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배터리는 ‘종이’로 만든다

나무 추출 '나노셀룰로오스'

나노복합소재가 소재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크기의 나노 재료들이 보여주는 우수한 물리적 성질 때문에 나노복합소재가 전 세계 소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현미경으로 관찰한 나노셀룰로오스의 형태 ⓒ wikipedia

현미경으로 관찰한 나노셀룰로오스의 형태 ⓒ wikipedia

이 같은 나노복합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화 재료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강화재료라면 주로 탄소튜브(carbon tube) 같은 무기물질이 사용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무기물질 외에도 나노셀룰로오스(nanocellulose) 같은 유기물질이 새로운 강화재료로 활용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무기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나노복합소재의 개발 소식은 언론 매체를 통해 종종 접할 수 있었지만, 유기물질의 경우는 상당히 생소한 강화 재료다. 유기물질을 기반으로 어떤 나노복합소재를 만든다는 것일까?

접을 수 있고 단단한 나노셀룰로오스 기반 소재

유기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나노복합소재에 대해 알아보려면 우선 셀룰로오스(cellulose)와 나노셀룰로오스에 대한 개념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셀룰로오스는 식물 세포막의 주성분으로서 섬유소라고도 불린다. 자연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내열성이 강하고 접을 수 있어서 차세대 IT기기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계적 성질이 뛰어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대체할 유일한 자연 소재로 여겨지고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이 같은 셀룰로오스를 10억분의 1m 크기로 분해한 고분자 물질이다. 원래의 셀룰로오스가 가진 특징에 나노 소재가 가진 장점까지 더해져 IT기기나 자동차는 물론 의료 분야까지 사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질이다.

예를 들어 대나무에서 추출한 나노셀룰로오스의 경우는 스마트폰 커버유리로 사용될 수 있다. 대나무 기반의 나노셀룰로오스는 현재 커버유리로 사용되고 있는 강화유리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비해 유연성 및 투과율의 장점이 뛰어나 차세대 유리 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를 활용한 화장품 소재 ⓒ nikkei.com

나노셀룰로오스를 활용한 화장품 소재 ⓒ nikkei.com

이처럼 친환경적이면서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나노셀룰로오스 상업화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식품 및 화장품 등에 나노셀룰로오스를 적용하고 있다.

식품의 경우는 주로 다이어트 용도로 개발되고 있는데, 나노셀룰로오스가 첨가된 식품은 부피가 25% 정도 늘어나는 대신에, 체내로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출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는 그만인 셈이다.

화장품의 경우도 비슷하다. 물에 녹인 나노 셀룰로오스는 압력을 가하면 끈적임이 없이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마르면 고형에 가까운 점성을 띤다. 따라서 이 같은 성질을 응용하면 메이크업 고정용 스프레이나 뿌리는 마스크팩 제조에 활용되고 있다.

종이 배터리와 지혈제 개발에 나노셀룰로오스 활용

나노셀룰로오스가 식품이나 화장품 등 주로 생활용품에 활용되고 있는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배터리’나 ‘지혈제’ 같은 에너지 분야 및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이 나노셀룰로오스를 이용하여 접을 수 있으면서도, 기존 전지보다 3배 이상 오래 쓸 수 있는 차세대 종이 배터리를 개발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리튬이온전지는 고정된 케이스에 활물질(活物質) 및 도전제(導電劑)가 고분자 바인더에 의해 물리적으로 부착되어 있는 형태다. 따라서 외부로부터 심한 응력(應力)을 받을 경우 그 구성 물질들이 쉽게 떨어져나가거나 변형이 일어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종이배터리는 나노셀룰로오스가 활물질 및 도전제를 3차원적으로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바인더가 없어도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리튬이온전지에 들어가는 분리막도 나노셀룰로오스를 사용함으로써 우수한 이온전도도를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종이 배터리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이선영 박사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 소재를 이용하여 기존 전지보다 월등한 성능과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국내 2차전지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리튬이온전지의 세계시장은 2014년을 기준으로 23조 원 정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오는 2020년에는 약 64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만약 종이 배터리의 원천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전 세계 리튬이온전지 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오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산림과학원이 개발한 종이 배터리의 견본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과학원이 개발한 종이 배터리의 견본 ⓒ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나노셀룰로오스를 배터리 외에도 주로 뼈가 골절 됐을 시 사용하는 지혈제 개발에도 활용하고 있다.

효과적인 지혈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단시간에 출혈을 막아야 하며, 상처와 조직에 완전히 부착되어 수분이나 공기의 과다한 유출을 막을 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지혈제는 생체 내에서 완벽하게 용해되거나 흡수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나노셀룰로오스를 적용한 지혈제는 지혈 치료 성분 중 하나인 카르복실산 함유량이 16~24%이며, 생체적합성과 생체흡수성에서도 기존 지혈제보다 우수한 생체적합성 안정 물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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