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마(YOZMA)펀드는 아이디어·기술 밖에 없는 벤처기업인들을 돕기 위해 1993년 이스라엘 정부 주도로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정부와 민간이 리스크를 공동부담하면서 아이디어·기술 밖에 없는 벤처기업인들에게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투자 후 수익이 발생하면 벤처 기업에게 정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원금을 갚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성공 가능성이 계속 존재한다면 재투자도 가능하다.
▲ 1993년 정부주도로 설립해 벤처캐피털 성공신화를 쓴 요즈마(YOZMA)그룹 홈페이지. 국내외 벤처기업가들을 발굴, 지원하면서 세계적인 벤처캐피털로 성장했다. ⓒhttp://www.yozma.com/home/
이런 투자환경에서 벤처 캐피털의 실패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한국의 벤처캐피털이 자리를 못 잡아왔던 근본적인 이유다. 반면 이스라엘은 정반대였다. 주변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상 유례가 없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펀드 개설 4년 만에 손익분기점 넘어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씨는 요즈마 그룹의 창업자이면서 그룹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4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개원 26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요즈마펀드 성공담을 회고했다.
당시 이스라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었다. 벤처 기업 특성상 실패가 많기 때문에 벤처캐피털이 꼭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1993년 어렵게 펀드가 출범했다. 출범 후에도 펀드에 대한 주변 인식이 좋지 않았다.
▲ 요즈마 그룹의 창업자이면서 그룹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씨. ⓒScienceTimes
그러나 4년이 지난 1997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이다.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새로 창출된 이익금은 또 다른 벤처기업 자금으로 투자됐다. 이익이 또 다른 이익을 낳고 마침내 세상을 놀라게 한 요즈마펀드 신화가 완성됐다.
에를리히 회장에 따르면 첫 번째 성공 비결은 정부·민간 부문의 협력관계에 있었다. 양측이 리스크자금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적인 협력을 수행하고, 민간 기업들이 오랜 경륜과 경험을 동원해 벤처기업들을 도와주었다.
해외 인재 확보전략도 주효했다. 사업을 위해 이스라엘을 찾을 경우 입국수속부터 거주 문제, 이민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간소화했다. 사업 후 성공할 경우 허용 한도 내에서 높은 배당금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펀드와 해외 인재들과의 협력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해외로부터 많은 인재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요즈마펀드에서는 해외 인재들과 함께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 유례없는 성공신화를 쓸 수 있었다.
기업가정신에서 출발하는 벤처 성공신화
결과적으로 요즈마펀드의 성공은 이스라엘에 또 다른 벤처캐피털 설립의 촉매제가 됐다. 현재 765개의 벤처캐피털이 활동중에 있으며, 이들 펀드를 통해 사상 유례가 없는 벤처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체 투자액의 40%가 벤처기업에 집중돼 있다.
벤처기업도 급속히 늘어났다. 이스라엘 내 벤처기업만 8천226개에 달한다. 인국 780만 명인 이스라엘에서 인구 950명 당 벤처기업 1개가 설립,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고용률 역시 전체 고용의 10%에 달한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는 63개의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BT 분야에 있어서는 미국을 앞지를 만큼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 결과 GDP의 45%,수출액의 50%를 벤처기업들이 만들어내고 있다.
에를리히 회장은 이스라엘의 벤처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벤처캐피털, 기업가정신, 자금지원 등 세 가지를 지목했다. 이중 어느 하나가 빠져도 벤처 생태계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을 설립할 수 있는 인재들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이민 유치정책을 설명했다. 이 정책을 통해 러시아 등 해외로부터 많은 이민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이민자로 채워졌으며, 이들 이민자들을 통해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경제성장 정책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자에 대한 무상지원 역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이다. 혁신 아이디어라고 판단되면 큰 리스크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 등이 리스크를 공유하고, 지원금을 확대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지금 한국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벤처캐피털을 통한 자금지원 체계, 리스크 분담, 벤처투자의 글로벌화를 꼽았다. 그러나 이들 사업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인재들의 기업가정신이 투철해야 한다며, 교육과정 혁신을 통해 어린 학생들부터 기업가정신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