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전이암 분석해 신약 개발에 활용

몸체 투명하게 전환…AI 알고리즘으로 분석

암은 전 세계적인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다. 암 환자의 90% 이상이 처음 생긴 원발성(原發性) 종양이 아니라 다른 부위로 퍼진 전이암으로 인해 사망한다.

암 전이는 통상 인체 면역 감시 시스템을 회피한 단일 파종성 암세포(single diseminated cancer cells)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전이암을 검출하는 생물발광(bioluminescence) 및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기술이 제한돼 있어, 몸 전체에 퍼진 암세포들을 포괄적으로 찾아낼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효과적인 암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다양한 암 유형의 특정 전파 메커니즘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아울러 새로운 암 치료약 후보의 효능을 평가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딥맥트(DeepMACT)는 인공지능을 사용해 실험 쥐의 전신에서 가장 작은 전이까지 찾아냈다. 사진은 폐를 통해 퍼지는 단일 파종암 세포. ©Helmholtz Zentrum München

딥맥트(DeepMACT)는 인공지능을 사용해 실험 쥐의 전신에서 가장 작은 전이까지 찾아냈다. 사진은 폐를 통해 퍼지는 단일 파종암 세포. ©Helmholtz Zentrum München

딥-러닝으로 인간 감지능력 초월

독일 헬름홀츠 뮌헨 연구센터(Helmholtz Zentrum München, HMGU) 알리 에르트뤼크(Ali Ertürk) 박사(조직공학 및 재생의학 연구소장) 팀은 이런 장애를 넘어 실험 쥐 전신의 전이암을 포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생명과학저널 ‘셀’(Cell) 12일 자에 발표했다. <관련 동영상>

이 기술은 각 유형별 전이암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 외에도 항암제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 치료제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신기술 개발을 위해 이전에 브이디스코(vDISCO)라는 방법을 창안했다. 브이디스코는 단일 세포들을 영상화하기 위해 실험 쥐의 몸체를 투명 상태로 전환하는 조직 제거 및 고정 방법이다.

연구자들은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을 사용해 청소된 실험 쥐의 몸체에서 개별 암세포에 있는 가장 작은 전이까지 탐지해 낼 수 있었다.

전신에 퍼진 전이암을 정확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후보 약의 임상시험을 실시해 약효를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Helmholtz Zentrum München

전신에 퍼진 전이암을 정확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후보 약의 임상시험을 실시해 약효를 검증해야 한다.  동영상 캡처 ©Helmholtz Zentrum München

그러나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었어도 이를 수동으로 분석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연구팀은 알고리즘의 신뢰성과 처리 속도가 제한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딥맥트(DeepMACT)로 불리는, 딥-러닝(deep-learning)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브이디스코로 처리한 대상물에서 자동적으로 암 전이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한편, 치료 항체 분포를 지도화할 수 있게 되었다.

딥맥트는 전이 탐지에서 인간 전문가와 똑같은 수행능력을 보이면서도 속도는 300배나 빨랐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이자 뮌헨 과학기술대(TUM) 중개 암 연구센터(TranslaTUM) 비외른 멘체(Bjoern Menze) 교수실의 올리버 쇼프(Oliver Schoppe) 박사과정생은 “딥맥트는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한 시간 이내에 수동으로 여러 달 걸리는 탐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며, “이제 일상적으로 단일 파종성 암까지의 전이 분석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브이디스코(vDISCO) 기술로 전이암에 걸린 쥐를 투명상태로 전환한 모습.  연구팀은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을 이용해 개별 암세포에 있는 작은 전이까지 탐지해 낼 수 있었다.  사람에게는 이 방법을 쓸 수 없으므로 실험 쥐를 이용해 치료약의 효과를 검증한 뒤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동영상 캡처. ©Helmholtz Zentrum München

연구팀이 브이디스코(vDISCO) 기술로 전이암에 걸린 쥐를 투명 상태로 전환한 모습. 연구팀은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을 이용해 개별 암세포에 있는 작은 전이까지 탐지해 낼 수 있었다. 사람에게는 이 방법을 쓸 수 없으므로 실험 쥐를 이용해 치료약의 효과를 검증한 뒤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동영상 캡처. ©Helmholtz Zentrum München

세포 감지, 데이터 수집, 암에 대한 학습

연구팀은 딥맥트를 사용해 다른 종양 모델들의 고유한 전이성 프로파일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다양한 암 유형들이 전이되는 패턴을 특성화하면 서로 다른 전이성 암들에 대한 맞춤형 약물 개발이 가능하다.

딥맥트는 쥐에서의 유방암 전이 진행을 분석해 시간이 지나면서 실험 쥐의 전신에서 작은 전이들이 상당히 증가한 사실을 발견했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이자 헬름홀츠 연구센터 박사후 연구원인 첸첸 판(Chenchen Pan) 박사는 “종래의 생물발광 영상화로는 이런 사실들을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딥맥트는 전신 규모의 전이 과정 정량분석을 가능케 한 최초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방법을 이용하면 또한 종양 항체요법의 표적화를 더욱 세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쥐에서 폐암과 유방암, 췌장암이 전이된 모습. 동영상 캡처.  ©Helmholtz Zentrum München

쥐에서 폐암과 유방암, 췌장암이 전이된 모습. 동영상 캡처. ©Helmholtz Zentrum München

현재의 암 치료법은 얼마나 효과적인가?

연구팀은 딥맥트를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종양-특이적 단일클론 항체를 사용하는 임상 암 치료법 표적화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로서, 연구팀은 종양 성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6A10이라는 치료 항체의 효과를 딥맥트를 사용해 정량화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6A10은 쥐 몸 전체에 퍼진 전이 가운데 23%를 놓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새로운 종양 약물 개발을 위해 단일 전이 수준에서 표적화한 약물 효과의 분석이 중요함을 부각시켜준다.

이 방법은 또한 소분자 약물을 형광염료와 결합해 몸 전체에서의 분포도를 추적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방암에 걸린 쥐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암이 전이된 모습. 동영상 캡처.  ©Helmholtz Zentrum München

유방암에 걸린 쥐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암이 전이된 모습. 동영상 캡처. ©Helmholtz Zentrum München

전이를 막기 위한 길목에서

이상의 결과들을 종합하면, 딥맥트는 암 전이의 종합 분석을 위한 강력한 방법을 제공할 뿐 아니라, 전임상(pre-clinical) 연구에서 치료 약물 평가를 위한 민감한 도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에르튀르크 박사는 “암과의 싸움은 수십 년 동안 진행돼 왔으나 완전히 정복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고, “더욱 효과적인 암 치료법을 개발하려면 다양한 암 유형에서 전이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 전이 과정을 중단시킬 수 있는 종양-특이적 약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딥맥트는 공개돼 있어 이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종양 모델과 치료 옵션에 중점을 두고 있는 다른 연구실에서도 쉽게 채택할 수 있다.

에르튀르크 박사는 “오늘날 종양 치료약의 임상시험 성공률이 약 5% 정도인데, 딥맥트 기술이 전임상 연구에서의 신약 개발 과정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임상시험을 해볼 수 있는 훨씬 더 강력한 약물 후보 발견과 이를 통해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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