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산업에서 블록체인 비중이 커지고 있다. 가트너는 전 산업에서 블록체인으로 유발될 부가 가치 규모를 전망한 적이 있다. 전망에 따르면 블록체인의 규모는 2025년에 1760억 달러 (한화로 약 211조 원)에서 2030년에 3.1조 달러 (3720조 원)에 이른다.
그중 제조업이 차지할 비중이 클 전망이다. 가트너는 2023년까지 50억 달러 (약 6조 원) 매출액을 기록하는 제조 회사의 30%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5%에서 6배나 증가한 수치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PWC) 는 600명을 대상으로 블록체인이 이끌어갈 산업군을 조사한 바 있다. 이에 응답자 중 46%가 금융 산업을 선택했다. 가장 많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제조 분야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12%를 기록했다. 비금융 산업 중에서는 가장 많은 응답률을 기록한 셈이다.
여러 산업 중에서 제조 산업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요인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요인은 ‘제조 산업의 추세’이다. 두 번째 요인은 ‘블록체인의 제공 가치’이다.
인더스트리 4.0과 맞물린 블록체인
제조 산업은 거대 혁명을 맞이하고 있는데, 그 혁명은 바로 ‘인더스트리 4.0’이다.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2011년 독일 공학협회 (VDI)는 신흥국의 제조 산업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 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이를 독일의 인공지능연구소 (DFKI)가 독일 국가 미래 전략으로 제안했다.
DFKI는 기술과 이로 인한 변화에 따라 네 가지 시대로 구분했다. 인더스트리 1.0 시대는 증기기관 기술 등장으로 인해서 노동력이 사람에게서 기계로 대체되는 자동화가 가능해진 시기다. 인더스트리 2.0은 전기에너지 등장으로 인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시기다. 인더스트리 3.0은 인터넷 기술 등장으로 공장 운영의 부분 자동화가 일어난 시기다.
그리고 현재 직면한 인더스트리 4.0은 공장 운영의 완전 자동화가 일어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로 ‘가상물리시스템 (CPS)’이 대두됐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외에도 여러 제조 혁신이 일어났는데, 미국은 ‘국가혁신전략 (SAI)’과 ‘첨단제조파트너십(APM)’을 통해서 제조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산업 재흥 플랜을 세워 제조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 혁신이 발생하고 있는데, 추진 목표는 유사하다. 공장 운영 자동화가 목적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로 ‘CPS'가 대두되고 있다. CPS는 가상 환경과 물리 환경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술적으로 설명하면, 정보기술 (IT)과 운영기술 (OT)의 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
CPS는 시스템의 일종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원천기술이 아닌 셈이다. 다시 말해, CPS를 동작하게 하는 여러 원천 기술이 숨어있다. 5G, 사물인터넷 (IoT), 클라우드, 포그 컴퓨팅, 인공지능 (AI)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원천 기술을 인프라, 플랫폼 그리고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인프라는 서비스 구현을 위해 제공되는 물리적인 환경을 말하는데, 5G와 IoT가 여기에 해당한다. 플랫폼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 IT 기술로 정의할 수 있는데, 클라우드, 포그 컴퓨팅 그리고 AI가 여기에 해당한다.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최종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CPS가 이에 해당한다. 여러 인프라와 플랫폼 기술이 CPS라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셈이다.
이중 블록체인은 CPS 구현에서 플랫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인더스트리 4.0의 중심 CPS라는 서비스 기술 구현의 일환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이 활용되는 셈이다.
그런데 추세만으로는 블록체인이 제조 산업에서 높은 것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부족한 설명은 블록체인의 제공 가치로 보완할 수 있다.
제조 산업에 제공하는 블록체인 가치
캡제미니 (Capgemini)는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 원동력을 알아보기 위해 447곳의 기관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투자 이유를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비용 절감 (89%), 이력 추적 가능성 (81%), 투명성 강화 (79%), 매출액 증가 (57%), 위험 감소 (50%), 신규 시장 창출 (44%) 그리고 고객 중심 (38%) 순의 응답률을 보였다.
그런데 이러한 요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요인 간에 수준이 맞지 않는다. 1차와 2차로 나눌 수 있다는 뜻이다. 1차 요인은 블록체인의 제공 가치로 정의할 수 있고, 2차 요인은 이로 인해 유발된 가치로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용 절감은 2차 요인에 해당한다. 블록체인의 투명성 강화라는 1차 요인에 의해서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차 요인은 이력 추적 가능성과 투명성 강화가 전부이다. 그런데 이러한 항목의 응답률은 매우 높다. 2순위와 3순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력 추적 가능성은 블록체인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블록체인은 참여자 간의 공유 플랫폼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력 공유는 한 참여자가 특정 이력 내용을 모두 알 수 있게 한다.
서강대학교에서 개발한 ‘수소 가스 이력 관리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자. 서강대학교는 수소 가스 유통, 생산, 충전, 사용 등의 이력을 공유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적용했다. 덕분에 이력 추적이 쉬워진 셈이다.
투명성도 강화된다.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당연한 특징이다. 여기에 합의 알고리즘으로 인한 무결성도 포함돼 있다.
그럼 블록체인의 이러한 가치는 제조 산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CPS가 제조 산업에 주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CPS는 물리 환경과 가상 환경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들 수 있다. 가상 환경에 저장된 데이터를 믿을 수 있을까? 물리 환경의 데이터는 현실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반면 가상 환경의 데이터는 허구이다. 이를 믿을 수 있을까?
이에 미국 표준기술연구소 (NIST)는 의문을 표한다. NIST는 'IoT를 믿을 수 있을까 (In IoT, We Trust)'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상 환경에 저장된 디지털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가령, 제조 산업에서 CPS로 축적된 가상 데이터가 해킹으로 잘못된 것이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문제를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다. 투명성과 무결성은 디지털 데이터의 신뢰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조 공정의 이력 관리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해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다. 제조 공정은 설계, 생산, 유통, 판매, 유지보수 등을 거친다. 한 시스템이 모든 제조 공정을 담당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공유하여 제조 공정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이 이에 해답이 될 수 있다.
정리하면, 블록체인은 제조 산업의 인더스트리 4.0 추세 아래에서 디지털 정보의 투명성과 무결성의 가치를 제공한다. 그리고 제조 공정의 이력 관리를 쉽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블록체인이 제조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 유성민 IT칼럼니스트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외래교수)
- 저작권자 2019-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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