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19,2018

화산폭발로 하와이 생태계 ‘위기’

육지, 해안가 등 동‧식물 생태계 재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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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아마키히(Hawai`i `amakihi)’란 작은 새가 있다. 아름다운 녹색을 가진 이 새의 혀는 과일즙을 빨아먹거나 곤충, 거미들을 잡아먹기 좋도록 특화돼 있다. 발톱은 매우 강해 나무를 붙잡고 거꾸로 설 수도 있다.

과학자들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이 새가 저고도 지역에 번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와이 저고도 지역은 모기들이 조류병을 퍼뜨리고 있기에 생존이 쉽지 않은 곳이다.

하와이 아마키히는 이런 악재를 극복하고 끈질기게 번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킬라우에아 화산(Kīlauea volcano) 폭발로 멸종의 위협에 처하고 있다.

해발 1250m인 킬라우에아는 지난 200년 간 활동을 반복해왔다. 이 기간 동안 엄청난 양의 용암을 분출하면서 인근 가옥과 생태계는 물론 암각화, 고대 사원 등 수많은 고고학적 유물들을 덮어버렸다.

지난 5월부터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으로부터 분출된 용암이 도로로 흘러드는 장면. 화산이 자연생태계의 보고 하와이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놓고 있다.  ⓒWikipedia

지난 5월부터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으로부터 분출된 용암이 도로로 흘러드는 장면. 화산이 자연생태계의 보고 하와이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놓고 있다. ⓒWikipedia

희귀 생물 등 동‧식물 다수 멸종 예고

태평양 도서지역 생태연구센터(PIERC)의 생물학자 짐 자코비(Jim Jacobi) 박사는 지난 40여 년간 킬라우에아 화산을 지켜본 사람이다. 그는 10일 ‘스미소니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특히 지난 5월부터 지난주까지 88일간 지속된 분화는  매우 강렬했다”고 말했다.

자코비 박사의 말대로 이번 화산 분화는 강도 및 용암분출량 등에 있어 역대급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1955년과 1960년의 킬라우에아 화산 분화, 1984년 마우나 로아 화산 분화 기록을 갱신했다. 자코비 박사에 따르면 솟아오른 용암이 시속 40km의 속도로 강을 이루며 해안까지 밀려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자코비 박사는 화산활동이 맹렬할 때 분화구에 다가간 적이 있다. 그리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이나 동물은 물론 단 하나의 살아 있는 식물조차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물은 물론 식물 생태계까지 완전히 재편되고 있었다.

생태계 재편은 화산 폭발시 흔히 있는 일이다. 지난 6월 과테말라 푸에고 화산(Volcán de Fuego) 폭발 역시 인근 주택과 차량은 물론 동‧식물 모두를 휩쓸어버렸다. 2008년에 알류산 열도 캐서토치 섬(Kasatochi Island) 화산 폭발 때는 초록색 섬이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이번 킬라우에아 화산 분화로 인한 자연재난에는 더욱 가슴 아픈 이유가 있다. 그동안 멸종위기에 처해 있던 희귀종들, 그리고 수많은 식물군(flora), 동물군(fauna)이 한꺼번에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중에는 저지대에 서식하고 있던 조류 하와이 아마키히도 포함돼 있다. 자코비 박사는 미 국립과학재단(NSF)으로부터 250만 달러를 지원받아 이 조류의 서식 상황을 연구하던 중이었다. 그는 “화산 폭발로 인해 하와이 아마키히는 이제 알을 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새들도 유사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자코비 박사는 “화산재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기려 하겠지만 이전에 살던 것처럼 풍부한 먹이와 안전을 확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았다.

호수 사라지고, 해수온도 급격히 높아져

화산 폭발이 생태계를 뒤흔들어 놓는 것은 용암의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용암이 먼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말라마 키(Malama Ki) 숲 북쪽 8km 해안가에 있는 물웅덩이 타이드 풀(tide pool)에 용암이 흘러들었다.

타이드 풀이란 만조 때 바위 웅덩이에 찬 바닷물이 간조 때 남은 것이다. 파도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고, 수온과 염분농도의 변화가 현저해 특이한 생물들이 서식한다.

하와이에 있는 그 물웅덩이 안에는 82종의 물고기, 10종의 산호, 그리고 17종의 무척추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생물 다양성이 존재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용암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와이 최대 담수호인 ‘그린 레이크(Green Lake)’도 용암이 대거 유입되면서 불과 5시간만에 생태계가 사라져버렸다. 관광명소로 유명한 이곳은 최대 수심이 61m에 달했던 곳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용암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새로운 연구에 착수하고 있다. 하와이 대학의 해양생물학자 스티브 콜버트(Steve Colbert) 교수는 로봇을 투입해 연안 생태계 변화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콜버트 교수 연구팀은 용암으로 인해 해수 온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또 혼탁도(turbidity)와 산성화(acidification)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그 실태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바다 속 영양 상태 등을 분석한 후 생태계 변화 상황을 추적해나갈 계획이다.

콜버트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물이 뜨거워지는 열수작용에 의해 관모(plume)가 형성돼 인근 연안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콜버트 교수는 “해수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바닷물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히며 “딥 블루(deep blue)와 올리브 브라운(olive brown)의 중간이었던 하와이 해안가 바다색이 진흙물(muddy water)로 바뀌면서 태평양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와이는 원래 화산 섬이다. 육지의 80% 이상이 용암 분출로 이루어졌다. 용암 위에 지금의 자연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새로운 용암이 분출되면서 생태계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콜버트 교수는 “지금의 자연생태계 파괴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를 자연의 순환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화된 자연이 어떻게 다시 자리잡을 지는 미지수다. 콜버트 교수는 “파괴된 자연이 다시 어떤 모양으로 복구될 지를 상상하는 일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상 복구까지는 수 세기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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