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정적(靜的)인 요소가 많다. 은퇴 후 가장 살기 좋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조용하면서도 평화로운 사회 분위기나 피요르드 및 오로라 같은 신비로운 자연환경이 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만드는 데 있어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미지는 노르웨이의 겉모습에 불과하다. 겉모습을 한 꺼풀만 벗기고 들어가면 그 어느 국가보다도 역동적이면서 진취적인 모습을 갖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부유식 해저 터널이나 최근 완공된 초고층 목조 빌딩 등은 노르웨이만이 가지고 있는 혁신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관련 기사 링크)
피오르드 지형 문제 극복 위한 부유식 수중 터널
노르웨이의 혁신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 사례로는 부유식 수중 터널을 꼽을 수 있다. 물 위에 거대한 부유물을 띄운 다음, 부유물 아래로 마치 빨대같이 생긴 터널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부유물과 수중 터널은 강철 케이블로 묶여 있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 마치 부유물이 수면 아래 잠겨져 있는 터널을 케이블로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이 시공 관리를 맡게 될 ‘노르웨이공공도로청(NPRA)’의 설명이다.
NPRA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육지와 육지 사이를 이으려면 해저 지하터널이나 해상 대교 등이 유일한 방법이었다”라고 설명하며 “부유식 수중 터널 건설은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르웨이 정부가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신공법으로 부유식 터널을 만드는 이유는 국민의 자랑거리이면서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피오르드(fiord) 지형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피오르드란 빙하로 만들어진 좁고 깊은 만을 말하는데, 노르웨이에는 이 같은 피오르드가 국토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보니 관광객들은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유람선으로 갈아타기를 몇 번씩이나 반복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설하거나 해저터널을 뚫는 것이 최선이지만, 피오르드 지형에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피오르드는 일반적으로 수심이 깊어서 다리를 건설하기 위한 교각을 세우기가 어렵고, 해저 밑으로 터널을 뚫는 것도 너무 깊게 파내려 가야 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유식 수중 터널은 이 같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다. 우선 해저 터널이나 해상 대교를 건설하는 것보다 비용 및 시간을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바닷속에 항상 잠겨 있는 관계로 피오르드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NPRA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5곳의 부유식 터널을 최남단 도시 크리스티안산에서 북부 트론헤임까지 연결하는 대표적 해안 도로에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이곳을 여행하려면 배와 자동차를 번갈아 타면서 총 21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수중 터널이 모두 완공되면 11시간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NPRA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하여 NPRA의 관계자는 “5곳에 건설되는 부유식 수중 터널 공사에는 약 45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하면서 “폭발이나 화재 같은 위험성에 취약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보완해야 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오는 2050년까지는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85m 높이의 세계 최고층 목조 빌딩 완공
부유식 수중 터널이 노르웨이의 미래를 보여주는 혁신적 프로젝트라면,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세워진 세계 최고층의 목조 빌딩은 바로 실험정신에 투철한 오늘날의 노르웨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층 목조 빌딩인 미에스토르네(Mjøstårnet)는 120년 역사를 가진 노르웨이 최대의 건축기업인 모엘벤(MOELVEN)이 건설했다. 현재 다용도 복합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이 목조 빌딩은 지상 18층에 높이는 85.4m다.
미에스토르네 빌딩 건설에 사용된 주요 자재는 일반 목재를 겹겹이 쌓아 강도를 높인 집성목과 나뭇결을 서로 직각으로 교차(cross) 시켜 쌓은 집성교차목(CLT)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조가 주로 사용된 빌딩이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미에스토르네 빌딩은 완전한 목조 빌딩은 아니다. 건물 상층부 7개 층에는 목재 대신 콘크리트 슬라브가 사용되었다.
콘크리트 슬라브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모엘벤 관계자는 “건물의 흔들림으로 인해 거주자들이 느낄 수 있는 멀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히며 “목재보다 무거운 콘크리트를 쓰면 건물이 바람에 흔들리는 속도가 줄어들면서 멀미 같은 부작용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콘크리트를 일부 사용했다 해서 미에스토르네 빌딩이 목조 건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초고층도시건축학회에서는 주기둥과 수평 보 등 구조물의 핵심 골격을 목재로 쓰면 나머지 부분은 다른 자재를 쓰더라도 목조 빌딩으로 인정하고 있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대변되는 현대 건축물이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목재를 사용하는 건축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목재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있는 데다, 이를 생산하는 공정에서도 온실가스가 거의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목조 건물은 건축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고 85%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나무는 소리를 흡수하는 능력과 탄성력이 철근보다 높아서 소음을 줄여주고, 지진에도 강하기 때문에 인구가 밀집된 도시의 건물로 최적이라는 것이 많은 건축학자들의 주장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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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4-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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