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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3-04-17

혈액이나 심장이 냄새를 맡는다? 후각 수용체를 갖고 있는 신체 장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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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코에 후각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다. ⓒfree image
사람이나 동물은 어떻게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코 속에 후각 수용체(olfactory receptors)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후각 수용체란 냄새가 나는 물질의 화학적 자극을 받아들여 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를 의미한다. 

후각 수용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의 안쪽 맨 위에 엄지손톱만한 크기로 분포돼 있다는 것이 상식이었기 때문에 오직 코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심장이나 폐 같은 신체의 장기는 물론 혈액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신체의 장기나 혈액에도 후각 수용체 존재

과학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독일 뮌헨공대의 과학자들이 우리 몸에 있는 심장이나 폐 같은 장기들의 세포와 혈액의 세포들 속에도 사람이나 동물의 코에 있는 것과 같은 후각 수용체를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 심장같은 신체의 장기와 혈액 등에도 후각 수용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free image
사이언스데일리는 보도를 통해 후각 시스템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기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제하면서 ‘갓 끓인 커피나 구운 빵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를 심장도 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황당한 의문이 이번 기회를 통해 풀려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뮌헨공대의 연구진은 “최근 코 안이 아니라 혈구 세포들이 후각 수용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놀랍게도 심장과 허파, 그리고 후각과 무관한 몸 안의 다른 많은 기관에도 이러한 수용체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독일 뮌헨대의 교수이자 식품화학기술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인 페터 시베를레(Peter Schieberle) 교수는 “그동안 과학자들은 코에만 후각 수용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후각 세포가 아닌 곳에서 후각 수용체가 발견된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맛과 향을 느끼는 역할을 하는 수용체

수용체는 입과 코에서 맛과 향을 느끼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수용체는 감각을 두뇌에서 인지하도록 하여 우리에게 음식의 질에 대하여 알려주게 되는데 이들 수용체들을 G단백질 연관 수용체라 부른다.

 G단백질이란 단백질의 한 종류로 세포 바깥에서 발생한 화학적 신호를 내부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세포 내부에 위치한 G단백질은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빛과 맛, 그리고 냄새 등을 감지하고 아드레날린·도파민·세로토닌 등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 등 다양한 신호에 반응하는 것은 GPCR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를 통해 G단백질의 세포 간 상호작용을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 있는 약 1천 가지 수용체 중에서 대략 800여 개가 GPCR이다. GPCR은 신경 시스템에서부터 시작하여 후각과 미각 등 많은 생리적 과정 조절에 기본이 되기 때문에, 주요한 약물의 목표물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약 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GPCR의 존재에 대해 시베블레 박사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GPCR의 반은 향을 감지하고 해석할 수 있는 반면, 맛을 느끼는 수용체는 27개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동안 식품산업에서는 음식 성분을 밝히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그 성분들의 맛을 감지하는 것과 묶어내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가는 혈액세포

시베블레 박사가 밝힌 실험과정을 살펴보면, 연구진은 우선 인간의 혈액 샘플로부터 분리한 1차 배양 혈액세포를 막으로 구분된 용기의 한쪽에 배치한 다음, 다른 한쪽에는 특정 향을 내는 취기제(臭氣劑, odorants)를 담았다.

▲ 센소믹스는 음식의 향과 맛, 그리고 질감 등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free image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연구진은 혈액세포가 막을 통과해 취기제가 담겨 있는 쪽으로 이동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시베블레 박사는 “혈액세포에 있는 후각 수용체들이 취기제의 향에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시베블레 박사는 “혈액에 남아 있는 후각 수용체를 진화 이전의 인간이 가지고 있던 예민한 후각 기능의 흔적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며 “냄새로 먹이를 찾는 동물들에게 후각 능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인간은 냄새로만 먹이를 찾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진화하면서 후각 능력이 퇴화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베블레 교수는 “번식의 근원이 되는 정자가 후각 수용체를 이용해 난자의 냄새를 맡아 찾아가는 것처럼, 이번 연구를 통해 코 이외의 생체에서도 냄새를 맡는 수용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사람이나 동물이 맛과 냄새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베블레 박사와 연구진은 '센소믹스(sensomics, 감각학)'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소믹스는 입과 코가 정확하게 어떻게 음식에서 나는 향이나 맛, 그리고 질감을 감지하는가를 규명하는 학문이다.

센소믹스는 특히 초콜릿이나 볶은 커피 같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음식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가령 음식에 곁들인 구운 콩을 먹을 때 사람의 입에 가득하고 진한 풍미를 제공하는 이유 등을 연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베블레 박사는 “맛과 향 외에도 질감을 주는 콩의 성분을 다른 음식에 더해주면 입안에서 같은 질감을 제공할 수 있다”며 “콩과 같은 천연 재료들은 다른 음식들과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감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진은 센소믹스를 통해 어째서 음식의 맛이 나는지, 느끼는지, 그리고 냄새가 맛있거나 맛이 없다고 하는지를 알아내는 분석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연구진은 커피에 들어있는 향 성분이 1천 가지가 넘지만 그중에 단 25개의 성분만이 후각 수용체와 상호작용을 하며 냄새를 느끼도록 한다는 사실도 최근 발견하였다.
김준래 객원기자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3-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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