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21일 질병관리본부는 강원도에 거주하다 지난해 8월에 사망한 63세 여성의 보관 검체를 조사한 결과,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으로 인한 사망으로 확진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보름 동안 텃밭에서 작업을 했으며, 목 뒤에서 벌레에 물린 자국이 발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제주에서 사망한 살인 진드기 의심환자에게서도 SFTS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고 증상도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SFTS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이 제주 사망 환자의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분리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환자까지 확진될 경우 국내의 SFTS 사망 환자는 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SFTS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지혈 작용을 하는 혈소판이 급격히 감소해 내부 출혈이 일어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2009년 중국 중앙지역에서 원인불명의 질환이 집단발병함으로써 2011년 SFTS란 질병이 처음 확인됐으며, 지난 1월에는 일본에서도 SFTS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문제는 SFTS에 대한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다는 점인데, 현재 치사율은 약 6%에 달한다. 또한 이 질병을 옮기는 것이 들판이나 산의 풀숲에 널리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라는 점도 문제다. 이 진드기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도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때문에 최근 진드기 방제 효과가 있는 방충제와 벌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토시 등의 매출이 급증하는 등 살인 진드기로 인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야생에 사는 작은소참진드기가 모두 SFTS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번 조사 결과 국내에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의 SFTS 감염률은 0.5% 이하로 나타났다. 또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라 할지라도 바이러스의 양이 적을 경우 SFTS를 전염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SFTS 바이러스는 기존에 없던 것이 갑자기 창궐한 상황이 아니라 발견되지 않았을 뿐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또한 이의 매개체인 작은소참진드기 역시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서식해온 곤충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막연한 공포심으로 불안해하기보다는 차분한 대응으로 일상생활에서 주의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2억 년 전에 등장한 '살아있는 화석'
약 2억 년 전에 이미 지구상에 등장한 진드기는 그동안 형질이 거의 발전되지 않아 흔히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린다. 진드기는 모기와 함께 질병을 가장 많이 전염시키는 매개체로 꼽힌다. 북미 지역의 경우 매개체로 인한 질병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것이 진드기일 정도이다.
진드기가 매개하는 전염병에는 라임병, 바베시아증, 에를리히증, 록키산 홍반열, 야토병, 콜로라도 진드기열, 재귀열 등이 있다. 그러나 진드기 중에서 사람과 가축에 유해한 질병을 매개하는 것은 약 10%에 불과하고 90%는 무해한 것이다.
록키산 홍반열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약 1세기 전 미국 아이다호에서였다. 이후 미국의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었는데, 이 질병을 매개하는 진드기는 2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진드기들은 흔한 종이 아니라 야생지역에 서식하는 설치류나 개에 의해 전파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미국 연구자들은 집 근처에서 흔히 발견되는 큰진드기도 록키산 홍반열을 확산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진드기는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데, 미국 보건 관계자들은 당시 록키산 홍반열이 대량으로 발생한 애리조나주의 감염 환자들 집에서 벽 틈새로 나타나 어린이들의 야외 놀이기구나 가구에 기어다니는 감염 진드기를 찾아냈다.
록키산 홍반열은 초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사망률이 20%에 이른다. 특히 이 질병은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FTS와 비슷하게 최근에 들어서야 특정 진드기가 특이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론스타 진드기에 물릴 경우 알파갈(alpha-gal)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고기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 알러지는 소고기나 양고기, 돼지고기에서 발견되는 당(糖)에 반응하여 벌통 모양의 발진을 일으키는데, 고기를 먹은 지 약 4시간 후에 발생하며 일부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아나필락시스 반응(호흡 곤란과 복통 등을 일으키는 알러지 쇼크)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드기에 물린 사람들은 알파갈 당에 대한 항체가 생기며, 알러지 증상이 발생한 사람들은 혈액검사를 통해 이 항체가 발견될 경우 진드기에 물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알러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극소수인 데다가 두드러기와 4시간 전에 먹은 고기와의 관련성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밀즈 박사는 2007년 하이킹을 하던 도중 직접 진드기에 물린 후 자신의 항체 수준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알파갈 항체와 진드기 간의 관련성에 대해 의심을 품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 후 연구를 통해 80%의 환자들이 알러지 증상을 보이기 전에 진드기에 물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드기의 타액 속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이 알파갈 항체의 생성에 관여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진드기를 제거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진드기를 구제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의 공생균 제거법이다.
이 연구진은 미국 남동부에 서식하는 에를리히증을 옮기는 론스타 진드기가 특별한 공생 세균으로부터 통상적인 먹이에서는 얻을 수 없는 필수 영양분을 공급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라서 그 공생균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거나 없애는 화합물을 찾아낼 경우 다른 동물이나 환경에 대한 피해 없이 간접적으로 그 진드기만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사용되는 살충제는 진드기를 직접적인 표적으로 하지만, 다른 동물에게 독성을 미치거나 익충까지도 죽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라임병 병원균이 진드기 내장에 있는 특별한 수용체에 결합해 서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따라서 그 수용체의 발현을 억제할 경우 라임병 병원균의 확산도 억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보름 동안 텃밭에서 작업을 했으며, 목 뒤에서 벌레에 물린 자국이 발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제주에서 사망한 살인 진드기 의심환자에게서도 SFTS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고 증상도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SFTS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이 제주 사망 환자의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분리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환자까지 확진될 경우 국내의 SFTS 사망 환자는 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SFTS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지혈 작용을 하는 혈소판이 급격히 감소해 내부 출혈이 일어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2009년 중국 중앙지역에서 원인불명의 질환이 집단발병함으로써 2011년 SFTS란 질병이 처음 확인됐으며, 지난 1월에는 일본에서도 SFTS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문제는 SFTS에 대한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다는 점인데, 현재 치사율은 약 6%에 달한다. 또한 이 질병을 옮기는 것이 들판이나 산의 풀숲에 널리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라는 점도 문제다. 이 진드기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도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때문에 최근 진드기 방제 효과가 있는 방충제와 벌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토시 등의 매출이 급증하는 등 살인 진드기로 인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야생에 사는 작은소참진드기가 모두 SFTS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번 조사 결과 국내에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의 SFTS 감염률은 0.5% 이하로 나타났다. 또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라 할지라도 바이러스의 양이 적을 경우 SFTS를 전염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SFTS 바이러스는 기존에 없던 것이 갑자기 창궐한 상황이 아니라 발견되지 않았을 뿐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또한 이의 매개체인 작은소참진드기 역시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서식해온 곤충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막연한 공포심으로 불안해하기보다는 차분한 대응으로 일상생활에서 주의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2억 년 전에 등장한 '살아있는 화석'
약 2억 년 전에 이미 지구상에 등장한 진드기는 그동안 형질이 거의 발전되지 않아 흔히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린다. 진드기는 모기와 함께 질병을 가장 많이 전염시키는 매개체로 꼽힌다. 북미 지역의 경우 매개체로 인한 질병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것이 진드기일 정도이다.
진드기가 매개하는 전염병에는 라임병, 바베시아증, 에를리히증, 록키산 홍반열, 야토병, 콜로라도 진드기열, 재귀열 등이 있다. 그러나 진드기 중에서 사람과 가축에 유해한 질병을 매개하는 것은 약 10%에 불과하고 90%는 무해한 것이다.
록키산 홍반열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약 1세기 전 미국 아이다호에서였다. 이후 미국의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었는데, 이 질병을 매개하는 진드기는 2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진드기들은 흔한 종이 아니라 야생지역에 서식하는 설치류나 개에 의해 전파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미국 연구자들은 집 근처에서 흔히 발견되는 큰진드기도 록키산 홍반열을 확산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진드기는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데, 미국 보건 관계자들은 당시 록키산 홍반열이 대량으로 발생한 애리조나주의 감염 환자들 집에서 벽 틈새로 나타나 어린이들의 야외 놀이기구나 가구에 기어다니는 감염 진드기를 찾아냈다.
록키산 홍반열은 초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사망률이 20%에 이른다. 특히 이 질병은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FTS와 비슷하게 최근에 들어서야 특정 진드기가 특이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론스타 진드기에 물릴 경우 알파갈(alpha-gal)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고기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 알러지는 소고기나 양고기, 돼지고기에서 발견되는 당(糖)에 반응하여 벌통 모양의 발진을 일으키는데, 고기를 먹은 지 약 4시간 후에 발생하며 일부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아나필락시스 반응(호흡 곤란과 복통 등을 일으키는 알러지 쇼크)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드기에 물린 사람들은 알파갈 당에 대한 항체가 생기며, 알러지 증상이 발생한 사람들은 혈액검사를 통해 이 항체가 발견될 경우 진드기에 물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알러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극소수인 데다가 두드러기와 4시간 전에 먹은 고기와의 관련성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밀즈 박사는 2007년 하이킹을 하던 도중 직접 진드기에 물린 후 자신의 항체 수준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알파갈 항체와 진드기 간의 관련성에 대해 의심을 품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 후 연구를 통해 80%의 환자들이 알러지 증상을 보이기 전에 진드기에 물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드기의 타액 속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이 알파갈 항체의 생성에 관여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진드기를 제거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진드기를 구제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의 공생균 제거법이다.
이 연구진은 미국 남동부에 서식하는 에를리히증을 옮기는 론스타 진드기가 특별한 공생 세균으로부터 통상적인 먹이에서는 얻을 수 없는 필수 영양분을 공급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라서 그 공생균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거나 없애는 화합물을 찾아낼 경우 다른 동물이나 환경에 대한 피해 없이 간접적으로 그 진드기만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사용되는 살충제는 진드기를 직접적인 표적으로 하지만, 다른 동물에게 독성을 미치거나 익충까지도 죽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라임병 병원균이 진드기 내장에 있는 특별한 수용체에 결합해 서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따라서 그 수용체의 발현을 억제할 경우 라임병 병원균의 확산도 억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3-05-2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