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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4-29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을 차단시켜라 전립선 치료로 탄생한 화학적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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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황금연휴. 어둑한 길거리에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걷는 한 남자가 있었다. 30대 후반의 이 남성은 무표정하게 길거리를 걸어갔다. 하지만 모자 속에 가려진 눈빛에는 웬지 모를 날카로움이 엿보였다.

▲ 아동성폭행에 반대하는 온라인 시위. ⓒ연합뉴스

얼마후 거리 모퉁이를 돌아선 그 앞으로 두 명의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지나갔다. 그때 갑자기 남자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멍하던 그의 눈은 생기로 반짝였고, 투박한 입술은 촉촉해졌다. 발걸음도 어느 덧 빨라졌다. 얼굴에 살짝 흐르는 미소에 무언가를 감춘 채, 그는 방금 지나간 어린 학생들을 쫓아갔다.

그는 이른바 ‘아동성도착증 환자’. 소녀들을 보면 그의 대뇌 생리 구조는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다. 먼저, 시각적 자극이 대뇌피질을 통해 시상하부에서 황체형성호르몬 방출호르몬(LHRH)을 스스로 분비시킨다. 혈관을 타고 뇌하수체로 흘러든 이 호르몬은 황체형성호르몬(LH)을 형성, 고환으로 보낸다. 이 LH호르몬에 의해 고환은 금방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으로 가득찬다.

본능만이 주도하는 이 시점의 육체는 결국 외력에 의해서 통제력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건 바로 화학적 거세이며,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차단이다.

지난 2011년 7월부터 우리나라도 스스로 성충동을 억제치 못하는 성도착증 피고인들을 위해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법원의 화학적 거세 명령에 피고인이 항소를 포기, 첫 시술자도 나올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 정신적 부작용과 피고인의 인권에 대해 전문가들 간에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아직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엔 항상 테스토스테론이 있다.

말 못하는 고통 전립선암 치료

최근 공무원 A씨(59세. 남)는 남다른 고민에 빠졌다. 얼마전에 전립선암을 완치하고 다시 직장에 복귀한 그이지만 다른 고통이 그를 괴롭히고 있는 것. 하지만 아무에게나 털어놓을 수도 없어 혼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중이다.

일년전 그는 새벽에 갑자기 발생한 심장 동통으로 잠이 깼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은 조금 나아졌지만 배뇨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야뇨가 심하고 가끔 혈변도 나왔다.

병원 진찰후 그가 받은 병명은 전립선암 초기. 다행스럽게 의사는 “빨리 입원해 방사선 치료와 호르몬 요법을 병행하면 완쾌도 될 수 있다”고 말해줬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인터넷으로 전립선암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다. 그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립선암(Prostate Cancer)은 암 사망률 2위로 빠르게 상승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초기 치료에는 ‘안드로겐(androgen)’ 호르몬 제거 요법이 많이 쓰인다는 것 등이다.

안드로겐은 남성 생식계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을 총칭하는 용어로 특히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의 원천이다. 안드로겐은 안드로겐 수용체(Androgen receptor, AR)와 결합, 전립선암을 활성화시키는데 전립선암의 시작과 더불어 증가한 안드로겐 호르몬이 신호를 보내 안드로겐 수용체(AR)를 활성화시키고, 전립선-특수 유전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를 발현시킨다.

▲ 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전립선암 치료제. ⓒ연합뉴스

그는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와 ‘안드로겐 제거 치료(Androgen deprivation therapy, ADT)를 받았다. 전문가는 “안드로겐 호르몬에 의존한 테스토스테론 생성 증가가 전립선암을 활성화시키므로 이를 저해하는 ‘케토코나졸’ 등을 복용하거나 AR과의 결합을 차단하는 안드로겐 제거 방법 등을 쓴다”고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의 길항작용을 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이 함유된 약물도 투여된다. 하지만 이는 또 하나의 고통을 낳는 결과를 초래한다.

남성호르몬 차단하는 여성호르몬

지난 2005년 의학 잡지 ‘Journal of Urology’에 실린 한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테스토스테론을 보충받은 수십명의 남성들 가운데 20명의 남자들에게서 전립선암이 발생했다는 것.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대의 ‘프랭크 가일리스(Franklin D. Gaylis)’ 교수는 보고서에서 “임상적으로 이런 전립선암은 테스토스테론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같다”고 밝혔다. 남성다움의 상징인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의 전유물인 전립선을 파괴하는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전립선암 치료는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막는 약물 치료로 전환됐다. 에스트로겐 성분이 함유된 약물들이 사용됐고, 이는 아동성폭행 범죄로 골머리를 앓던 미 캘리포니아에선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건 바로 화학적 거세의 도입이었다.

실제로 환자의 근육 부위에 에스트로겐을 주사하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억제되는 동시에 남성의 고환이 쪼그라들어 성충동역시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험자들은 성충동이 사라지는 고통을 호소했다. 공무원 A씨의 고민이 바로 이것. 전문가들은 “여성호르몬의 투여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막기 때문에 전립선암의 치료 방법은 화학적 거세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다른 부작용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여성 호르몬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심혈관 장애, 우울증, 두통, 간 기능 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면 몸 속의 여성호르몬 수치가 증가해 남성의 가슴이 부풀어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서 현재 화학적 거세 약물은 피고인의 인권을 고려해 ‘루프론(Lupron)’, ‘졸라덱스(Zoladex)’ 등이 쓰일 전망이다. 이 약물은 테스토스테론을 촉진하는 뇌하수체의 황체형성호르몬(LH)을 차단, 앞서의 부작용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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