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낮 기온이 영상 15℃를 넘어섰다. 지역에 따라서는 20℃가 넘는 곳도 있다는 예보다. 그러나 봄날 같은 날씨와 더불어 불청객도 한반도를 찾았다.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와 미세먼지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는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50%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해 생겨난 미세먼지 양은 전체의 20~25%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면서 도심 내 공기 질을 높이고 있다. 도심 내에 자전거를 위한 고가도로를 만들거나 지하도로를 자전거 전용으로 바꾸기도 한다. 오르막을 오르기 편하도록 특수장치를 설치하기도 한다. 유럽 각국의 자전거 도로 관련 기술을 알아본다.
영국 런던의 ‘사이클 슈퍼하이웨이’와 ‘스카이 사이클’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해 자전거 도로 건설에 나서는 도시는 런던이다. 도심 내 도로 대부분이 왕복 4차선의 곡선형 도로라서 강력한 자동차 억제 정책을 펴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는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도시를 관통하는 자전거 고속도로를 만들 예정이다. ‘동서 자전거 슈퍼하이웨이(East-West Cycle Superhighway)’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런던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29km를 가로지르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시내에서는 자동차 도로와는 별도로 파란색의 아스팔트로 전용도로를 건설하고 템즈 강변으로 나가면 강물을 따라 물 위에 떠 있는 자전거 고속도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런던 시장은 자전거 전문지 사이클링 위클리(Cycling Weekly)와의 인터뷰에서 “전용도로가 건설되면 매 시간마다 시간당 버스 34대에 해당하는 3000명의 사람들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0년 후에는 도시 전체 교통량의 40%까지 감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철도망을 이용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뛰어난 창의성으로 유명한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Sir Norman Foster)은 기존의 철로 위에 자전거 전용 고가도로를 건설하는 ‘스카이 사이클(SkyCycle)’ 프로젝트를 고안해냈다. 런던 시내에서 주변 10개 도시까지 이어지는 220km의 고가도로는 완성될 경우 시간당 1만2000 명이 이용한다는 예측이다.
‘튜브(tube)’라 불리는 런던 지하철의 폐선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이제는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총 400km의 터널을 정비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만 다니는 도로로 만든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들어오지 않으니 환기시설만 제대로 갖춘다면 매연을 마시는 일 없이 도심에서도 마음껏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밤에도 빛나는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
네덜란드에서는 밤에도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가 유행이다. 수도 암스테르담 인근의 크롬메니(Krommenie)에서는 세계 최초로 태양광 패널을 바닥에 설치한 도로 ‘솔라로드(SolarRoad)’를 건설 중이다. 지난해 말에 300만 유로(약 35억 원)을 들여 70m의 도로를 시험적으로 설치했다.
내년이면 100m로 연장되는 이 도로는 태양광 패널 위에 강화유리를 비롯한 여러 재료를 덮어서 내구성을 시험 중이다. 네덜란드의 도로 전체를 태양광 발전소로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지금은 자전거만 다닐 수 있지만 미래에는 전기차 운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 팀으로 익숙한 도시 에인트호번(Eindhoven)은 자전거 도로 건설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동차, 자전거, 사람이 섞이지 않도록 완전히 분리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교차로 위에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원형 육교 ‘호번링(Hovenring)’을 설치하기도 했다.
교차로 한가운데에 높이 70m의 기둥을 설치하고 여기에 강철케이블을 연결해 1000 t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받치게 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도로에서 차량과 신경전을 벌이거나 신호등을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길을 건널 수 있다. (동영상 링크 : https://youtu.be/LwyV9o5ILF0)
에인트호번은 밤에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 ‘반 고흐 패스(Van Goth Path)’로도 유명하다. 건설사 헤이만스(Heijmans)가 예술가 단 로서가르더(Daan Roosegarde)와의 협업으로 탄생시킨 이 도로는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를 모티브로 지난해 11월에 설치되었다.
1km 길이의 도로를 만들 때 5만 개의 야광석을 함께 섞어 넣어 공사를 했다. 밤이면 초록색의 은은한 불빛이 은하수처럼 바닥에 깔리기 때문에 야간 관광명소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프랑스 리용의 미디어아트 터널 ‘르 튀브’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용에서는 화려한 영상 속으로 달릴 수 있는 터널 ‘르 튀브(Le Tube)’가 인기를 끈다. 매년 12월이면 ‘빛 축제(Fête de la Lumière)’를 개최해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리용은 빛을 이용한 도심 재생에 적극적이다.
이번에는 자동차 터널을 개조해서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도로를 설치했다. 1952년 만들어진 2km 길이의 크루아루스(Croix-Rousse) 터널 내부의 둥근 천정과 벽면 전체에 2013년부터 다채로운 이미지를 영사한다. 어둡고 위험하다는 터널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놓아 자전거 이용자들을 늘리기 위한 지자체의 조치다.
노르웨이의 자전거 에스컬레이터 ‘사이클로 케이블’
자전거의 가장 큰 단점은 오르막길을 만났을 때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고지대에 거주하는 노약자나 여성들은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해안 침식지형 피오르(fjord)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소도시 트론헤임(Trondheim)은 세계 최초의 자전거 전용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문제를 해결했다.
트론헤임 시내의 가파른 비탈길에는 철로 건설에 쓰이는 듯한 강철 빔이 150m 길이로 도로에 박혀 있었다. ‘트람페 리프트(Trampe Lift)’라는 이름의 이 장치는 일종의 무료 에스컬레이터다. 자전거를 탄 채 한 발을 올려놓으면 고개 꼭대기까지 밀어올려준다.
트람페 리프트는 1993년 설치되어 10년 가까이 사용되다가 2012년 ‘사이클로 케이블(CycloCable)’이라는 이름으로 개선되어 다시 작동을 시작했다. 사이클로 케이블은 바닥에 내장된 케이블을 초당 2m의 속도로 잡아당긴다. 자전거를 탄 채 또는 유모차를 밀면서 한 쪽 발을 장치에 올려놓기만 하면 힘들이지 않고 비탈길을 오를 수 있다. (동영상 링크 : https://youtu.be/tINMqAg3nTc)
- 임동욱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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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3-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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