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측면에서 남녀평등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모습이다. 그러나 정서적인 측면의 남녀차별은 계속 잔존하고 있다. 남성의 능력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의 능력이 훨씬 뛰어난 분야가 있다.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많은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언어학습에서만큼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왔다.
여성의 언어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처음 확인된 것은 12년 전이다.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사례를 놓고 그 원인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2001년 'FOXP2'라는 유전자를 찾아내, 이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언어구사 능력 역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밝혀냈다.
'FOXP2'의 단백질 양이 언어능력 좌우
'FOXP2' 발견이후 후속 연구들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활발했던 것이 비교 연구다. 많은 수의 과학자들은 어린 남녀 학생들의 언어능력을 비교하면서 여성의 언어습득 능력이 남성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다.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FOXP2'를 발견할 당시 연구에 참여한 사이몬 피셔(Simon Fisher) 박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 근무하는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만으로 여성이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해왔다.
과학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 것은 언어유전자 'FOXP2'의 내부 상황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FOXP2' 내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성 우월론을 제기한다는 것에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를 또 다른 과학자들이 해결해냈다. 사이언스지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메릴랜드 의과대학의 마가렛 맥카시(Margaret McCarthy, 뇌과학) 박사와 심리학자인 마이클 바우어(Michael Bowers, 심리학) 박사는 공동연구를 통해 'FOXP2'의 단백질 양에 따라 언어능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태어난 지 4일이 지난 암컷과 수컷 쥐들을 어미로부터 떼어놓은 후 어린 쥐들의 울음소리들을 녹음했다. 그 결과 수컷 쥐들의 주파수(소리)가 암컷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았다. 연구진은 소리 검증이 끝난 새끼 암컷 쥐와 수컷 쥐 8마리 뇌를 해부했다.
이어 'FOXP2' 안의 단백질 수를 검사했는데 크게 소리를 지른 수컷 쥐 'FOXP2'에서 암컷 쥐보다 두 배 정도 많은 단백질들(mygdala, cerebral cortex, cerebellum)이 검출됐다. 소리를 많이 지른 수컷 쥐의 유전자 'FOXP2' 내에 더 많은 단백질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FOXP2 발견자, 지나친 여성 우월론 경계
이어 연구진은 정반대의 실험을 수행했다. 수컷 새끼 쥐에 있는 'FOSP2'에서 단백질을 뽑아냈다. 그리고 전과 같은 상황에서 울음소리를 녹음한 결과 수컷 쥐들의 울음소리가 훨씬 작아졌다. 'FOSP2' 유전자 내의 단백질 수가 언어능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는 사고로 사망한 4~5살 된 어린이 뇌로 이어졌다. 그 안에 있는 'FOXP2'에서 단백질 수치를 조사했는데 여자 아이의 뇌에서 남자보다 30% 정도 더 많은 단백질 수가 확인됐다. 이는 어린 시절 여자의 언어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준다.
마가렛 맥카시 박사는 자신의 연구결과에 대해 유전자 'FOXP2'와 그 안에 들어 있는 단백질 수가 언어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동안 'FOSP2'의 영향력에 대해 모호한 부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반면 'FOXP2'를 발견한 사이몬 피셔 박사는 아직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쥐를 통해 단백질 상황을 분석했지만 모든 동물이 다 그런 것은 아니며, 사람의 경우 언어능력에 있어 그 변수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
'FOXP2'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선천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남성이 이어받을 수 있으며, 태어난 후 양육 방식에 따라 남성의 언어능력이 더 월등해질 수 있다며,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데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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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2-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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