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빙기(little ice age)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정상보다 매우 낮았던 시기를 말한다.
특히 16세기 말부터 1560년, 1750년, 1850년께에는 기온이 급격히 저하했다는 기록이 세계 각지에서 다수 발견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시기 유럽과 북미지역의 겨울 평균 기온이 20세기 후반과 비교해 약 2℃ 낮았으며, 이로 인해 알래스카·아이슬란드·스칸디나비아반도·알프스 등에서 빙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목성 사이에서 거대한 소행성 충돌
과학자들은 이전 선사시대에도 이런 소빙기가 수차례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었다.
또한 급작스럽게 도래하고 있는 소빙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최근 베일에 싸여있던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19일 ‘사이언스’, ‘가디언’ 지 등에 따르면 미국, 중국‧러시아‧영국‧스위스‧벨기에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태양계를 휩쓸고 있는 우주 진운(dust cloud)이 지구를 뒤덮으면서 소빙기가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주 진운이란 우주를 떠돌고 있는 먼지 구름을 말한다. ‘우주 먼지’, ‘성간 먼지’라고도 하는데 연구팀은 소빙기를 초래한 이 우주 진운이 약 10억 년 전 화성과 목성 사이 한 지점에서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직영이 150km 내외로 추정되는 거대한 돌덩어리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먼지 구름은 태양계 안쪽으로 진출해 지구 주변을 뒤덮었고, 이로 인해 지구를 비추고 있던 햇빛을 일부 차단하면서 지구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는 것.
연구진은 먼지가 몰려올 때마다 최소한 2년 이상 이상저온 현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지구 생태계는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 많은 종의 생물들이 적도 주변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그렇지 못한 생물들은 추운 지역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를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소빙기가 발생한 원인을 추적한 후 태양의 흑점 소멸, 화산 폭발, 해양의 순환 문제 등의 원인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그리고 거대한 소행성 충돌 사건을 제시하면서 소빙기 발생 원인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 18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An extraterrestrial trigger for the mid-Ordovician ice age: Dust from the breakup of the L-chondrite parent body’이다.
연구에는 스웨덴 룬트 대학,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시카고대학, 중국과학원, 러시아과학원, 스위스 취리히공과대학, 영국 던햄대학 등의 연구진이 공동 참여했다.
100개가 넘는 운석 파편 동위원소 분석
그동안 과학자들은 온실가스로 인한 기온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어떤 과학자들은 지구 대기권에 인공 먼지 구름을 만들어 햇빛을 반사시키는 방안을 제시한 적도 있다. 국제공동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인위적으로 지구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국제공동연구진은 최근 과학이 발전하면서 동위 원소의 세부적인 분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운석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466년 전인 1553년 거대한 소행성 충돌 상황을 추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스웨덴 남부에 있는 한 석회암 채석장에서 특이한 암석 파편을 발견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100개가 넘는 운석 파편을 분류해냈다.
운석 파편을 분석하는 연구에 참여한 SwRI(Southwest Research Institute)의 행성학자 빌 보트케(Bill Bottke) 박사는 “운석 파편의 표면에서 오래전 운석의 역사를 말해주는 수많은 흔적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버거 슈미츠(Birger Schmitz)는 지난 2008년 생물다양성이 3배로 늘어난 4억 8500만∼4억 4500만 년 전의 오르도비스기 ‘생물다양성 대급증 사건(Great Ordovician Biodiversification Event)’이 소행성 충돌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학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소행성이 충돌했다는 근거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운석에 대한 정밀 분석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 기술을 활용해 16세기 이후 지구 대재난을 초래했던 소빙하기 발생 원인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이론이 학계로부터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많은 논란을 거쳐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학계에서는 지금 찬‧반 양론으로 갈라지는 중이다.
미국 캔터키 대학의 고생물학자 레베카 프리맨(Rebecca Freeman) 교수는 “연구팀이 제시한 시간표가 완벽하게 들어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또 다른 과학자는 “소행성 충돌에 대한 부분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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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9-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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