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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3-02-08

화를 자주 내는 요즘, 충동조절장애? 제 때 화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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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또는 무언가가 치유해주는 이른바 '힐링(Healing)'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분노를 치유하기 위한 열풍이다. 어떤 사람이든 분노가 심해질 경우, 자기방어 기능이 약해 충동조절을 못하는 충동조절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신경과전문의인 안하르 하산 박사팀은 도파민호르몬의 촉진제를 복용하는 파킨슨병 환자는 충동조절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22% 높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도파민촉진제가 감정과 보상, 쾌락을 관장하는 뇌의 변연계 회로를 자극하기 때문에, 충동조절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파킨슨병과 관련 장애 (Parkinsonism and Related Disorders)' 2011년 3월호에 실린 이 연구에 따르면, 도파민촉진제의 복용단위가 높을수록 충동조절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더욱 커진다. 도파민촉진제로 인해 폭식이나 쇼핑중독과 같은 충동조절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팀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운동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생산 세포가 파괴되어 나타나는 중추신경계질환"이라며, "현재 완치방법이 없으며, 근육경직이나 몸이 떨리기도 하고 동작이 느려지는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고 하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파킨슨병의 치료에 이용되는 일반적인 방법은 바로 레보도파 요법이다. 레보도파(Levodopa)는 도파민의 전구물질로, 도파민을 함유한 신경세포가 소실되는 것이 파킨슨병의 시작임을 감안하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레보도파가 체내에서 대사되어 도파민으로 바뀌는 레보도파를 투여하는 방식인데, 효과는 다양한 임상 시험을 통해 입증되고 하였다.

정신장애의 한가지인 충동조절장애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진단체계인 DSM-IV-TR의 다축 분류체계에 따르면 충동조절장애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충동조절장애(Impulse control disorder)는 성격장애와 정신지체를 제외한 모든 진단범주를 포함하는 축I에 해당한다. Gerald C. Davison과 John M. Neale, Ann M. Kring이 공동 저술한 저서 '이상심리학 (Abnormal Psychology)'에서는 충동조절장애에 행동이 부적절하고 외견상 통제 불능 상태에 있다고 보이는 많은 경우가 포함되어 있다고 쓰고 있다. 

충동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행위를 하게 된 동기가 분명하지 않으며,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을 하려는 충동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반복한다. 충동적인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 긴장이나 각성상태가 고조되다가, 실행하게 되면 쾌감이나 만족감을 느끼며 동시에 긴장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즐기기도 한다.

간헐적 폭발 장애 (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를 가진 사람은 폭력행동을 일으켜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 부상을 안겨주기도 하며, 도벽(Kleptomania)을 가진 사람은 습관적으로 도둑질을 하지만 그 이유가 물건을 사용하거나 돈 때문이 아니다.

방화벽(Pyromania)을 가진 사람의 경우, 고의적으로 불을 지르면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머리 뽑는 증세에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발모광(Trichotillomania)의 경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 뽑는 행동을 참지 못하면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 종종 화를 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화를 자주 내는 사람들을 보고 충동조절장애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주 화내거나, 화를 내고 싶어하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충동조절장애는 아니다. 화를 낸 그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충동조절장애가 아니기 때문이다. ⓒScience Times

자주 화낸다고 충동조절장애는 아니다

충동조절장애의 발생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크게 정신역동적 요인, 정신사회적 요인 그리고 생물학적 요인 이렇게 세 가지를 든다. 정신역동적 요인의 하나는 바로 인격이론의 구조론 중 가장 상위에 위치한 초자아와 자아의 약화 때문이다.

쉽게 말해 무의식이 나 자신을 뚫고 치솟아, 사회적 자아인 초자아를 반복적으로 위협하면서 사회적인 규칙들을 위반하게 만드는 것이다. 초자아는 나쁜 행동을 하면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착한 행동을 하면 자존심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정신역동적 요인에서 봤을 때는 사회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초자아가 약해지면서, 충동조절을 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생물학적 요인은 말 그대로 신체와 관련된 것으로, 정신운동에 관여하는 측두엽에 간질이 생기거나, ADHD로 알려져 있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도 영향을 주곤 한다. 정신사회적 요인으로는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이나 반(反)사회적 경향 등이 있다.

제 때 화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

충동조절장애로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는 제 때 화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가정의학과 김승원 전문의는 "한국 사람들은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감정을 조절하고 침묵을 지키는 사람을 높이 평가해왔다"고 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앓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분노는 무조건 억누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김 전문의는 "계속 참고 누르다보면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오고, 사소한 동기로 인해 폭발하게 된다. 이때, 화를 내는 대상이 불특정 다수로 옮겨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화는 쌓이지 않도록, 제 때 화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하였다.

화를 참는 것은 단순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는 사실이다. 심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위염이나 소화불량 등 신체적인 증상을 겪기도 한다. 또한 우울증과 만성 피로, 불면증 등 다양한 정신적 증상을 겪기 때문에 화를 표현하는 것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화를 푸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먹는 것으로 풀기도 한다. 매운 음식은 일시적으로 화를 해소할 수 있으나,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소화기관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대신 아이스크림과 같은 단 음식을 먹으면 어떨까. 물론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도 있지만, 적당한 양의 아이스크림은 분노를 유발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라고 불리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든 일들이 자기 마음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기대치가 높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런 사람들이 화를 덜 내기 위해서는 기대치를 낮추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지금보다 더 침착하고 합리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펴다보면, 지금보다 편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3-0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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