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임동욱 객원기자
2012-01-05

태평양 건너는 ‘쓰나미 쓰레기’ 내년 미국 서부해안 도착할 수도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지난해 3월 11일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동쪽 179km 해역에서 진도 9.0 규모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이라 이름 붙은 이 지진으로 인해 2만명이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했고 33만여 명이 집을 떠나 피신했다.

▲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수많은 물건과 쓰레기들이 바다로 떠밀려 나갔다. ⓒImagetoday
피해가 일반 지진 때보다 컸던 이유는 대규모 ‘지진해일’ 때문이다. 최고 높이가 38미터에 달하는 쓰나미가 해안가 마을을 덮쳤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도 고장을 일으켜 다량의 방사능이 유출됐다.

방사능 피해에 민감한 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이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800킬로미터로 지리상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고 공동해역을 영유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거리가 8천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지만 사철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 때문에 방사능이 태평양을 건너 서부 해안지역에 도달하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다행히 아직까지 방사능이 도달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또 다른 복병이 숨어 있다. 쓰나미가 닥치면서 바다로 쓸려나간 수많은 물건과 쓰레기들이 여전히 태평양을 떠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인공위성과 선박을 통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내년 즈음에 미국 서부해안에 도착할 수도 있다.

위성감시와 시뮬레이터로 쓰레기 감시 중

쓰나미 직후 일본 연안을 찍은 위성사진에는 전에 없던 커다란 섬이 여러 개 등장했다. 쓰레기로 떠밀려온 물건들이 뒤섞여 바다에 떠 있는 것이다. 건물 잔해, 선박, 가전기기 등 커다란 덩어리부터 플라스틱, 금속, 고무 등 작은 조각들까지 쓰레기의 종류와 크기도 다양하다.

일본 정부는 쓰레기 섬의 무게만 2천5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쓰레기의 양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정확하게 계산된 바가 없다.

게다가 9개월이 지난 지금 인공위성 사진으로는 쓰레기 섬을 발견할 수 없다. 태평양을 건너는 선박들이 이따금 쓰레기를 발견하고 통보하지만 몇 개의 작은 섬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쓰레기가 사라졌다. 파도와 염분으로 인해 어느 정도는 분해가 되겠지만 유기물이 아닌 이상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기 때문에 향후 그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미 해양대기청이 만든 해수면 감시 시뮬레이터 '오스커스(OSCURS)'. 향후 5년의 쓰나미 쓰레기 이동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 ⓒNOAA

미 해양대기청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환경보호국(EPA), 어류·야생동물관리국(FWS) 등과 협력하여 공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또한 최악의 사태부터 최상의 경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축해 그에 맞는 대응체계까지 구축해놓고 있다.

특히 ‘오스커스(OSCURS, Ocean Surface Current Simulator)’라는 이름의 해수면 감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향후 5년간의 쓰레기 더미 이동경로까지 예측하고 있다. 1년차는 빨간색, 2년차는 주황색, 3년차는 노란색, 4년차는 하늘색, 5년차는 보라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2년 동안 태평양을 건너온 쓰레기 더미가 3년차인 2013년에는 미국 서부해안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다.

최악의 경우 해양 생태계 붕괴할 수도

해양대기청이 하와이대와 공동으로 구축한 이 시뮬레이터는 해류와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고려해 쓰레기의 위치를 계산한다.

지난해 말 하와이 북부연안에 도착한 쓰레기 더미는 2013년에 미국과 캐나다 서부해안에 도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후 2014년에서 2016년 사이에는 해류에 떠밀려 다시 하와이 지역으로 되돌아올 예정이다.

▲ 지난해 말 하와이에 도착한 쓰레기 더미는 내년에 태평양을 건너 2013년이면 미국과 캐나다 서부해안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NOAA

전문가들은 바닷속 상황은 변수가 많으므로 다양한 대응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낸시 월러스(Nancy Wallace) 미 해양대기청 해양쓰레기프로그램 팀장은 “최악의 사태부터 최상의 경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축해 그에 맞는 대응체계까지 구축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무거운 쓰레기가 바닥에 쌓이면 산호초를 망가뜨리고 해양 생태계가 붕괴할 수도 있다. 특히 태평양 중심부에 위치한 하와이 인근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쓰레기가 잘게 분해되어 여러 지역으로 흩어진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그래도 인간이 만든 쓰레기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나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의 대부분이 세탁기에 잘못 넣어 잘게 부서져 하수구로 배출된 것으로 최근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고난은 자연이 만들지만 그것을 치우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2-01-05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