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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3-06-12

하이드레이트 해결책 메탄올, 오히려 문제? [인터뷰] 서유택 카이스트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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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스를 함유하고 있어 불을 붙이면 불꽃을 내며 탄다고 해서 일명 ‘불타는 얼음’이라고 불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화석에너지의 두 배에 가까운 유기탄소를 함유한 이 물질은 전 세계 석탄과 석유 매장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 심해에 매장돼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가스와 물이 결합돼 형성된 고체에너지다. 해저의 고압·저온 상태에서 물 분자 간의 수소 결합으로 형성되는 3차원 격자구조로, 격자 구조 내 빈 공간에 메탄과 에탄, 프로판, 이산화탄소 등 작은 가스 분자가 화학 결합이 아닌 물리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매장량이 많고 공해를 유발하지 않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해양 플랜트에서는 운전에 어려움을 유발하는 장애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 역시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

메탄올 역할, 새롭게 규명

▲ 서유택 카이스트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황정은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고체화합물로, 원유와 천연가스의 이송 파이프라인 안에서 막힘 현상을 유발해 심각한 사고를 일으키곤 한다. 해양플랜트 산업에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장애를 유발하는데 가스 하이드레이트 현상이 그중 하나인 것이다.

“해양플랜트 산업에는 위험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인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가스 하이드레이트죠. 이러한 현상이 생기면 파이프가 막히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에 소모되는 비용은 수백만 달러까지 올라가죠. 그만큼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큰 것입니다. 한 번 막히면 압력이 불균일하게 올라가 위험을 유발하고 파이프라인까지 파손될 수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동안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메탄올을 수송관 내 원유에 약 20~30% 주입해 가스 하이드레이트 생성을 억제해 왔다.

하지만 최근 가스 하이드레이트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주입한 메탄올이 오히려 촉매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서유택 카이스트 해양시스템공학 교수와 신규철 박사가 대표적인 가스 하이드레이트 생성 억제제인 메탄올이 조건에 따라 하이드레이트 형성의 촉매역할을 한다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 게재되었다.

“가스나 원유가 생산될 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파이프를 통해 쉽게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가스 하이드레이트죠. 가스와 물이 혼합되면서 고체가 되어 관을 막는 것입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메탄올이나 글리콜(glycol) 같은 알코올을 많이 넣어요. 이러한 물질이 가스 하이드레이트 현상을 막아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930년에 이러한 현상이 언급됐으니,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사용된 기술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신규철 박사와 함께 알아보니, 농도에 따라 하이드레이트 반응에 참여할 수 있는 성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 교수는 연구를 통해 메탄올 자체가 물속에서 농도가 달라짐에 따라 하이드레이트 반응에 참여할 수 있는 성질이 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메탄올이 오히려 원유대비 5~20% 만큼 주입되면 가스 하이드레이트 형성 속도를 급격히 증가시켜 파이프 이송라인이 더욱 쉽게 막힐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기초과학 분석방법을 활용해 이를 증명하고 데이터를 제시한 것이다.

기존에 가스 하이드레이트 현상을 막기 위해 메탄올을 주입한 것은, 소주를 냉동실에 넣으면 얼지 않고 물을 넣으면 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는 결정화 기능을 막는 성질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얼음과 비슷하기 때문에 알코올이 들어감에 따라 이를 막아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메탄올이 결정성장을 저해할 때 메탄올 스스로가 주위의 물을 흡수합니다. 수소결합을 하고 있는 거죠. 수소결합하는 물분자는 결정을 생성하면서 메탄올을 빠져나오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원래 물은 가만히 있으면 자신들의 결정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물분자가 모일 때까지 시간이 많이 들어요. 연구에 의하면 메탄올이 그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더군요.”

최근 해양플랜트 산업의 추세를 살펴보면 더욱 깊은 곳과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가스 하이드레이트 현상을 막기 위해 주입되는 알코올 양도 많아지고 있다. 과거 20% 내외였던 알코올 주입량이 최근에는 40%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산업계에서는 주입하는 알코올의 양을 어떻게 감소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수백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으니까요.”

분석·모델링 기법 정립

▲ 단결정 X-선 회절 분석을 통해 밝힌 하이드레이트 얼음 격자 안의 메탄올 분자 ⓒ한국연구재단

그렇다면 기존의 연구에서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현상에서의 메탄올의 역할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었던 것일까. 이와 관련, 서 교수는 “현상적인 부분에서는 이전에도 조금씩 언급되곤 했다”고 전했다.

“아이스 파우더에 메탄올을 섞어서 실험을 진행해 보니, 메탄올의 농도가 일정 비율에 다다르면 가스 하이드레이트 현상이 촉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죠. 이번 우리팀의 연구를 통해 기초적으로 주목할 만한 데이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메탄올의 촉매 역할에 대해 확실하게 증명하기도 했죠.”

이번 연구는 약 2년에 걸친 기간 동안 얻어낸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가스 하이드레이트 현상은 산업계에서 오래된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알코올 혹은 글리콜의 양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따라 기업의 수익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현상에 대한 연구가 기업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필요로 했던 분야였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필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험을 해보면 메탄올 자체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현상이 매우 잘 일어나요. 하지만 메탄올이 들어가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은 거죠. 그동안은 그것을 분석하는 기법이나 모델링 기법이 없었는데, 신규철 박사가 이에 대한 모든 분석을 혼자 다 정립했어요. 매우 높은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이번 연구는 기존의 가설을 뒤집는 결과로 기업에는 비용절감을, 향후 산업계에는 안전성을 제공해 많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멕시코 만에서 운영 중이던 유전에서 메탄올 주입량이 20% 미만으로 떨어져 파이프라인이 막힌 사건이 있는데, 당시 수일 동안 생산이 중단돼 회사는 수백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

서 교수는 “이렇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스 하이드레이트 사고 사례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향후 산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며 “이번 결과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이송 과정에서 기존의 가설을 뒤집는 결과로 얼음과 메탄, 메탄올, 암모니아 등이 공존하는 태양계 천체들의 표면 성분을 밝히는 데도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6-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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