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인류가 달 착륙 5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을 통해 미래 인류 문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이 잊히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4일 비영리 과학전문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40년 전인 1979년 지금 미국의 세계적인 해양생물학 연구기관인 우주홀 해양학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에서 중요한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1979년에 최초 기후변화 보고서 발표
회의 명칭은 ‘Ad Hoc Group on Carbon Dioxide and Climate’.
이산화탄소가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연구 중인 특별위원회로 번역할 수 있는데 미국 국립 과학기술의학아카데미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이 모임은 미국의 대표적인 이론기상학자인 미국의 줄 그레고리 차니(Jule Gregory Charney, 1917~1981)의 이름을 따 ‘차니 리포트(Charney Report)’란 명칭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변화를 예측한 최초의 보고서였다.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이 사건에 대해 경외심을 표명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과학자를 포함, 구독자 1000만 여명을 연결하고 있는 비영리 온라인언론 ‘더 컨버세이션’은 ‘차니 리포트’를 ‘굿 사이언스(good science)’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더 컨버세이션’은 이 보고서가 발표된 후 인류는 40년간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확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기후 및 환경 재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국제 협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이산화탄소를 온실가스(greenhouse gas)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들어서다. 그러나 추정에 불과할 뿐 어떤 과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고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할 길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 1세기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1950년대 들어 일부 과학자들이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지구 온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972년에는 영국 기상국의 수석 연구원인 존 소여(John Sawyer) 박사가 지구온난화와 관련, 당시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요약한 4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20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가 0.6°C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 내용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그중에는 지구 온도가 내려가고 있다는 주장, 더 나아가 지구가 빙하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었다. 언론에서는 이런 논란을 흥미롭게 게재했다.
인류 미래 예측한 ‘굿 사이언스’ 모델
논란이 가라앉은 것은 7년이 지나서다.
40년 전인 1979년, 우주홀 해양학 연구소에는 10명의 저명한 환경과학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지구온난화란 심각한 주제를 세계 과학계에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모임을 이끈 사람이 당시 MIT에 재직하고 있던 그레고리 차니 박사다.
그의 이름을 딴 ‘차니 리포트’는 늘어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구 온도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확히 하고 있었다.
보고서가 발표된 시점과 비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경우 지구 온도가 약 3°C 올라갈 수 있다는 것. 이전에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발표된 1.5°C 상승 예측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하와이의 마누아 로아에서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1%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구의 지상 기온은 0.66°C가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배로 증가할 경우 지구 온도가 약 2.5°C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차니 리포트’에서 예측한 3°C보다 0.5°C 낮지만 40년 전에 이루어진 최초의 예측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차니 리포트’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당시 정치계는 이 보고서에 대해 큰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정치계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보고서가 예측한 대로 지구가 더워지면서부터다. 이상 기온으로 기상이변이 급증하고, 사회적으로 피해가 늘어나면서 ‘차니 리포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 보고서는 미래 기후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한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지 결정하는데 이정표가 되고 있다.
‘더 컨버세이션’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차니 리포트’ 40주년을 기념하면서 달 착륙 50주년에 가려지고 있는 것을 애석해하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차니 리포트’를 통해 ‘굿 사이언스(good science)’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는 중이다.
‘굿 사이언스’란 물리‧화학적 시험을 통해 검증된 가설(hypothesis)을 확립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것. 이렇게 설정된 가설은 향후 과학적 평가에 의해 매우 강력한 예측을 하게 되고, 인류 문명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과 견해를 통해 ‘차니 리포트’가 ‘굿 사이언스’의 사례를 창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가 없었을 경우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연구가 크게 지연됐고, 대책 또한 늦어졌다는 것.
‘차니 리포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보고서를 통해 매우 강력한 예측을 시도했으며, 과학자들은 이 생소한 예측을 믿고 입증하면서 지금의 기후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조성했다며, 40주년을 맞은 ‘차니 리포트’에 대한 존경심을 표명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9-07-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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