 인해 태양 입자는 감소하고 우주 입자는 증가해도 자기장의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메릴랜드 과학자들은 이와 관련해 전부터 예상했던 것과 예상치 못했던 것을 통틀어 태양계 외부 세계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으며, 그 모델에 따르면 보이저 1호가 이미 1년여 전에 성간우주에 진입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볼 때 보이저 1호는 이미 성간우주에 들어섰을 수도 있고, NASA 측의 주장대로 아직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태양계 밖은 인류의 예측과는 다른 오리무중의 세계라는 의미도 된다.

보이저호는 315와트 용량의 자체 플루토늄 원자로에서 동력을 받고 있는데, 매년 동력이 4와트씩 떨어지고 있다. 또한 보이저 1호에 실린 10개의 과학탐사기기 중에 4개만이 현재 작동하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2020년경 탐사기기의 동력이 차례로 끊어지며, 2025년경에는 탐사선의 동력도 완전히 나가게 된다.

만약 그 전에 헬리오포스 지역을 지나 미지의 먼 우주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보이저 1호는 ‘별의 섬’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우리은하의 중심을 한없이 빙빙 맴돌게 될 것이다. 아주 먼 훗날 우리의 지구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말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8-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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