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6,2019

‘흑사병, 아시아 기원설’은 틀렸다

사이언스, DNA 분석 통해 서유럽 발병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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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47년부터 흑사병(黑死病, Black Death)이 유럽 일대를 휩쓸었다. 사망률이 매우 높아 흑사병이 전염된 도시에서는 인구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이 사망했다. 1350년까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에도 흑사병은 계속 퍼져나갔다. 1354년까지 유럽 인구의 절반이 줄어들었다. 궁금했던 것은 이처럼 무서운 흑사병 균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전해졌는지 그 경로였다. 그동안 오리무중에 싸여 있었지만 최근 과학자들을 통해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26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시에서 미국 고고학회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과학자들은 당시 유럽에 수 세기 동안 흑사병균이 잠복해있었으며, 아시아 등 또 다른 지역으로 균을 전파할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흑사병균, 수 세기 동안 유럽 지역에 잠복 

흑사병균인 페스트의 확산 경로를 분석한 사람은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유전공학자 요하네스 크라우스 (Johannes Krause) 박사다. 그는 인류역사를 규명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 등의 연구를 진행해왔다.

14세기 중엽 유럽에 창궐해 유럽 인구 절반 가량을 죽게한 흑사병균 여시니아 페스트(Yersinia pestis) 바이러스. 과학자들은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 흑사병균이 서유럽에서 등장해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Wikipedia

14세기 중엽 유럽에 창궐해 유럽 인구 절반 가량을 죽게한 흑사병균 여시니아 페스트(Yersinia pestis) 바이러스. 과학자들은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 흑사병균이 서유럽에서 등장해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 Wikipedia

논문 내용은 중세 흑사병으로 인해 사망한 인간 뼈에서 발견된 병원균 DNA를 분석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이후에도 수백 년 동안 유럽에 병균이 살아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독일 지역에서 보존되고 있는 유골 대상의 DNA 분석에서 14세기 이후 적어도 3세기 이상 페스트균이 잠복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한 독일 뮌헨 대학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다.

올해 1월 막스프랑크 연구소 기르스텐 보스(Kirsten Bos) 박사 연구팀이 DNA 분석을 통해 발표한 내용, 즉 1722년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흑사병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페스트균의 유럽 잠복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크라우스 박사는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이후 수백년 동안 유럽 곳곳에 페스트균이 잠복해 있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역사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흑사병이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반복해 유입됐다는 주장 역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곧 서적으로 재편집돼 출판될 예정이다. 주 필자는 마리아 스퓌루(Maria Spyrou)이다. 흑사병과 관련된 사안은 큰 피해가 있었던 유럽 지역에서 아직도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제다.

유골을 대상으로 한 DNA 분석에서 연구팀은 러시아 볼가 강가의 볼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영국 런던에 남아있는 흑사병 희생자들의 시신들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시신 모두가 여시니아 페스트(Yersinia pestis) 균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에서 시작돼 중국, 아프리카로 퍼져나가 

이 페스트 균은 주로 쥐벼룩에 의해 전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온혈동물에 기생하여 출혈성 패혈증을 일으킨다. 열이 높이 오르고, 임파선이 부풀어 오르며, 피부에 검은 반점이 생기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흑사병이라고 불렀다.

놀라운 것은 당시 유럽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던 이 흑사병균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동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크라우스 박사는 서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이 아시아 지역으로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연구에 공동 참여한 머서 대학의 고고학자 에릭 클링엘호퍼(Eric Klingelhofer) 박사는 “이렇게 퍼져나간 흑사병균이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19세기 중국, 오늘날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발생하고 있는 흑사병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월 아프리카 동부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소아마하타마나에서 처음 발병한 페스트는 16개 지역으로 확산됐으며 119명이 감염돼 그중 47명이 숨졌다.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도 2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한 명이 사망한 바 있다.

한편 페스트 균이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으로 전파됐다는 주장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독일연방 미생물연구소의 홀게르 숄츠(Holger Scholz) 박사는 “특히 중국으로부터 페스트가 전파됐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크라우스 박사 연구팀은 서유럽에서부터 시작한 흑사병균이 어떤 경로를 통해 퍼져나갔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348~1350년까지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흑사병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러시아 지역으로 확산됐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1360년대 초부터 1360년까지 흑사병으로 사망한 시신들이 대거 발견되고 있다. 연구팀은 19세기 말에 중국에서 발생한 흑사병과 서유럽에서 시작된 흑사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중국 윈난성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인구 30% 이상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역별로 흑사병 환자 발생 시기를 확인한 후 어디에서 흑사병이 처음 시작됐으며, 어느 방향으로 확산됐는지 확인하고 있는데 따른 결론이다.

그동안 많은 역사학자들은 흑사병이 아시아에서 시작돼 유럽으로 전파된 것으로 판단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유럽 지역에서 발생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역사 기록에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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