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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2-01-25

1초 넣을까 말까… 윤초 딜레마 ITU 회의, 2015년으로 결정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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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새해 첫날 아침, 차례를 마친 사람들은 집안의 시계와 각자의 손목시계를 새로 맞추느라 분주했다. 표준시에 1초를 더하는 ‘윤초(閏秒)’가 실시되어 오전 8시59분59초 다음이 9시00분00초가 아니라 8시59분60초가 된 것이다.

▲ 지구 자전속도의 변화로 인해 표준시와 실제시의 오차를 줄이려 1초를 끼워넣는 '윤초'의 폐지 여부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Image Today
윤초는 지구의 자전 속도와 연관이 있다. 지구의 자전이 느려지거나 빨라지면 해가 뜨고 지는 시각 등 실제 체감하는 시각이 표준시와 어긋나게 된다.

이때 오차를 줄이려 1초를 삽입하거나 빼는 것이 윤초(leap second)다. ‘초를 건너뛴다’는 의미다. 1초를 넣으면 양(+) 윤초, 빼면 음(-) 윤초라 한다. 윤초는 1972년부터 지금까지 총 24번 도입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과학자들이 윤초의 불합리성을 문제 삼으며 폐지론을 주장해왔다. 컴퓨터와 위성항법장치(GPS) 등 초 단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기기들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자전 속도는 사전에 예측하기가 어려워 매 시기마다 판단해 윤초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비행기가 충돌하거나 금융 전산이 마비될 수 있다.

미국, 프랑스, 중국 등이 윤초 폐지를 지지하면서 찬반 토론이 격화되었고, 마침내 지난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서 투표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2015년까지 결정을 유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시간 오차 줄이려는 노력으로 ‘윤초’ 탄생

윤(閏)이라는 한자는 ‘남는다’ 또는 ‘제자리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임금(王)이 문(門)에 서서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임금은 태양 또는 시간을 상징한다. 시각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끼워 넣을 수밖에 없을 때 이 글자를 쓴다.

음력에서 한 달을 넣으면 ‘윤달’이라 부른다. 음력은 공전주기가 29.530588일인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다. 열두달을 합치면 354.367056일로 태양의 공전주기인 365.242196일에서 이틀 가량이 모자란다. 몇 년이 지나면 계절의 변화와 맞지 않아 추가로 날짜를 삽입하는 것이 윤달이다.

양력에는 ‘윤일’이 있다. 1582년 표준 달력으로 정해진 그레고리우스력은 1년이 365.25일이라서 실제 태양의 주기와 0.007809일의 차이가 생긴다. 결국 400년에 97번의 윤일을 삽입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법칙은 이렇다. 4년에 한 번씩 2월 말일에 하루를 삽입해 2월 29일을 만들되, 100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해 중 400으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해는 윤일을 삽입하지 않는다. 윤일이 들어 있는 해는 ‘윤년’이라 부른다.

윤초는 이보다 훨씬 정밀한 초 단위의 시간 보정법으로, 1967년 세슘원자시계가 도입되면서 논의되었다. 1초에 91억9천2백63만 1천7백70번 진동하는 세슘원자를 이용하면 시계의 오차범위가 3천년에 1초 정도로 줄어들어 지구의 자전 속도를 더욱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지난 1972년 1월 1일 세계협정시(UTC)가 도입되면서 표준시의 기준을 48개국 400여개 천문대의 원자시계의 평균값으로 정했다.

윤초는 1972년부터 지금까지 총 24회가 도입되었다. 도입 여부는 국제지구자전국(IERS)이 결정한다. 지난 2009년 실시 이전에는 2006년 1월 1월에 윤초가 마지막으로 실시되었다.

제네바 회의에서 결정 못해 2015년으로 연기

윤초 실시를 옹호하는 쪽은 영국이다. 현재 각국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세계협정시(UTC)가 1884년 채택된 런던 중심의 그리니치 표준시(GMT)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독일도 영국의 편을 들고 있다.

▲ 현재 세계협정시(UTC)는 영국 중심의 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영국은 윤초 실시를 옹호하며 프랑스와 미국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Image Today
이에 비해 오래전부터 파리기준시(PMT)를 주장해온 프랑스는 폐지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 일본 등도 정확도가 높은 국제원자시(TAI)로 대체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러시아는 중립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열린 전문가 회의에서는 통신분야 국제표준을 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윤초 폐지 문제를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연합(UN) 산하 14개 전문기구에 속해 있는 ITU는 지난달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표결을 진행했으나 각국의 분산된 의견으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윤초 폐지 문제는 2015년 세계전파통신회의(WRC)로 미뤄졌다. 적어도 3년 동안은 지구 자전속도에 맞춰 윤초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번 윤초는 오는 6월 30일에 덧붙여질 예정이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2-01-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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