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라는 표현이 있다. 잠자리에 들고 나는 시간에 따라 사람들을 나누는 방법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아침형 또는 ‘종달새족’,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저녁형 또는 ‘올빼미족’이라 불린다.
그런데 최근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 연구진이 생체시계를 고치는 실험에 성공해 화제다. 일주일 만에 8명의 참가자 모두가 비슷한 시간에 잠이 들어 해가 뜰 즈음에 자동적으로 눈을 떴다. 특히 저녁형 인간의 생체시계 변화가 가장 컸다.
비결은 간단했다. 인공적인 불빛이 없는 깊은 산속에서 태양빛과 모닥불에만 의지한 채 캠핑을 하는 것이다. 손전등과 휴대전화 등 모든 전자제품은 절대로 켜지 않는다. 이 방법은 유전자에 의한 체질 차이도 뛰어넘을 만큼 효과가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논문 제목은 ‘인체 내 생체시계의 자연 상태 밤낮 주기 기준 동조 방법(Entrainment of the Human Circadian Clock to the Natural Light-Dark Cycle)’이다.
‘종달새족’과 ‘올빼미족’ 중 누가 옳은가
지난 2003년 일본인 의사 사이쇼 히로시(稅所 弘)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었다.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밤 11시에 잠들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수면시간대라고 주장했다.
이후 아침형 인간의 열풍이 불면서 새벽잠을 설친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제 불황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아침형 인간은 곧 ‘부지런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을 앞당기는 회사와 학교가 늘어나기도 했다.
그와 반대로 밤늦게 잠드는 저녁형 인간은 본의 아니게 ‘게으르다’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이에 느긋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반발이 커지기 시작했다. ‘종달새족’이라 불리는 아침형과 ‘올빼미족’이라 불리는 저녁형 중 무엇이 더 좋은지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연구도 줄을 이었다.
최근의 결과를 살펴봐도 그렇다. 지난 2011년에는 영국 로햄튼대학교 연구진이 “아침형 인간의 평균 체중이 덜 나가고 행복감도 높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에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진이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보다 평생 더 많은 행복감을 느낀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유사한 연구들은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스페인 마드리드대 연구진은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보다 지능 면에서 더 뛰어나고 향후 평균소득도 높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전자’에 기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개인의 의지에 의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은 체내 생체시계를 관장하는 유전자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수면 패턴이 정해진다는 결과를 얻어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국내 대학에서도 유사한 결론을 속속 발표했다. 지난달 일본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침형과 저녁형을 간단한 방법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 모든 논쟁을 종식시킬 만한 실험결과가 발표되었다. 전깃불을 멀리하고 자연 속에서 일주일만 캠핑을 하면 종달새족이든 올빼미족이든 생체시계가 자연의 리듬에 맞춰 바뀐다는 것이다.
일주일 캠핑 후 모두가 생체시계 바뀌어
미국 콜로라도대 수면및시간생물학연구소(SCL)는 남성 6명, 여성 2명 등 평균 연령 30세의 참가자 8명을 모집해 일주일 동안 체내 멜라토닌 호르몬의 수치를 측정했다.
멜라토닌은 생체시계가 밤 시간으로 접어들 때 분비되기 시작한다. 생체시계가 낮 시간으로 접어들면 분비도 줄어든다. 그러므로 멜라토닌 수치를 측정하면 생체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참가자들은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뒤섞여 있었다.
다음 일주일은 로키산맥 깊은 곳의 이글스 네스트 야생지역(Eagles Nest Wilderness)에서 시간을 보냈다. 인공적인 전깃불을 제거했을 때 수면 패턴과 생활습관에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휴대전화, 노트북 등 전자제품 소지가 금지되었고 손전등이나 형광등도 들고 갈 수 없었다. 낮에는 태양광, 밤에는 모닥불을 쬐며 자연의 빛만으로 살아가야 했다. 손목에는 빛의 세기와 노출 시간을 측정하고 움직임을 감지하는 장치를 부착해 활동과 수면 패턴을 기록했다.
일주일 동안의 캠핑을 마치고 실험실로 돌아와 멜라토닌 수치를 다시 측정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가 생체시계의 변화를 겪은 것이다.
낮에는 전깃불보다 최소 네 배는 더 강력한 태양빛을 쬐고 밤에는 모닥불 이외에 어떠한 인공적인 불빛도 접하지 못하게 하자, 제각각이던 참가자들의 생체시계가 자연의 리듬에 맞춰서 바뀌었다. 해가 질 때 생체시계도 밤 시간으로 접어들고 해가 뜰 즈음에 생체시계도 낮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연구를 진행한 케네스 라이트(Kenneth Wright) 교수는 콜로라도대 발표자료를 통해 “체내 생체시계에 영향을 줄 만큼 강력한 빛 신호가 없을 때는 유전자에 따라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결정된다”면서도 “인공적인 불빛에 둘러싸인 현대 사회를 벗어나 자연광에만 노출되면 자연적인 낮밤 주기에 맞춰 생체시계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로 수면 패턴이 불규칙하거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한 자연광을 이용해 체내 멜라토닌 수치를 조절하면 생체시계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 교수는 “선천적으로 밤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룬다면 아침과 낮에 강렬한 햇살을 쬐는 것도 방법”이라며 “야간에라도 조명의 밝기를 낮추고 TV, 노트북,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의 사용을 막으면 생체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 저작권자 2013-08-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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