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탈 원전과 원전 해체, 어디까지?

2017 과학뉴스(5) 원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늘린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지만, 원자력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인류는 고효율·무공해 에너지가 탄생했다고 찬사를 보내며 풍요로운 미래를 기약했었다.

그랬던 원자력이 어느새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게 된 까닭은 지난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시 사고가 대지진으로 인해 일어난 불가항력적 사건이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 사고의 여파로 인해 인류는 원자력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깨닫게 해준 후꾸시마 원전의 사고 현장 ⓒ 연합뉴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깨닫게 해준 후꾸시마 원전의 사고 현장 ⓒ 연합뉴스

특히 국내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재난인 지진이 최근 들어 경주와 포항 지역을 중심으로 잇달아 발생하면서, 원자력 발전소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는 현 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력이 갑자기 부족해져서 전국이 정전이 돼버렸던 초유의 블랙아웃(black out) 사태를 이미 겪어봤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탈 원전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에너지 부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정말 이대로 탈 원전 정책을 추진해 나가더라도 에너지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원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늘리는 것이 세계적 추세

탈 원전 효과를 따지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선진국들의 에너지 개발 정책도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 세계 원전 시장의 판도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59기로서, 이중 대부분이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인도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원전들도 유럽연합(EU)에서는 경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폴란드와 터키에서만 건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EU에서 소득 수준이 비교적 높은 국가로 통하는 독일이나 프랑스, 그리고 벨기에나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부족한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원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늘리는 것이 선진 국가들의 추세다

원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늘리는 것이 선진 국가들의 추세다 ⓒ free image

물론 정책 전환에 따라 나타날 전력 부족 현상이 염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력거래소가 밝힌 에너지 수급 계획을 살펴보면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의 숫자가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년 정도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전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원전은 한꺼번에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감축되는 것이고, 감축이 시작되는 시점도 5년 후부터 이기 때문에 그사이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은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또한 전력 부족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전기요금 대폭 인상 가능성도 지금 예상으로는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 조사기관의 의견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화력(火力) 발전의 일부를 천연가스발전으로 전환할 경우 총 12조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를 가구당 비용으로 산정하면 월 1600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전 건설보다 해체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시점

현재 추진 중인 원전 외에는 모든 원전의 건설이 중단된 상태에서 국내 원자력 업계가 가장 아쉬워하는 점은 그동안 해당 분야에서 쌓아온 우리나라의 경쟁력이다. 얼마 전 영국에서 22조원의 원전을 수주한 사례처럼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원전 건설로 돈을 벌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 원전 건설로 막대한 매출을 올렸던 미국과 프랑스의 기업들은 현재 매각되거나 파산한 상황이다.

업계 현황이 이렇다 보니 원자력 업계에서도 원전 건설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전 해체’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2040년 무렵이 되면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원전들이 전 세계적으로 300기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수력원자력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1기 당 해체비용은 평균 6000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 비용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무려 100조 원이 넘는 신규 시장이 창출된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원전 시장은 건설에서 해체 쪽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 free image

전 세계 원전 시장은 건설에서 해체 쪽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 free image

그렇다면 원전 해체 시장에서의 우리나라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안타깝지만 해체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건설 분야에서 확보한 경쟁력에 비해 한참이나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를 위한 38개의 핵심 기반시설 가운데, 오염 토양 처리 기술 등 17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원전 해체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거지역 오염 복원 기술이나 고방사성 폐기물 안정화 기술, 그리고 우라늄 폐기물 처리 기술 등 21개의 고난도 기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원전 해체 기술 수준은 미국이나 일본, 또는 독일 등 선진국의 70%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며 “이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우선 관련 기술 기반의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개발해야 할 고부가가치 기술들로 △해체공정 통합평가 및 원격제어기술 △원자력 시설 고도 제염기술 △해체 특수폐기물 처리 기술 △해체 및 오염부지 환경복원 기술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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