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1-12-05

와인 맛볼 때 둥글게 흔드는 이유 유체역학 이용한 ‘와인역학’ 등장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와인(wine) 즉 포도주를 시음하는 테이스팅 과정은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입으로 마신다’는 일정한 순서가 있다. 보고(see) 흔들고(swirl) 냄새맡고(smell) 맛보고(sip) 음미한다(savor) 해서 ‘다섯 개의 에스(five S)’라고도 불린다.

▲ 와인을 시음하는 테이스팅 과정 중에 와인잔을 둥글게 흔드는 이유와 원리에 대해 스위스 로잔공대가 3년 끝에 밝혀냈다. ⓒImage Today
우선 유리잔에 와인을 따른 다음 밝은 빛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들어 눈으로 색깔을 살피고 잔여물을 골라낸다. 다음은 잔을 빙글빙글 돌려서 안쪽 벽에 흘러내리는 모양을 관찰하고 코를 내서 냄새를 맡는다. 마지막으로 입으로 한 모금 마시며 맛을 음미한다.

특히 와인 잔을 둥그렇고 부드럽게 흔드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공기와의 접촉 면적을 늘려 맛과 향을 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쓰이는 생물반응장치도 빠른 산화와 혼합을 위해 둥글게 흔드는 방식을 채용한다.

산소 접촉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포크로 빠르게 휘젓거나 칵테일처럼 격렬하게 흔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과학적인 원리가 명확히 밝혀진 바 없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스위스 로잔공대(EPFL) 연구진이 3년 간의 실험 끝에 해답을 찾아냈다. 유체역학의 원리를 이용했기 때문에 ‘와인역학(Oenodynamic)’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20일부터 2박3일간 열린 미국물리학회(AIP)의 유체역학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다.

와인 잔에 맞는 최적의 운동조건 찾아내

와인 잔을 약간 기울여서 둥글게 흔드는 방식은 '선회 요동(orbital shaking)'이라고 불린다. 동작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된 물리학적 고정조건을 발견할 수 있다.

가속도 설명이 가능한 관성좌표계 상에서 원통의 방향이 고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와인이 등각속도를 유지한 채 동심원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가변요소도 있다. 원통 내부의 지름, 요동이 일어나는 궤적의 반지름, 액체의 높이 변화, 각속도 등이다.

이러한 조건에 따라 액체는 앞과 뒤를, 위와 아래를, 중심과 외곽을 오가며 물결 모양 움직임을 발생시킨다. 물결은 와인 잔의 안쪽 벽면에 접한 부분에서 가장 심하게 일어나며, 액체와 공기가 뒤섞이는 혼합 현상 덕분에 와인 속 특정 성분이 공기와 접촉해 특유의 향을 낸다. 요동으로 인해 알콜이 빠져나오면 와인의 향기가 더 강렬해진다.

연구진은 와인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분석해서 여러 종류의 물결 모양을 찾아냈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 것은 하나의 마루와 하나의 골로 이루어진 움직임이다. 액체의 한쪽 면이 올라간 채 반복적으로 회전하는 모습이다. 마루는 가장 높은 지점을, 골은 가장 낮은 지점을 뜻한다.

▲ 연구진은 유체역학을 이용해 다양한 움직임을 찾아냈고, 잔의 모양에 맞는 최적의 공식으로 정리했다. ⓒAmerican Physical Society

더 복잡한 움직임도 관측되었다. 마루와 골이 2개, 4개 등 여러 개로 나타나기도 하며, 유리잔의 바닥이 드러나거나 선회운동이 망가지기도 한다. 움직임을 유체역학적으로 계산하려면 중력가속도도 감안해야 한다. 연구진은 다양한 요소와 조건이 결합되면서 발생하는 움직임을 6개의 대표적인 움직임으로 나누었다.

분석 결과, 잔의 모양에 따라 최적화된 회전속도와 요동폭을 찾아내 공식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는 동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http://youtu.be/GNWraGMPe9o)

연구를 진행한 모하메드 파라트(Mohamed Fahrat) 로잔공대 선임연구원은 “이 공식을 생물반응장치에 적용한다면 공기 접촉과 혼합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실험 미생물의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또한 소믈리에(sommelier) 즉 와인 전문가들에게 최적화 공식을 교육시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와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12-05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