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장(腸)에 서식하는 공생균(共生菌)이 살아남는 체계를 우리나라와 일본의 공동연구진이 알아냈다고 13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혔다.

부산대학교 약학대학 이복률 교수팀과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후카츠 박사 연구팀은 콩이나 벼의 즙액을 빨아 먹고 사는 '톱다리 개미허리 노린재'와 그 장에 서식하는 유일한 공생균 '벅홀데리아'가 공생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공동연구팀은 벅홀데리아의 'PHA' 생성 능력이 노린재 장에서 생존하는 필수 인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PHA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거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세포 내에 합성하는 플라스틱 같은 물질이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독립적으로 배양한 벅홀데리아와 달리 곤충의 장에 있는 벅홀데리아에서 PHA 구성 단백질(Phasin)이 유독 많이 발견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PHA를 만들지 못하는 돌연변이 벅홀데리아는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온도가 높아지는 등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면 잘 생존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공생균이 숙주인 곤충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PHA가 없는 돌연변이 벅홀데리아에 감염된 노린재는 성장이 느리고 몸집이 작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교수는 "이 연구는 인체의 장 공생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초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톱다리 개미허리 노린재는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이어서 친환경적 해충조절법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글로벌연구실사업(GRL)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0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