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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3-07-25

최고 흡수력 갖춘 ‘불가능한 물질’ 1.5배 강력한 ‘웁살라이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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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그 어떤 물질보다 수분 흡수력이 높은 신물질이 개발되었다. 지금까지는 제작에 성공한 적이 없어 ‘불가능한 물질’로 알려져 있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나노기술 및 기능성물질 연구진이 개발한 ‘웁살라이트(upsalite)’가 주인공이다.

▲ 스웨덴 웁살라이트 연구진이 제올라이트보다 흡수 능력이 1.5배나 뛰어난 신물질 '웁살라이트'를 개발했다. ⓒPLOS ONE
웁살라이트는 무정형 탄산마그네슘 기반의 다공성 나노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멍의 지름이 6나노미터 미만에 불과해 1그램당 800제곱미터의 높은 표면적을 자랑한다. 알칼리 토금속 탄산염 계열에서는 최고 기록에 올랐다.

표면적이 넓은 만큼 습기 제거 능력도 탁월해서 기존의 흡습성 제올라이트-Y보다 1.5배나 뛰어난 수치를 달성했다. 게다가 실험 과정에서 우연히 저지른 실수 덕분에 개발된 것으로 밝혀져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전문 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논문 제목은 ‘템플릿 없이도 초흡습 고표면적 탄산염 나노구조 제작(A Template-Free, Ultra-Adsorbing, High Surface Area Carbonate Nanostructure)’이다.

흡습재로 인기 높은 제올라이트 능가해

장마전선이 중부 지방에 머무른 채 떠나지 않고 있다. 이맘때의 장마철이면 습기를 몰아내기 위한 전투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다.

가정에서는 옷이나 음식물에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습기 제거제를 옷장과 집안 구석구석에 놓아둔다. 아이들 때문에 이불을 자주 빨아야 하는 집은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제습기를 구매하기도 한다.

산업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습도가 높으면 전자제품가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정밀기기에 녹이 슬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제올라이트(zeolite)다.

제올라이트는 규산알루미늄 계열의 다공성 광물을 가리키는 용어다. 나노미터 크기의 무수한 구멍 덕분에 물이나 약품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 흡습재나 흡착재로 널리 사용된다. 구멍 안에는 물분자들이 숨어 있어 열을 가하면 물이 끓는 것처럼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끓을 비(沸)’를 사용해 비석 즉 ‘끓는 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올라이트는 쓰임새가 많다. 이온 교환을 활성화시키는 능력도 갖춰서 과도한 비료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시키는 데 좋다. 가축을 기르는 농가에서는 분뇨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제올라이트 분말을 흙에 섞는다. 유조선이나 유조차에 문제가 생겨 토양이나 하천으로 기름이 유출되면 제올라이트를 살포해 단시간 내에 오염물질을 거둔다. 무엇보다도 습기 제거 능력이 탁월해 인기가 높다.

그런데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진이 제올라이트보다 흡수 능력이 1.5배나 높은 새로운 물질을 발명했다. 대학의 이름을 따서 ‘웁살라이트(upsalite)’라고 명명까지 했지만 실수에 의해 우연히 개발된 비밀이 있다.

웁살라대학교에서 개발해 ‘웁살라이트’

탄산마그네슘은 마그네슘 화합물을 제조하는 데 주원료로 쓰이는 물질이며 단열제, 제산제, 연마제 등으로도 사용된다. 일반적으로는 정렬형과 비정렬형으로 나뉜다. 또한 수분의 함유 여부에 따라 무수물과 수화물로 나눌 수도 있다.

정렬형은 수분 여부에 상관없이 자연 상태에서도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실험실에서는 주로 비정렬형 탄산마그네슘 개발에 노력한다. 그러나 수분이 없는 비정렬형 무수물은 제조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08년 독일에서는 “알코올 현탁액에 이산화탄소를 불어넣는 기존의 탄산마그네슘 제조 방식으로는 비정렬형 무수물을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후 1926년과 1961년에도 몇 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이로 인해 비정렬형 무수물은 ‘제조 불가능한 물질’로 불려 왔다. 지난 2011년 웁살라대 연구진도 탄산마그네슘 합성을 위한 반복적인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기존의 연구를 재현하는 작업을 실시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요일, 합성 과정에 필요한 변수를 약간 수정한 뒤 재료를 반응로에 집어넣었다. 이번에도 실패로 끝났지만 연구원의 실수가 있었다. 재료를 전부 제거하지 않고 반응로 안에 일부를 남겨둔 것이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실험실에 다시 모인 연구진은 반응로 안에서 특이한 물질을 발견했다. 실패인 줄 알았던 재료가 젤 성질을 지닌 뻣뻣한 물질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건조를 시킨 뒤 현미경으로 관찰하자 무수물과 비슷한 구조가 눈에 띄었다.

이후 1년 동안 변수를 미세하게 재조정하고 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 결과 지금까지 불가능한 것으로만 여겨졌던 비정렬형 탄산마그네슘의 무수물을 만드는 데 성공해 ‘웁살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 웁살라이트는 산화마그네슘을 메탄올과 섞은 뒤 이산화탄소를 불어넣고 물과 반응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PLOS ONE

현존 최고의 흡습, 흡착, 보존, 재생 능력 갖춰

성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자현미경으로 구조를 살피자 지름 6나노미터 미만의 구멍이 무수하게 뚫려 있어 평균 이상의 표면적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1그램당 표면적이 800제곱미터에 달해 알칼리 토금속 탄산염(alkali earth metal carbonate) 계열 중에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연구를 이끈 마리아 스트룀(Maria Strømme) 교수는 웁살라대 발표자료를 통해 “메조포러스 실리카(mesoporous silica), 제올라이트, 금속 유기 골격구조(MOF), 탄소나노튜브 등의 기존 다공성 물질과 비교해도 예외적으로 표면적이 넓은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도 현존 최고의 흡습재라 불리는 ‘제올라이트 Y’보다 1.5배나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 중의 습도가 95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급겹히 줄어들더라도 이미 흡수한 수분의 75퍼센트를 그대로 간직할 정도로 보존성도 강하다. 한 번 사용 후에도 섭씨 100도 이하의 열을 가하면 흡수 능력이 재생된다.

연구진은 웁살라대의 도움으로 ‘디스럽티브 머티리얼즈(Disruptive Materials)’라는 이름의 벤처회사를 설립해 웁살라이트를 상용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상온에서 간단한 방법으로 웁살라이트를 대량 생산하게 되면 독극물이나 화학물질을 빨아들여 환경오염을 방지하거나 악취와 습기를 없애 위생상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줄 것으로 보인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7-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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