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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5-06

미래 전장의 지배자, 전자기포 ‘레일건’ 포구속도 한계 극복, 부작용은 해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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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북한 조선인민군 창건 81주년 기념식이 약식 열병행사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북한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여온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해마다 북한은 대포동, 무수단 등 중장거리 미사일을 과시하며 열병행사를 가졌고, 서방측은 북한의 신무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온 것이 사실이다.

▲ T-72전차를 모방해 자체 개발한 폭풍호. ⓒ연합뉴스

하지만 핵실험 이전만 해도 북한군 군사 퍼레이드의 주인공은 전차였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력은 아직도 기갑부대를 중심으로 정규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속도전을 이용한 초기 한국전쟁 당시의 전술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북한은 미사일 개발 못지않게 ‘폭풍호’를 비롯한 차세대 전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뿐 아니라 미래의 예기치 않은 전쟁상황에 대비한 차세대 전차 개발은 각국의 숙원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차의 핵심인 장약추진식 전차포의 재래식 기술 개발은 이제 그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를 대체할 무기로 전자기포(Electromagnetic pulse accelerator Gun) 일명 ‘레일건(Rail Gun)’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포 구경이 지배하는 전장   

1943년 7월 5일 구소련의 외곽지역 쿠르스크(Kursk) 평원에 독일군의 팬저와 타이거 전차 2천700여 대와 소련의 T34와 KV 전차 3천600대가 집결했다. ‘검은 남작'이란 별명의 미하일 비트만(Michael Wittmann) 소위도 독일남부군의 치타델레 작전의 일환으로 쿠르스크(Kursk) 전차전에 투입됐다.

횡대 대형으로 전진하는 전차대대를 따라서 능선으로 진격하던 전차장 비트만 소위는 드디어 첫 번째 먹이감을 발견했다. 상대는 소련군의 T-34 전차 2대. 비트만 소위는 “1시 30분 방향 T-34 2대 발견, 거리 약 2천m. 고속철갑탄 장전, 포수 대기”라고 명령했다.

무전기가 없는 소련군 전차는 깃발 수신호로 전진 명령을 주고받았다. 이를 눈치챈 비트만 소위는 오른쪽의 울창한 수풀에 매복할 것을 명령했다. 당시의 타이거 전차는 1천500m 이상의 원거리에서 적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56구경장 88㎜ kwk36 전차포를 장착하고 있었다. 중량 10kg이 나가는 철갑탄은 한 방으로 적의 포탑을 날려 버릴 파괴력을 지녔고, 거리측정기 ‘스탄디아 레티클(Standia Reticle)’은 상당히 정확한 거리를 나타냈다.

조준눈금이 거리 1천500을 가리키자 비트만 소위는 “철갑탄 발사!”를 명령했다. 철갑탄을 맞은 적 전차는 포탑이 완전히 파괴됐다. 하지만 두 번째 T-34 전차에 위치가 노출된 타이거 전차는 전면 포방패 부근에 76.2㎜ 철갑탄을 맞았다. 그러나 타이거 전차의 포탑 전면 장갑은 100㎜ 두께로 500m 이상의 거리에선 직격탄을 맞아도 견딜 수 있었다.

쿠르스크 전차전은 숫적으로 앞선 소련군이 승리했지만 원거리 사격이 가능한 88mm 주포와 100mm 두께의 전면 장갑 등을 갖춘 타이거가 T-34를 압도했다. 미하일 비트만 소위 같은 전차 에이스들의 탄생은 강력한 88mm 전차포를 갖춘 타이거 전차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군 역사가들의 분석이다.

독일군의 타이거 전차에 혼이 난 소련군은 2차대전을 거치면서 전차 주포의 구경을 꾸준히 증가시켰다. T-34 이후로 등장한 T-62전차는 105mm에 이어서 120mm로 주포의 구경을 확대했고 상대방 국가들도 모두 주포의 구경을 확대시키는 데 주력했다. 반면에 포의 구경을 늘리는 기술은 스스로의 한계점을 갖고 있었다.

레일 위를 질주하는 전자기 포탄

포신의 약실에 장전된 탄두는 추진장약이 급격히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압력에 의해 힘을 받는다. 포신 구경에 맞춘 탄두의 회전탄대가 포신의 강선에 맞물려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저항을 초과하는 압력이 형성되면 탄두는 급격하게 가속되면서 포구를 떠나는데 이때의 속도는 포신의 길이, 포의 구경에 좌우된다.

▲ 주포의 구경은 사거리와 관통력을 좌우한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전차 주포의 구경이 커지는 이유는 포구속도 때문이다”며 “포구속도가 빨라지면 탄의 운동에너지가 커지고 다시 이는 사거리, 관통력 등을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즉, 포의 구경이 커질수록 탄체의 단면적과 포구의 압력이 동시에 증가한다. 결국 약실체적이 커지는데 이는 추진장약의 증가에 따른 포구압력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포구속도 증가는 분자량이 큰 이산화탄소(CO2)의 단열 팽창을 이용하고 있어서 고체장약 추진제의 기술은 이미 포구속도 증대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일명 ‘레일건(Rail Gun)’이라고 불리는 전자기포(Electromagnetic launcher)다. 전기자(Amature)에 장착된 탄두는 플레밍의 왼속 법칙에 따라 레일을 따라 포구 방향으로 가속되는 전기자에 의해 발사된다. 이때 발생하는 가속력이 바로 로렌츠력(Lorentz force)으로 전류(I)와 인덕턴스(전류의 변화율에 의해서 코일 내부에 유도되는 기전력)에 비례한다.

기존의 화포에 비해 약 3배 정도의 포구속도를 갖는 이 레일건의 원리는 사실 오래 전에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서 유투브(U-Tube)에 레일건(Rail Gun)의 발사 시험 영상을 공개하면서 다시 세간의 화제가 됐다. 

지난 2011년 미 해군은 약 33MJ(메가줄) 위력의 레일건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미 해군 관계자는 “레일건이 약 33MJ(메가줄)의 운동에너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1MJ은 1톤짜리 물체를 시속 160km의 속도로 날릴 수 있는 물리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사시, 작용/반작용 법칙에 의한 엄청난 반동, 초음속에 의한 강한 충격파, 포신에 가해지는 자기장의 물리적 충격력, 대규모의 전력사용에 따른 비용 등은 아직도 이 무기의 실전배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5-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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