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 행사장 스크린에서는 올해 열렸던 US 오픈 테니스 대회의 결승전 장면이 흐르고 있었다.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동작 뒤에 이어진 승리의 환호, 그리고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 등 짧은 순간이었지만 US 오픈 테니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가히 압권이었다.
기조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피터 노왁(Peter Nowak) 기자는 “방금 전 시청한 장면은 US 오픈 테니스 대회의 결승전이 끝난 지 불과 몇분 만에 시청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었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라고 소개하며 “이 장면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경기가 종료되자마자 2~3분만에 제작한 영상”이라고 밝혔다.
노왁 기자는 “이런 영상을 사람이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오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조차 몇분만에 만들기는 쉽지 않은 정말 잘 만든 하이라이트 영상”이라고 평가하며 “첨단기술이 스포츠에 적용되어 모든 참여자들을 만족시킨 사례 중 하나라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전 세계 스포츠산업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스포츠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30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주최로 ‘2017 스포츠산업 글로벌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기술을 통한 스포츠산업의 확장'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스포츠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조 연설자인 피터 노왁은 베스트셀러인 ‘Humans 3.0’의 저자이자 CBC 및 내셔널포스트 같은 매체에서 20여년을 근무하며 과학기술 분야를 취재했던 전문 기자다.
‘세계 스포츠시장의 성장에 기술이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노왁 기자는 인공지능 및 웨어러블, 그리고 VR 등의 첨단 기술이 스포츠산업을 어떻게 선도하고 있는지를 자신의 취재 경험담을 섞어가며 들려 주었다.
노왁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포츠에 참여하는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라고 언급하며 “특히 과거에 비해 저소득 국가의 참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 3세계의 이국적인 스포츠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그런 추세를 반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히 여가 시간이 증가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는데, 스포츠가 산업의 한 분야로 발돋움하고 있는 본격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노왁 기자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스포츠산업은 매년 3.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오는 2020년까지 두 배로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같은 증가 추세에 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칠 웨어러블과 가상현실
노왁 기자는 스포츠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첨단 기술로 앞서 소개한 인공지능 외에도 웨어러블과 가상현실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웨어러블 기술이 접목된 제품으로 리커버리(recovery) 상품을 예로 든 그는 “운동이나 격무로 인하여 신체 피로감이 높아졌을 때 이를 해소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라고 소개하며 “언더아머(Under Armor)社의 리커버리웨어(recovery)가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언더아머社가 미래의 옷이라고 자랑하는 리커버리웨어는 올해 초 열렸던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CES의 개최를 알리는 기조연설에서 언더아머社의 케빈 플랭크(Kevin Plank) 회장은 “운동선수들에게 최적의 휴식과 회복을 선사하기 위해 고안된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언더아머社가 공개한 리커버리웨어의 비밀을 들여다 보면 바이오 세라믹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재에 내장되어 있는 바이오 세라믹 입자가 신체에서 발산되는 적외선은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 반면에 원적외선은 반사시켜서 수면의 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신체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것이다.
리커버리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제품의 컨셉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자 언더아머社는 ‘스포츠 트레이닝복에 대한 개념을 수면과 회복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정의하여 발표했다.
웨어러블 의류의 사례로 리커버리웨어를 소개한 노왁은 “리커버리웨어가 단순히 기능성 스포츠 웨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회복과 수면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스펙트럼을 넓혀 선구적인 브랜드의 혁신을 보여주었다”라고 평가했다.
가상현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왁 기자는 가상현실 기술이 미국 프로 미식축구팀의 훈련 프로그램에 이용됐던 사례를 소개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인 스트리버랩(Strivr Labs)이 제공하는 훈련 프로그램 콘텐츠를 미식축구 선수들이 헤드셋을 착용한 채 가상훈련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후방에 배치 돼 전체적인 경기를 조율하는 쿼터백의 시선으로 경기 내용을 360도 시선에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또한 상대팀의 공격수와 수비수의 움직임도 전달해주기 때문에 사용자인 자신이 잘못된 위치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상대팀을 공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도 세울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왁 기자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NFL 프로팀들이 스트리버랩에 수십만 달러를 투자했다”라고 전하며 “실제 선수들을 모아놓고 훈련하지 않고도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그는 “전통적인 스포츠산업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가 탄생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이 같은 비즈니스들이 세분화되고 구체화될수록 스포츠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7-12-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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