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전체는 차세대 메모리 저장 소자로 주목받는 소재다. 전기장을 가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전기적 분극을 띠는 성질을 지닌 물질이다. 외부전기장을 이용하면 강유전체의 분극 방향을 반대로 바꿀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정보저장 소자에 활용되기도 한다.
국내 연구진이 강유전체 구조와 유전분극 현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영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연) 전자현미경연구부 연구원은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강유전체 특성을 갖는 산화물 박막 재료의 구조와 유전분극 현상을 원자 단위에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분야 전문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월 18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이로써 국내 과학기술이 차세대 메모리와 복합 산화물 기능소자를 개발하는 데 한 발 더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질에 대한 연구가 과학의 기초
“강유전체를 구성하는 양이온과 음이온들은 결정구조 안에서 정확한 대칭 위치에 있지 않고 수십 피코미터 범위에서 위치가 서로 어긋나 있습니다.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는 양이온에 의한 양전기를, 반대 방향으로는 음이온에 의한 음전기를 띠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외부에서 전압을 가해주면 이들 양이온과 음이온들의 상대적인 위치를 바꿀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양극과 음극을 전압 조정에 의해 바꿀 수 있는 이러한 스위칭 성질은 비실리콘 기반 전자소자 개발에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죠. 전기장뿐 아니라 자기장을 가해도 스위칭 현상이 일어나는 물질이 있는데 과학계에서는 이를 ‘다중강성체’라 부릅니다.”
김영민 박사의 이번 연구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공동으로 수행했다. 다중강성체의 대표 물질인 비스무스철산화물(BiFeO3) 박막 소자의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분극 현상을 최초로 밝혀낸 연구다.
“경계면에서 원자층을 바꿔주면 수 나노미터 크기의 반강유전체 성질을 갖는 비스무스 철산화물이 새롭게 생긴다는 것을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처음으로 증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분석과학 측면과 재료과학 측면에서 두 가지 의의를 갖는다. 첫째는 이제 우리나라도 독일과 미국 등에 이어 재료의 원자구조뿐 아니라 분극 현상과 같은 재료의 성질까지 동시에 관찰하는 분석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재료과학적 측면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비스무스철산화물의 새로운 특성을 발견해 복합 산화물 기능소자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
이번 연구결과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우선 물질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재료의 결정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원자들의 작은 움직임은 물질의 성질을 정의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관찰대상이다. 그러나 기존에는 재료를 구성하는 원자 구조를 직접 관찰하는 것이 매우 정밀하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물질의 성질은 화학적인 변화가 전혀 없어도 원자들의 아주 작은 움직임에 의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흥미로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구조와 성질’ 간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강유전체 물질에서 일어나는 분극 현상인데, 원자 단위에서 이를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 분석기술입니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새로운 성질을 갖는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필수적인 분석기술인 셈이죠.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는 독일과 미국에 이어 이 분석기술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른바 재료의 ‘구조와 물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마련한 셈입니다. 신기능 재료 개발의 열쇠 하나를 더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수차보정 투과 전자현미경이란 ‘수차보정 기술’을 통해 물질의 원자구조를 손쉽게 볼 수 있는 현미경을 말한다. ‘수차’란 렌즈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굴절된 빛들이 한 점에 모이지 못하는 오차요인으로, 이 경우 렌즈를 통과한 물체의 영상이 흐릿하게 보인다.
유리렌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구면 렌즈를 끼워 넣어야 한다. 투과전자현미경도 전자기렌즈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렌즈와 초점면 사이에 비구면 전자기렌즈를 끼워 넣는다. 이것이 바로 ‘수차보정 기술’이다. 덕분에 전자현미경의 분해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김 박사는 “전자현미경에 안경을 끼워 준 셈”이라고 비유했다.
국내 분석기술 수준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과학분야에서 좋은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소재개발 △분석 △이론해석의 3요소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번 연구는 분석기술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예로,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해 연관재료와 나노소자 개발의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동안 강유전체 재료의 분극 현상을 관찰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원자단위에서 일어나는 물리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최근 수 년 사이에 원자분해 성능을 가진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을 응용한 분석기술이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 의해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내의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의 활용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김 박사는 “수차보정 전자현미경 분야의 경험자가 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때마침 기초연의 인력교류 활성화 정책으로 연수차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를 방문하게 되어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용하면 기능성 산화물 박막형 전자소자의 구조와 성질을 연구할 때 원자 단위에서 일어나는 근본적인 정보를 밝히는 일이 가능해진다. 차세대 메모리를 비롯한 새로운 특성을 갖는 복합 산화물 기능소자를 개발하거나 연관 산업을 성장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막형 산화물 반도체 및 전자 소자는 제조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해 이제는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자유자재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화학적 원소들은 자연 상태의 물질과 같아도 그 물리적 성질이 완전히 다른 인공 물질이 되기도 하죠.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분석기술 개발에 더욱 정진해 앞으로 나노재료의 ‘구조-화학-성질’의 상호 연관관계를 이해할 효율적인 연구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김 박사는 마지막으로 “진정한 과학의 눈 역할을 하겠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연구자들의 기능성 산화물 분야 연구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내 연구진이 강유전체 구조와 유전분극 현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영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연) 전자현미경연구부 연구원은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강유전체 특성을 갖는 산화물 박막 재료의 구조와 유전분극 현상을 원자 단위에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분야 전문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월 18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이로써 국내 과학기술이 차세대 메모리와 복합 산화물 기능소자를 개발하는 데 한 발 더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질에 대한 연구가 과학의 기초
“강유전체를 구성하는 양이온과 음이온들은 결정구조 안에서 정확한 대칭 위치에 있지 않고 수십 피코미터 범위에서 위치가 서로 어긋나 있습니다.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는 양이온에 의한 양전기를, 반대 방향으로는 음이온에 의한 음전기를 띠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외부에서 전압을 가해주면 이들 양이온과 음이온들의 상대적인 위치를 바꿀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양극과 음극을 전압 조정에 의해 바꿀 수 있는 이러한 스위칭 성질은 비실리콘 기반 전자소자 개발에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죠. 전기장뿐 아니라 자기장을 가해도 스위칭 현상이 일어나는 물질이 있는데 과학계에서는 이를 ‘다중강성체’라 부릅니다.”
김영민 박사의 이번 연구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공동으로 수행했다. 다중강성체의 대표 물질인 비스무스철산화물(BiFeO3) 박막 소자의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분극 현상을 최초로 밝혀낸 연구다.
“경계면에서 원자층을 바꿔주면 수 나노미터 크기의 반강유전체 성질을 갖는 비스무스 철산화물이 새롭게 생긴다는 것을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처음으로 증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분석과학 측면과 재료과학 측면에서 두 가지 의의를 갖는다. 첫째는 이제 우리나라도 독일과 미국 등에 이어 재료의 원자구조뿐 아니라 분극 현상과 같은 재료의 성질까지 동시에 관찰하는 분석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재료과학적 측면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비스무스철산화물의 새로운 특성을 발견해 복합 산화물 기능소자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
이번 연구결과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우선 물질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재료의 결정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원자들의 작은 움직임은 물질의 성질을 정의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관찰대상이다. 그러나 기존에는 재료를 구성하는 원자 구조를 직접 관찰하는 것이 매우 정밀하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물질의 성질은 화학적인 변화가 전혀 없어도 원자들의 아주 작은 움직임에 의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흥미로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구조와 성질’ 간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강유전체 물질에서 일어나는 분극 현상인데, 원자 단위에서 이를 직접 관찰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 분석기술입니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새로운 성질을 갖는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필수적인 분석기술인 셈이죠.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는 독일과 미국에 이어 이 분석기술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른바 재료의 ‘구조와 물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마련한 셈입니다. 신기능 재료 개발의 열쇠 하나를 더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수차보정 투과 전자현미경이란 ‘수차보정 기술’을 통해 물질의 원자구조를 손쉽게 볼 수 있는 현미경을 말한다. ‘수차’란 렌즈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굴절된 빛들이 한 점에 모이지 못하는 오차요인으로, 이 경우 렌즈를 통과한 물체의 영상이 흐릿하게 보인다.
유리렌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구면 렌즈를 끼워 넣어야 한다. 투과전자현미경도 전자기렌즈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렌즈와 초점면 사이에 비구면 전자기렌즈를 끼워 넣는다. 이것이 바로 ‘수차보정 기술’이다. 덕분에 전자현미경의 분해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김 박사는 “전자현미경에 안경을 끼워 준 셈”이라고 비유했다.
국내 분석기술 수준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과학분야에서 좋은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소재개발 △분석 △이론해석의 3요소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번 연구는 분석기술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예로,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해 연관재료와 나노소자 개발의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동안 강유전체 재료의 분극 현상을 관찰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원자단위에서 일어나는 물리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최근 수 년 사이에 원자분해 성능을 가진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을 응용한 분석기술이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 의해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내의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의 활용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김 박사는 “수차보정 전자현미경 분야의 경험자가 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때마침 기초연의 인력교류 활성화 정책으로 연수차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를 방문하게 되어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용하면 기능성 산화물 박막형 전자소자의 구조와 성질을 연구할 때 원자 단위에서 일어나는 근본적인 정보를 밝히는 일이 가능해진다. 차세대 메모리를 비롯한 새로운 특성을 갖는 복합 산화물 기능소자를 개발하거나 연관 산업을 성장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막형 산화물 반도체 및 전자 소자는 제조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해 이제는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자유자재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화학적 원소들은 자연 상태의 물질과 같아도 그 물리적 성질이 완전히 다른 인공 물질이 되기도 하죠.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분석기술 개발에 더욱 정진해 앞으로 나노재료의 ‘구조-화학-성질’의 상호 연관관계를 이해할 효율적인 연구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김 박사는 마지막으로 “진정한 과학의 눈 역할을 하겠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연구자들의 기능성 산화물 분야 연구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3-04-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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