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방렴(竹防簾). 선조들이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했던 방법이다. 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 물목에 나무 기둥을 세운 다음 기둥과 기둥 사이를 대나무 발 그물로 엮어 물고기를 잡는 원시적 방법으로서, 우리말로는 ‘대나무 어사리’라고 한다.
대나무로 물고기를 잡는 방법으로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조선 후기의 화가였던 김홍도의 그림 ‘단원풍속도첩’을 보면 대나무 발을 쳐서 고기를 잡는 장면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주변 지형과 조류의 흐름, 그리고 물고기의 습성 등을 관찰하여 물고기를 잡았는데 그 방법이 다양했다. 최근 이러한 방식들이 ‘전통 어로(漁撈)’라고 하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살은 물고기 잡는 전통 어로방식 뜻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어로 방식을 ‘어살(漁箭)’이라 한다. 어살은 어촌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어업 문화로서, 대나무 발 등을 치거나 돌을 쌓아서 물고기를 잡는 어구(漁具) 또는 어법(漁法)을 통칭하여 부르는 용어다.
어살은 ‘삼국사기’나 ‘고려사’ 같은 고려시대의 문헌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 이후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어살은 지역 특성에 맞게 변형되기 시작했는데, 앞에서 언급한 죽방렴을 포함하여 주목망(柱木網), 장살(杖矢) 등이 대표적이다.
주목망은 서해 연안에서 조기 등이 회유하는 길목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대형 그물을 펼쳐서 물고기를 잡는 대형 정치망(定置網)을 가리킨다. 또한 장살은 죽방렴과 마찬가지로 나무 기둥을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설치된 어구이지만, 대나무 발 대신 그물을 설치한 것이 차이점이다.
대표적인 어살은 역시 죽방렴이다. 죽방렴은 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 따라 날개 그물의 규모나 원통의 모양 등이 달라진다. 가장 오래된 죽방렴은 경상남도 남해군의 지족해협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은 물길이 좁고 물살이 빨라서 어구를 설치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죽방렴의 어구는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세며 수심이 얕은 개펄에 ‘V자’ 모양으로 설치한다. 참나무 말뚝을 V자로 박고 대나무로 그물을 엮으면 통 모양이 완성이 되는데, 일단 통 안으로 들어온 물고기는 빠른 물살 때문에 방향을 잃고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렇게 통에 갇히는 물고기로는 멸치와 갈치를 비롯하여 학꽁치와 장어, 도다리, 농어 등이 있지만 그중 멸치가 80% 정도를 차지한다. 이곳에서 잡힌 멸치는 ‘죽방렴 멸치’라 불려지는데, 수많은 멸치들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대우받고 있다.
삼천포 지역에 가면 실제 설치된 죽방렴 볼 수 있어
어살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유에 대해 문화재청은 △물고기의 습성과 물고기를 잡는 어민들의 경험적 지식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점 △어촌문화와 어민들의 어업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어살이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그물살’로 진화하여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어살의 무형문화재 지정과 관련하여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어촌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어업문화로서, 생업적인 내용뿐 아니라 관련 기술·지식 등 문화를 포괄하는 개념이 어살의 무형문화재 지정에 담겨있다”라고 설명하면서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리랑’이나 ‘해녀’ 또는 ‘김치 담그기’처럼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어살의 무형문화재 지정과 관련하여 실무를 담당한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의 이정화 주무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죽방렴 같은 경우 실제 설치 장소를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볼 수 있다면 학생들에게 좋은 체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볼 수 있다. 경남의 삼천포 인근 해안에 가면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는 곳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여행객들은 드라이브 중에도 언제든지 내려서 간접체험을 하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다. 자치단체에서도 나무다리를 만들어 이 죽방렴을 둘러볼 수 있도록 설치해 놓았다. 대나무를 엮어 놓은 모습과 어항처럼 생긴 끝자락에서 물고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팔딱이는 모습을 보면 죽방렴의 원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어살 외에도 전통적인 어로 방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 계획은?
문화재청이 지정하는 무형문화재 지정 등록번호를 보면 앞으로의 계획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어살이 제138-1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현재 전승되고 있는 다양한 어로들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138-2, 138-3 같이 어로와 관련된 무형 문화재 지정이 추가될 예정이다.
- 어살 같은 무형문화재들은 일반적인 문화재들과 달리 실물이 없다. 따라서 개요 및 방법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에 대한 전시관은 별도로 없는지?
전주에 가면 국립무형유산원이 있다. 우리의 무형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후손들에게 온전히 전승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 최초의 무형유산 복합행정기관이다. 이번에 지정된 무형문화재들은 앞으로 이 무형유산원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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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4-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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