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을 보면 발사 가능성 높아져

과학자들, 미 경찰 총격사고 원인 분석

‘빅 싱크(Big Think)’는 인터넷 포럼이다. 폭넓은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인터뷰, 프리젠테이션, 토의 등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있는데 최근 며칠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주제가 있다. 미 전역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총격 사건이다.

지난 5일과 6일 루이지애나 주와 미네소타 주에서 경찰관 총격에 의한 2명의 흑인이 잇따라 사망한데 이어 7일에는 텍사스 주 댈러스 시위현장에서 5명의 백인 경찰관이 매복 총격범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미 전역에서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대 ‘경찰(Blue) 목숨도 중요하다’는 시위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빅 싱크’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관심은 경찰들이 왜 백인보다 흑인을 대상으로 발포하는 경우가 많은지 그 원인에 집중돼 있다.

총격 사고는 직감적 판단의 결과 

10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미 전역에서 발생한 경찰 총격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491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5명에 비해 6% 증가한 것이다. 인종 별로는 흑인이 백인, 소수 인종보다 2.5배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흑인= 범죄 도식이 형성되고 있는 1인칭 슈터 게임의 한 장면. 흑인들에 대한 편견이 최근의 경찰 총격사고를 유발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l2internet.com/

‘흑인= 범죄’ 도식이 무의식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1인칭 슈터 게임의 한 장면. 흑인들에 대한 편견이 최근의 경찰 총격사고를 유발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l2internet.com/

영국의 ‘가디언’ 지도 지난 한해 미국 내 경찰 총격 사망자 1134명 중 15~35세 연령층은 2%에 불과했는데 흑인 남성의 경우는 1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흑인 청년이 백인 청년보다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격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하버드 대학 연구진이 암묵적 연합검사(IAT. implicit association test)를 실시했다.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반응을 보이는데 그 원인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으로 1000분의 5초를 부여했다. 갑자기 부딪친 질문에 직감적으로(instinctly) 결정을 내린 후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실험 참가자들이 당초 생각하고 있었던 내용과 큰 차이를 보였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본능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실험 결과에 대해 실험 참가자들 역시 놀랄 정도였다.

한 연구자는 경찰들 역시 모든 민간인을 대상으로 평등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급박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판단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종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백인은 선하고, 흑인은 악하다고 판단해 발포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유사한 내용의 연구 결과가 지난 2014년에도 발표된 적이 있다.

흑인 총격사고 원인은 인종적 편견 

콜로라도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은 연구 전 10년 동안의 경찰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경관들은 백인보다 흑인을 상대했을 때 범죄 협의를 보다 더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이는 흑인을 만났을 때 발포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도시일수록 흑인에 대한 발포가 많았다. 또 범죄율이 높은 지역, 흑인들의 거주 비율이 높았던 지역에서의 총격 사망 비율이 매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관들 사이에 흑인과 범죄를 연관 짓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흑인=범죄’ 도식은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1인칭 슈터(first-person-shooter)과 같은 컴퓨터 게임이 대표적인 경우다. 게임에서 화면에 갑자기 나타나는 등장인물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으면 발사를 승인하는 ‘L’ 키를 눌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총기 대신 휴대폰 같은 무해한 소지품을 갖고 있을 경우 발사를 금지하는 ’A’ 키를 눌러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흑인이 등장할 경우 무의식적으로 총기를 발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콜로라도대 연구팀으로부터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화면상의 흑인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발사 키를 누르고 있었다. 이는 흑인을 제외한 많은 미국인들이 ‘흑인=범죄’ 도식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최근 코렐대 연구에서는 경찰 당국에서 경관을 훈련하면서 컴퓨터 가상현실 게임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역시 1인칭 슈터 게임 도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무장하지 않은 상대를 만났을 때 총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훈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총격 사건으로 무장하지 않은 흑인 사망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1000분의 5초 안에 판단을 내려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경관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새로운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4년 8월 발생한 ‘퍼거슨 사태’를 계기로 흑인을 겨냥한 총격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보디캠을 경찰 상의에 부착하고 대치 상황 완화 교육 등을 실시했지만 최근 사태에 비추어 실질적인 결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의 총기사고를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총기를 규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미 경찰은 오랫동안 지속돼온 ‘흑인=범죄’ 도식을 깨고, 새로운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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