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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5-27

원하지 않는 소리 ‘층간 소음’ 과연 그 대책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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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전 9시. 클래식 작곡가인 이해동씨(가명. 43)는 동네 슈퍼에서 햄버거와 음료를 사들고 자신의 아파트 현관문으로 들어섰다. 곡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밤을 꼬박 샌 그는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잠시 후 위층에서 은은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 왔다. 처음에 나지막하게 울려 퍼진 바하의 선율은 듣기 좋은 자장가처럼 그를 편하게 잠들게 했다.

▲ 바닥충격음은 공명 현상을 통해 다른 층으로 전달된다. ⓒ연합뉴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동안의 행복. 오전 11시가 넘어도 그 피아노 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교향곡에서 대중음악인 힙합으로 넘어간 연주는 점점 빨라지면서 격렬해졌다. 그 소리는 그의 외이와 중이를 거쳐서 고막을 “팡 팡” 울려대는 진동으로 바뀌어 고막내 3개의 뼈인 청소골에서 크게 증폭됐다.

이는 다시 달팽이관 속의 림프액을 진동시켰고, 이 진동파는 청세포를 자극, 전기신호로 바뀌었다. 청신경을 거쳐서 대뇌피질로 들어간 이 소리는 그의 대뇌에서 소음으로 번역됐다. 결국 침대를 박차고 나온 그의 발걸음은 위층으로 향했다.

이런 사례는 아파트 단지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다. 문제는 일이 커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살인으로 번진다는 점이다. 층간 소음은 이제 사회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층간소음에 대한 기준으로 주간 40dB(데시벨), 야간 35dB로 정한다”고 발표했다. 최대 소음 기준은 55dB 정도.

자동차 경적 110dB, 비행기 120dB 등보다 훨씬 작은 층간 소음. 그러나 그로 인한 불상사사는 상상외로 크다. 과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진동이 곧 소리는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진동 때문에 생긴다. 진동은 현이나 관, 막대 등이 외력에 의해 떨리는 현상이다. 환경보전법은 “기계, 기구 등의 사용에 의해 발생하는 강한 떨림”이라고 정의한다. 진동의 단위는 헤르츠(Hz)를 사용한다.

진동이 일어나면 소리가 발생하는데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전파되며, 인간은 귀(청각)를 통해 듣게 된다. 소리의 정체는 바로 진동이지만 모든 소리가 사람이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즉, 진동은 사람에게 소리로 들리지만 경우에 따라서 소음으로 바뀐다. 사람, 시간, 장소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 예를 들면, 고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대중음악은 소음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야간, 계절, 지역 특수성, 시간, 소리의 특성 등을 감안해, 소음 기준이 정해진다. 소리의 크기는 압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데시벨(dB)로 표기하는데 데시벨 값이 크다고 무조건 소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진동에는 강한 진동과 약한 진동이 있는데 둘 다 ‘원하지 않는 소리’ 즉 소음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드시 큰 소리만이 소음은 아니라는 것. 일례로, 단일 주파수 성분을 갖는 순음은 낮은 소리지만 큰 불쾌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아파트 계단의 경우, 하이힐이 “딱, 딱” 부딪히는 소리는 작은 진동을 일으키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대단히 신경이 거슬리는 소음이다. 반면에 호랑이들의 포효하는 저주파음은 큰 진동 주기를 갖지만 사람을 비롯한 동물들을 놀라게 하고, 공포감을 주어 불쾌감을 유발한다.

이처럼 진동은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소리도 될 수 있고, 소음도 되는 것이다. 청각기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심리적 불쾌감 및 신체적 피해를 유발한다면 그 진동은 소음이 된다. 그렇다면 층간 소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공포의 저주파를 잡아라

층간 소음은 두 가지 방향으로 사람을 괴롭힌다. 하나는 경량충격음이다. 일례로, 하이힐 부딪히는 소리, 빈 깡통 떨어뜨리는 소리 등은 진동은 작지만 고주파로 신경을 거슬려 불쾌감을 준다.

▲ 연구원이 층간 소음을 일으키는 뱅머신을 다루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층간 소음에서 공명을 일으키는 중량충격음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아파트의 경우, 어린 아이들이 무심코 뛰며 울리는 진동은 방바닥을 울린다. 이 진동파는 다시 콘크리트 벽구조와 그 내부의 철골 구조를 타고서 밑에 층의 빈 공간을 울린다. 이 진동은 공기를 타고, 결국 밑에 층 사람의 고막으로 전달, 소음이 된다. 이것이 바로 공명(resonance) 현상이다.

소리전문가 숭실대 배명진 교수는 “공명 현상을 통해 전달되는 중량충격음은 50Hz 이하의 저주파”라고 설명한다. 저주파의 대명사는 바로 사자나 호랑이들의 포효 소리. 가슴을 철렁내려 앉게 하는 이 맹수들의 울음 소리와 층간 소음은 같은 구조다.

문제는 또 있다. 층간 소음이 대부분의 경우 불시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람은 사전에 어느 정도 예측을 하면 대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예측 불허한 이 층간 소음은 당하는 입장에선 순간적인 격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아직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의 경우,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가 평균 180mm 이상되야 하고, 그 위에 차음재와 단열재가 다층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2002년 이전에 지어진 국내 공동주택은 슬래브 두께가 160mm 이하이다. 실높이 저하로 두께를 무작정 높일 수도 없다.

따라서 향후 중량은 가볍고 부피는 얇으면서도 강한 재질, 충분히 진동을 흡수 할 수 있는 고탄성 재질, 이중매질 구조 등의 재료가 층간 소음 차음재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뜬 바닥 공법과 같은 신공법 등이 층간 소음 저감을 위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5-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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