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8,2019

아인슈타인의 뇌, 재생이 가능하다?

세계 뇌 연구 어디까지 왔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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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유럽위원회(EC)는 거대 연구사업인 인간 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 이하 HBP)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를 미래기술 주력사업(FET 플래그십) 프로그램의 주요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것.

이에 따라 10년 후인 2023년까지 11억9천만 유로(한화 약 1조8천억 원)를 투입해 21세기 최대 난제인 뇌의 신비를 파헤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보다 훨씬 전에 발표된 이 뇌 연구 프로젝트 역시 핵심 목표는 뇌지도 작성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에콜 폴리테크닉(École Polytechnique, 파리이공과대학) 등 전 세계 80여 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 중에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뇌 전기생리학자(brain electrophysiologist)인 헨리 마크램(Henry Makram)이다.

1초에 500조 번 연산 가능한 슈퍼컴퓨터

남아프리카 태생인 그는 10년 전부터 스위스 연방공과대학교에서 뇌지도 연구를 수행해왔다. 지난 2005년에는 스위스 정부 지원을 받아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Blue Brain Project)’에 착수했다.

▲ 지난 1월 유럽위원회(EC)가 승인한 인간 뇌 프로젝트(HBP)에서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분석영상을 통해 인간 뇌세포 모습을 비쳐주고 있다. 컴퓨터 분석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경우 뇌지도 작성은 물론 개별적인 뉴런 분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http://www.humanbrainproject.eu/


그가 수행하고 있는 뇌 연구의 특징은 컴퓨터 시뮬레이션(simulation) 기법을 사용한다는데 있다. 복잡한 뇌 구조를 분석한 뒤 실제와 똑같은 구조의 인공 뇌를 만들어 실물처럼 작동하는 디지털 뇌(digital brain)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작업이 가능한 것은 뇌 속에 들어 있는 정보들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을 만큼 세밀해지고 빨라졌기 때문이다. 2005년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에서 프로세서 장치가 1만6천개에 불과한 컴퓨터를 사용했음에도 연구 1년 만에 실험 쥐 뇌 속의 피질 원주(Cortical column)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EU에서 거액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 시작된 ‘인간 뇌 프로젝트(HBP)’에는 1초에 약 500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가 투입되고 있다.

마크램은 최근 네이처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는 2020년대 들어서면 인간 뇌를 그대로 재현한 뇌지도를 틀림없이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크램의 말대로 그것이 실현되다면 인류는 아인슈타인의 뇌와 비슷한 놀라운 인공지능이 탄생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는 다르멘드라 모다(Dharmendra S. Modha)가 있다. IBM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그곳에서 인간의 뇌를 본떠 만든 컴퓨터 칩 프로젝트 ‘시냅스(SyNAPSE)’를 이끌면서 새로운 연구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2006년 쥐 뇌의 40%, 2007년 쥐 뇌의 100%를 시뮬레이션한데 이어 2011년에는 ‘시냅스(SyNAPSE)’ 연구 성과로 256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수십만 개의 시냅스와 연결된 컴퓨터 칩을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MIT 리뷰, 뇌지도 작성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같은 연구 성과들은 뇌지도를 작성하는 일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난관도 만만치 않다. 8일 MIT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는 뇌지도 작성 연구와 관련,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지금 유전학자들은 분자생물학자 등의 도움으로 뇌과학자들이 뇌세포 활동을 연구하고 있지만, 인간 뇌에 대해 실제로 밝혀지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뇌지도 연구 또한 살아 있는 뇌가 아니라 사자(死者)의 뇌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결과 역시 부분적인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앨런 뇌과학연구소(Allen Institube for Brain Science)의 예를 들었다. 이곳에서의 뇌지도 연구가 뇌 연구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런(신경세포)의 활동이 어떤 경로를 거쳐 뇌 활동으로 발전하는지 아직 규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분한 기술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 뇌지도 작성이 곧 이루어질 것처럼 속단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뇌 연구 활동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마크램 역시 기술적인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뇌지도 작성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컴퓨터 기억용량이 지금의 500배, 성능에 있어서는 지금보다 2만 배 이상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이를 위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데 연구자금이 받쳐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1월 유럽이 11억9천만 유로(한화 약 1조8천억 원)의 연구비 지원을 승인한 것은 마크램의 걱정을 한결 덜어주는 결단이다.

이에 비해 미국 정부는 2014년부터 시작할 이 프로젝트를 위해 1억 달러의 연구자금만을 배정해놓은 상태다.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유럽을 의식, 너무 급하게 BRAIN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향후 미국, 유럽 간의 뇌지도 연구 경쟁이 결국 돈 싸움으로 결판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세계인들의 시각은 정말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낼 수 있는지의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쏠려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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