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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7-08

운명의 손금, 그 속의 또 다른 비밀 지문 대신 강력 범죄의 증거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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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충격적인 해외뉴스가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4년간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베네수엘라에서 경찰에 붙잡힌 콜롬비아 마약왕 ‘다니엘 바레라(50)’의 소식이 바로 그것.

놀라운 일은 그가 마약왕이란 사실이 아니라 그의 손 때문이었다. 그의 손은 열손가락 모두 맨 앞의 지문 부위와 중간 마디 부위 그리고 장문(掌紋)의 끝 마디들이 까맣게 타서 벗겨져 있었다.

▲ 장문(손금)도 사람마다 고유의 특성과 패턴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에 잡혔을 때를 대비해 그는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미리 4차례의 얼굴 성형을 했고 여기에다 손에 염산을 뿌려서 지문과 장문(손금)을 지워버리려고 했다. 미국은 물론 남미 경찰에서도 지문과 장문을 범인 색출의 증거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현지 경찰은 분석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의 지문 외에 손바닥 무늬인 장문을 증거 확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경찰 내부에서 일고 있다. 경찰청은 “범죄 현장에서 확보한 장문의 특징을 추출하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범죄 수사에 활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운세 판단을 위해 쓰이는 수상학(手相學) 가운데 장문은 정확히 손금과 그 주위로 퍼져나간 손바닥의 미세주름으로 흔히 손바닥 지문으로 불린다. 운명학에선 “태어날 때 하늘이 사람의 손바닥마다 도장을 찍어준 것으로 사람의 운명은 손금에 의해 이미 결정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사람의 운명이 다르듯이 장문 역시 개개인마다 모두 다른 것이 사실. 또 하나의 증거로 활용될 장문은 기존의 지문을 능가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작은 손바닥에 새겨진 고유한 흔적

“수상(手相), 관상(觀相), 족상(足相) 봐요!”

얼마 전까지 장터 입구 또는 번화가 길 모퉁이 또는 지하보도 등에서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각종 한자로 점철된 책자를 놓고, 손가락을 꼽아가며 관상을 보는 할아버지들의 호객하는 목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었다.

요즘도 밤 7시만 되면 시내 중심가에 포장마차처럼 늘어선 사주카페의 광경은 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역학이나 관상학, 수상학(手相學)에 대한 식지 않은 관심을 증명한다.

왜 사람들은 수상학이나 관상학을 믿는 것일까? 동서를 막론하고 사주나 수상학, 관상학 등은 매우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기원전 2천년 경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적에는 점성학에 토대를 두는 관상을 보는 행위가 새겨져 있는 것이 학자들에 의해 판독됐다.

철학의 전성기를 이룬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기독교가 지배한 중세 유럽 등에서도 관상학이나 수상학은 사라지지 않았다. 신학자들은 성서(Bible)의 구절 가운데 수상학과 관련이 있을만한 구절들을 찾아내 이 학문이 신(God)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가 각 사람의 손을 봉하시나니 이는 그 지으신 모든 사람으로 그것을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욥기 37장 7절)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신학대전을 지은 당대 최고의 석학 토마스 아퀴나스도 수상학을 고급학문으로 여겼고 대철학자 칸트는 “손금은 몸 밖에 있는 두뇌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손금(장문)은 모든 사람들이 다 갖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흔히 운명과 관련을 짓는다”고 설명한다. 손금에서 중요한 생명선, 운명선, 두뇌선, 성공선 등은 지구상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문양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 가운데는 “복제인간이 태어난다 해도 지문이나 장문만큼은 다를 것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21세기 들어 개인의 고유한 신체적 비밀은 생물측정학(Biometrics), IT기술과 융합해 과학수사(CSI)의 영역으로 개척됐으며 장문 분야도 그중의 하나다.

지문을 능가하는 증거 자료 장문(손금)

얼굴 모양이나 음성, 지문, 홍채 등과 같은 개개인의 특성은 열쇠나 비밀번호처럼 타인에게 도용될 수 없고, 복제될 수 없다. 변경되거나 분실 위험이 없어 보안(Security) 분야나 범죄의 증거 자료로 쓰인다. 이 모두를 생체인식 기술이라고 한다.

▲ 앞으로 장문(손금)은 범죄 수사의 증거확보에 사용될 것이다. ⓒ연합뉴스

개인마다 손가락 길이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손가락 인식기술, 손등이나 손목 혈관의 형태를 인식하는 기술, 고유한 안구의 홍채 패턴과 음성 등을 분석하는 기술들이 모두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생체인식 기술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범죄 현장에 증거로 남기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다. 따라서 지문과 손금은 사람마다 고유한 문양을 갖고 있고 증거로 남겨진다는 점에서 범죄 수사의 증거로 활용될 조건을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다.

지문의 경우, 1684년 영국의 그루우(N. Grew)가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 범죄 수사에 가장 널리 활용됐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반도체 칩 표면에 접촉된 지문의 특수한 모양을 전기적 신로로 읽어 들이는 방법과 칩 표면에 설치된 커패시터의 전하량의 변화를 읽어서 이미지화하는 방법 등이 현재에도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피 부분이 손상된 사람의 지문은 증거로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에 비해 장문(손금) 인식 기술은 지문에 비해 크게 활용되지 않았지만 최근에 와서 그 효용성이 입증돼 법정 증거자료서 발전하는 기술 분야다. 전문가들은 “손바닥에 새겨진 손금과 그 사이로 퍼져나간 미세주름은 지문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고유한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먼저, 범죄현장(Crime scene)에서 채취해온 장문의 자료에는 생명선, 두뇌선, 감정선, 운명선 등과 여기서 갈라진 미세한 표면 주름들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스캔해 각 화소(pixel)의 2차원 좌표에서의 위치정보로 컴퓨터에 저장한다.

다음으로 용의자가 잡히면 이와 비교하기 위해 용의자의 손바닥에 스캐닝을 수행, 손바닥 이미지를 생성한 다음에 이 이미지들을 여러 개의 영역으로 나눠서 손바닥을 이루는 각 화소의 화소 값을 분석한다. 이 값에 급격한 변화가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이를 패턴 화시키면 손금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저장된 손금 이미지와 비교해 일치할 경우, 범인으로 특정된다.

하지만 문제는 지문의 경우와 달리 데이터베이스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빠르게 범인의 신원을 파악해 제2, 제3의 범죄를 막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이에 경찰청은 ‘장문(掌紋)’을 단서로 범인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향후 지문에 장문까지 증거로 활용되면 흉악범들의 설 땅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7-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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