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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객원기자
2019-05-29

화웨이 사태이후 중국, 어디로 가나? 서방으로부터의 '기술독립'은 아직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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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산은 싼 제품의 대명사였다.

이런 분위기가 바뀐 것은 4년 전부터다. 중국 정부는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이른바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전략을 말한다. 오는 2025년까지 정보기술‧우주항공‧바이오의약품 등 10대 핵심 제조업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

중국 선전(深圳) 시에 소재한 세계 2위의 스마트폰업체 화웨이 본사. 미 정부가 중심이 돼 강력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화웨이를 앞세워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던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Wikipedia
중국 선전(深圳) 시에 소재한 세계 2위의 스마트폰업체 화웨이 본사. 미 정부가 중심이 돼 강력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화웨이를 앞세워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던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Wikipedia

미‧중 기업 간 공생 시대 끝나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품질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 집중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수의 기업들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는데 그중 선도에 서 있는 기업이 화웨이다.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업체로 선두를 향해 그 입지를 굳혀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고속성장 중인 이 기업에 고강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에 대해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면서 다른 나라의 유력 IT 기업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29일 ‘와이어드(wired)’ 지는 논평 기사를 통해 그동안 미국과 중국 기업들은 공생관계로 밀접하게 얽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제재로 향후 화웨이가 미국에서 열리는 기술 전시회에 참가해 해외 기술을 전수받는 일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협력관계에 있던 양국 기업들 역시 당분간 힘든 시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충돌의 발단이 된 것은 반도체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과 화웨이, 애플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같은 설계도에 의해 칩용 프로세서를 제조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화웨이가 자체 장비로 프로세서를 제조해 선보였다.

이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 ‘백도어(backdoor)’를 심는 방식으로 이 장비를 스파이 활동에 사용할 수 있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민주‧공화 양당 역시 초당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상원에서는 5G 통신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화웨이 등에서 제조한 중국산 장비나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해놓고 있다.

중국 정부 움직임에 세계가 촉각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구글과 인텔, 영국의  ARM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글의 경우 화웨이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에 검색엔진과 앱 스토어 등의 소프트웨어를 중단했다. ARM도 자사의 지적 재산이 미국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특히 ARM과의 결별로 화웨이가 그동안 사용했던 프로세서 모델 대신 어떤 모델을 내세울지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조사업체 티리아스 리서치(Tirias Research)의 반도체 전문가 짐 맥그리거(Jim McGregor) 씨는 화웨이에 그다지 큰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는 화웨이가 이미 ARM의 새로운 차세대 프로세서 설계기술에 접근해 있으며, 지난 2년간 공동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ARM에서 오는 2020년까지 또 다른 프로세서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에 기술 공급이 중단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프로세서 제조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웨이가 미국으로부터 공급받는 기술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화웨이가 자체적인 생산라인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 여유가 있어 미 정부가 예상하는 것만큼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세계에 의존했던 소프트웨어 역시 자체적인 개발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화웨이 스스로 구글로부터 공급받던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OS(operating system) 역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을 가동할 수 있는 OS를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OS는 과거 아마존에서 파이어(Fire) 기기를 가동하기 위해 적용했던 것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스크래치(scratch) 방식으로 작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이 OS가 세계적으로 통용되기는 힘들겠으나 아시아 등의 일부 국가에서 보급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자체적인 기술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이다. 맥그리거 씨는 “그동안 중국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서방으로부터의 기술 독립을 추구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서방으로부터 기술에 대한 완전 독립을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와튼 스쿨의 민유안 자오(Minyuan Zhao) 교수는 “그동안 중국은 서방의 기술이 항상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왔다”며, “급작스러운 단절 상황을 맞아 중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아직 단언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라우드 서버 제품 목록에서 화웨이 제품들을 삭제했다. 현재 미 정부는 한국을 비롯 또 다른 나라의 유력 IT 기업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5-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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